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에 유학을 온 지 3개월이 다돼 간다.
돌아보니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는 거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는 중이다.
스페인 유학을 결정하고 비자준비부터 입학시험 등 준비를 마치고 스페인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느낌이 달랐다.
여행이 아니라 공부를 하러, 살러 가는 거니깐.
한국의 반대편에 있는 유럽 그중에서도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혼자서 이제 모든 걸 헤쳐나가야 했다.
그래도 군대를 갔다 온 게 나를 조금은 성장시켰던 걸까.
막연한 긴장보다는 잘 해결하고 부딪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있었다.
내 인생 첫 대학을 스페인에서 시작하는 것이라
특별하다는 생각과 정말 내가 예상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난 스페인어를 스페인 와서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즉 외국인으로 치면 이제 자기소개 정도 하는 수준인데 갑자기 대학에서 역사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 외국인이 어떻게 조선시대와 일제 강점기를 알아듣겠나.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요즘엔 인터넷이 워낙 잘돼서 웬만한 건 검색하거나 지피티를 쓰면 다 나오고
만약 인터넷이 안되면 주변 현지인에게 초보 수준의 스페인어와 현지인 수준의 바디랭귀지를 곁들이면 해결책은 항상 나왔다.
외국에 나오면서 느낀 건 예상대로 순탄하게 흘러가는 법은 거의 없다.
그래서 자주 내가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만나게 된다.
근데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하지 않는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자면
드디어 개강을 하고 첫 수업을 들으러 갔다.
솔직히 긴장을 안 하려 했지만 교실에 들어서고 교수님이 출석을 부르는 순간
아 시작 됐구나라는 걸 느꼈다.
처음에는 내 이름 빼고는 정말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스페인어는 언어자체가 빠르기도 해서 실제로 들으면 리스닝이 쉽지 않다.
그래도 음악학교이다 보니 내용이나 악보를 보면 눈치껏 센스껏 따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 악기를 쓰지 않는 음악사 수업이나 이론적인 수업이었다.
첫 음악사 수업을 들어갔는데 갑자기 그레고리안 성가가 나오면서
서적 같은 파일들이 주르륵 나오는데 고대문자 보는 거 같았다.
그래서 초반에는 식은땀 꽤나 났다.
그리고 생각보다 스페인 사람들의 필기체를 알아보기 힘들어서 지피티의 도움을 자주 받아야 했다.
그래도 좋은 점이라 하면은 스페인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친화력이 좋고 성격들이 좋다.
그리고 누군가가 잘 모르는 게 있으면 어떻게든 도와주려 하는 성향들이 강하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그래서 스페인어가 부족함에도 꽤 많은 친구들을 사귀게 됐고
덕분에 나도 스페인어 공부를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그 나라의 언어로 소통을 하는 재미를 알게 되는 순간 언어공부는 더 이상 공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까진 내 생각을 온전히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기에
학교로 등교를 해서 집에 오기 전까지 하고 싶은 말들을 메모해 둬서 저녁에 항상 스페인어로 번역해서 외웠다.
외운 문장들을 친구들에게 매번 써먹고 또 새로운 표현들을 익히고 이런 식으로 하니
적어도 누군가와 만났을 때 짧은 대화는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내 담당교수님도 말씀하시길 지금 학교에 네가 유일한 한국인이다.
이건 너에겐 축복이고 넌 온전히 스페인과 스페인어 푹 빠져서 공부할 수 있다라고 하셨다.
맞는 말씀이었다.
언어가 안 통한다고 자꾸 편한 언어만 쓸려하면 실력은 늘지 않기에
불편해도 말이 안 맞아도 자꾸 친구들에게 말을 걸고 스몰토크를 자주 했다.
또 우리들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기에 음악이라는 언어로 소통을 할 수 있어서 가끔은 말하지 않아도 소통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자
번역기가 발달하고 인터넷이 많이 발전한 지금에도 어려움을 겪는 우리들인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알지 못하던 시절에 유럽과 미국에서 유학을 하신 분들은 정말 상상도 할수 없다.
존경하는 마음을 넘어서 한편으로 경외심까지도 든다.
지금이야 녹음하고 검색도 할 수 있다지만 그땐 모든 걸 사전을 찾아야 했고 심지어 영어도 통하던 시절이 아니었다.
그래서 가끔 쉽지 않은 수업을 들은 날이면 유학 선배님들을 생각한다.
그러면 지금 내가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공부를 하는지 금방 깨닫고 열정을 다시 다진다.
지금은 많은 한국인들이 유럽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유학이 옛날에 비하면 흔해지고 많아졌지만 그래도 그 생활이라는 게 절대 쉬운 게 아니다.
그러니 유럽이든 어디든 이 글을 보는 유학생들 모두 힘내서 원하는 목표에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모두 힘내봅시다:)
오늘의 스페인어
No te rindas!
(노 떼 린다스)
포기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