1.
인정해야겠다. 난 요즘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시골에 와서 잘 지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2.
마냥 좋았던 날들은 오래가지 않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육아 우울증? 그보다는 불안정한 내 마음이 문제이리라.
3.
나는 생각만 너무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직접 경험하면 알게 될 것을 쓸데없이 에너지만 뺏기는 꼴이다. 실행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4.
시골에서 지내는 동안 귀촌을 화두로 삼았었다. 거의 매일, 종일을 그 생각에 매달렸지만 머릿속은 복잡해지기만 했다. 오히려 이 때문에 일상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5.
약 4달간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갑갑하고 재미없었다. 연말에 가족회의를 하기로 했지만 이대로라면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6.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운동이다. 집 근처 체육관에 다시 가고 싶다. 나는 운동이 꼭 필요한 사람이다.
7.
왜 그렇게 시골에 집착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시골을 좋아하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여기에 남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8.
일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사실 이미 계획도 세워놨다. 처음 몇 년은 취업을 해서 적응기간을 갖고, 장기적으로는 창업을 하는 쪽으로. 다만 계획을 상상하면 설레기보다 막막함이 앞선다.
9.
귀촌이고 나발이고 간에 지금은 힘들어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다고 느껴진다.
10.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골행에 대해서 후회해 본 적은 없다. 덕분에 시골에 대해,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으니까. 그렇지 않았다면 계속 환상 속에만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11.
계획이라는 건 부질없다. 당장 내일의 마음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일관성을 지킬 필요는 없다.
12.
어쨌든 내가 괴로워서는 곤란하다. 중요한 건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주어진 조건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언제나 감사하고 만족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