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디얼리스트 Oct 01. 2021

회장님은 아이 다루듯이

직장생활 꿀팁

회장님이 높은 분이기는 하지만 너무 쫄 필요는 없어요. 생각보다 혼자 못 하시는 일들이 많거든요. 우리가 많이 도와드려야 합니다. 


어떤 행사에 간다고 해보죠. 참석 여부부터 어느 정도는 결정을 해 드려야 해요. 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되묻곤 하시거든요. 특히 거기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그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분명하고 생생하게 말씀드려야 해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냐고요?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해야죠. 크게 과장하지만 않으면 괜찮아요. 회장님은 잘 잊어버리시니까요. 그리고 일정이 아직 많이 남았다면 자꾸 알려드려야 해요. 나중에 왜 말 안 해줬냐고 화내실 수도 있거든요. 


행사 당일이 됐다면 당연히 같이 가드려야겠죠. 회장님을 혼자 보내면 안 돼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요. 지하철이나 버스는 애초에 고려 대상이 못 돼요. 어쩔 수 없이 KTX를 타게 돼도 많이 힘들어하시거든요. 차 안에서 대화할 때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세요. 본인의 이야기를 하시는 걸 좋아하시니까 말하고 싶어도 조금만 참으면 됩니다. 심심해하실 때만 적당히 질문을 던지고 지켜봐 주세요.


행사장에 도착했다면 먼저 내려서 위험 요소는 없는지 파악해야 해요. 이미 한 번 와봤던 곳이라도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익숙하지 않은 곳이라면 더욱 조심해야죠. 회장님은 처음인 곳에서 당황하기 쉬워요.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파악은 필수예요. 회장님은 등산은 잘하셔도 계단에는 쥐약이에요. 일단 행사장까지만 도착해서 아는 분을 만나면 평소 무표정한 회장님도 그렇게 편안해 보일 수가 없어요. 역시 누구에게나 친구는 소중한 존재인가 봐요.


이번 행사에서는 회장님께서 말씀을 하시기로 돼있어요. 큰 글씨로 프린트도 해놨고, 몇 번이나 고쳐 쓴 여분의 원고도 챙겨뒀지만 만에 하나 잘못될까 봐 걱정스러운 마음이네요. 혹시나 괄호 안의 글자를 읽거나 하지 않으시겠죠? 역시 제 걱정은 기우였다는 걸 증명하듯 잘하시네요. 이럴 때 보면 정말 뿌듯해요.


회장님과 함께 한 날은 피곤하지만 내가 보호자다 생각하면 괜찮아요. 아이 다루듯이 하라고는 해도 아이보다는 낫잖아요. 회장님은 다 큰 어른이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응? 워라밸 좋지... 근데 말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