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시작되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2019년이 끝나가고 있으며 한 달 뒤에는 2020년 새해라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연말이 되면 한 해를 정리한답시고 사람들을 만나며 모임을 갖고 송년회를 한다. 나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리고 새해가 되면 의례적으로 새해 목표를 계획하곤 한다.
오늘까지만, 이번 달까지만, 어차피 연말이니까 내년부터!
이라고 쓰고 내년도 지금처럼 대충 막살 거라고 읽는 거다.
나도 사실 연말이 되고 나니 술 약속과 송년회 모임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조건반사적으로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아마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연말을 핑계 대며 시간과 돈과 건강을 흘려버릴 한 달을 지내고 있을게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2019년 12월을 내 인생 처음으로 가장 건강하게 보내게 될 것이다. 확신한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냐고? 답변을 하자면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미 변했기 때문이다. 남들은 1월이나 12월 말에나 시작할 새해 계획을 지금 타자기로 이렇게 적고 있다. 남들보다 아니 기존의 나보다 무려 한 달이나 빠르게 시작한 것이다. 이 얼마나 큰 변화인가.
그러면 이미 잡은 연말 모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 파투를 내야 할까? 아니다. 생각을 달리하면 된다. 나는 내가 한 달 뒤에 세울 올해의 목표를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다. 아마도 술을 줄이겠다고 했을 것이다. 매년 같은 결심을 실패로 끝내면서 술을 마셨기에.... 하지만 이번에는 한 달 먼저 실행하기로 결심했다. 연말 모임을 가질 거지만 술은 마시지 않을 거다. 다시 말해서 이번 연말의 목표는 술을 완전히 끊는 것이다. 완벽하게 단 한 방울의 알콜도 12월 한 달 동안 마시지 않는 게 목표다. 참고로 이 번달에는 회사의 전체 회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금주 목표를 완벽하게 성공할 거라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
이 확신의 근거는 도대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할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현재의 나와 미래의 자신을 봤기 때문이다.
난 지금까지 나 자신이 가난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가진 게 조금 있다는 철저한 오판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좋은 계기로 내게 좌우 시력 5.0의 명안이 생겼다. 현재 나는 가난한 노동자이며 이렇게 살다 간 앞으로도 늙은 노동자가 되어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와이프를 건사할 수 없겠다는 노스트라다무스급 미래를 보게 되었다.
이렇게 잿빛으로 가득찬 나의 미래를 CGV 4D IMAX급으로 생생히 봤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운명이려니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온 힘을 다해 내 운명을 거스르려는 노력을 할 텐가? 선택 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두 말할 것도 없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미래를 택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지금 내가 일하고 와서 졸린눈을 비벼가며 새벽 1시 30분에 노트북을 켜서 브런치에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 가난해지기 싫기 때문에!!
그럼 뭘 해야 할까? 아니, 질문이 틀렸다. 뭘 하면 안 될까? 'Can Do'와 'Don't Do' 중에 선택하자면 후자를 먼저 하는 게 순서다.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내가 가진 가장 안 좋은 습관을 먼저 버려야 한다. 그것은 술을 좋아하는 것이다. 술만 끊으면 부자가 되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인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적어도 12월 한 달을 끊어 보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이 목표가 가능한 이유 중에 하나가 돈을 아끼고 절약하는 습관이 결혼 후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결혼 후부터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에 교통비 포함 20만 원으로 살고 있었다. 평소 친구를 만나 밖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무엇을 더 줄일 수 있을까. 가계부를 바라보면 답은 딱 하나다. 아내와 하는 외식 그리고 술. 결론은 이미 나와있었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 외식과 술을 줄이는 게 필수라는 답이 있는데 연말이기 때문에 이번 달까지만!이라는 것은 미래를 보고도 변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바보는 아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10년 넘게 피웠던 담배도 끊었다. 회사를 다닐 때, 세련되게 나이 든 임원들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것을 보고 좋은 쪽으로 허세가 들었던 것이 금연의 계기였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멋이라는 생각이었다. 결론적으로 담배를 끊은 것은 내가 했던 몇 안 되는 최고의 결단 중 하나였다.
이번엔 금주다. 아마 내 독자분들과 주변 지인들은 알 테지만 나는 맥주로 글 쓰고 강연도 할 정도로 술에 애정이 있는 사람이다. 또한 사이드로 작은 술가게를 아내와 운영하고 있다. 그런 사람이 금주를 목표로 삼았다.
내 금주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맥주 한 캔으로 아내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컨트롤 하는 것이다. 이게 가능하게 될 때까지 무조건 금주다.
술을 마시는 돈과 시간을 무엇 때문에 아껴야 하는지 너무나 명확한 깨달음이 왔다. 그리고 또렷한 목표가 생겼기에 고통이 아니라 그 과정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예전과 달리 술을 끊는다는 생각만으로도 고통이 생겼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금주 1일 차! 성공하면서 2일차를 위해 잠에 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