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그 이후

by 고채윤



전역을 한 뒤 며칠간은 공중에 붕 뜬 기분이었다.

묘하고도 아주 묘했다.


난 이제 자유의 몸이고 머리도 기르고 아무 제약을 받지 않는 민간인이 됐는데

왜 기분이 이상할까?


미운 놈도 싸우면 정든다더니 그렇게 전역하고 싶던 군대를 벗어나니

조금 그리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재입대는 아니다)


알 수 없는 이 허무한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그동안 군대에서 썼던 일기장들과 공부했던 노트들을 다시 들춰보기 시작했다.

훈련소에서 이거 못 외우면 자대 가서 엄청 혼나다고 겁주는 바람에 열심히 깜지를 쓰면서 외웠던 꾸겨진 종이들,

일병시절, 돌아다니는 정보통이 되기 위해 모든 점호내용 등 각종 소식을 적고 다니 작은 노트들까지.


글을 읽을 때마다 머릿속에서 영상이 틀어지는 기분이었다.

뭐랄까… 시간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랄까?


어린 시절 할아버지나 아버지에게 군대얘기를 들을 때면

그분들은 눈빛이 달라지고 마치 현역에 계신 것처럼 생생하게 말씀하시고 힘들었지만 그때가 청춘에서 빛났던 순간이라고도 추억하신다.


전역하지 1년도 안된 내가 그걸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내가 느끼는 이 공허함에 대해서는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라를 위해 몇 년을 복무한 남자들이 군대얘기를 한다는 것은 각박하고 양보 없는 현실에서 자유롭지 않았지만 자유로웠던
그 시절을 회상하며 잠시 웃고 싶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