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회 스피치 수업을 간다.
요즘은 4명이 모여서 하는데, 오랜 기간 같이 했던 사람들이라 이제는 친숙한 느낌마저 든다.
강사님이 이번에는 다른 스피치 모임 사람들과 같이 해보는 게 어떻냐고 제안을 하셨다.
약간의 부담감은 있었지만, 평소와 다른 환경에서 발표를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여기고 가장 먼저 하겠다고 동의했다.
모임 당일에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몇몇 낯선 이들이 보였으나, 크게 개의치 않았고 난 잘할 수 있다고 믿었다.
수업 초반 아이스 브레이킹 때까지만 해도 마음이 편안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한 명씩 나와 발표를 하는 순서가 오자 여지없이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에 있다가 때맞춰 오는지 신기하기까지 한 그 긴장감이 찾아왔다.
이런 상황일수록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을 믿자고 다짐하면서 호기롭게 첫 번째로 나섰다.
다만 긴장을 주체하기 어려워 심호흡을 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발표불안이 올 때 나타나는 증상들이 있다.
부자연스러운 호흡, 굳어가는 몸짓, 울렁거리는 시야,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들.
불안과 마주하는 일은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다.
미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애써 침착하려 해 봐도 뜻대로 잘 안 되는 게 고역이다.
내 스피치의 주제는 발표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불안에 휩싸인 채로 그런 말을 하고 있는 자신이 바보 같았다.
말을 이어나가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가까스로 첫 번째 스피치를 마쳤다.
난 원래 발표를 못하지 않는데, 여기서 이런 꼴을 당하다니.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네.
다시금 자괴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이내 알아차리고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이제 난 알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위로하고, 칭찬하고, 응원해줘야 한다는 걸.
나의 가장 큰 지지자는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걸.
타인은 나와 내 발표에 별 관심이 없다는 걸.
다음에 또 잘하면 된다는 걸.
마음을 추스르고, 두 번째 스피치를 맞았다.
그런데 이 날따라 불안이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이런 상태로 단상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는 못하겠다고 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래도 난 다시 시도해야 했다.
여기서도 못하고 피한다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
또 무너지더라도 앞에 서서 무너지는 게 바람직한 행동이라고 느꼈다.
오늘 상태가 좋지 않지만 끝까지 잘해보겠다는 말로 두 번째 스피치를 시작했다.
이야기를 풀어 나가면서 점점 편안해졌고, 구조나 내용이야 어쨌건 할 말을 다 하고 내려왔다.
늘 그렇지만 지나고 보면 별 일이 아니다.
내가 집착하고 괴로워했던 불안도 결국엔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낸 굴레는 아닐까.
언젠가는 이 모든 일들이 하찮게 느껴질 만큼 가벼워지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과정들이 지난할수록 훗날 더 큰 힘이 되리라.
넌 충분히 잘했어.
평가하지 않아도 돼.
계속 도전하는 모습이 멋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