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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첼 Jul 14. 2021

어떻게 요식업으로 돈을 벌 것인가

요식업으로 돈을 얼마나 벌 것인가?

지난 편 에서 요식업을 창업하는 과정인 빌드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왜 요식업을 차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납득이 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지 '어떻게 어떤 요식업을 차릴까'에 대한 답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어떻게 요식업을 차릴 것인가'의 질문을 조금 더 구체화 하면 '어떻게 내가 차린 요식업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이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았다.

당신이 창업한 요식업으로 얼마를 벌려고 하는가?

처음 요식업을 창업했을 때, 나의 목적은 단순히 돈이 아니었다. 당시엔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아내의 작업실을 베이스로 한 공간에서 간단한 커피나 수제맥주를 팔고 싶었다.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서 퇴근 후와 주말에 나만의 공간에서 여유를 즐기며 손님이 오면 가벼운 마음으로 담소나 즐길 요량이었다. 다시 말하면, 말도 안 되는 공상으로 창업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 달에 50에서 많게는 200만 원 정도까지 부가 수익이 생겼다. 문제는 매출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아니, 일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문제였다. 돈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일 매출이나 월 매출에 목표도 없었다. 또한 아내와 나 모두 본업이 있다 보니 가게를 운영하는 날도 그야말로 랜덤이었다.

평일 30~40 주말에 50~60 정도 매출이 나면 뿌듯해하며 하루를 마감했다. 하지만 재미와 뿌듯함으로 지속하기엔 자영업은 너무 빡쎈 일이었다. 부업이 본업을 위협하는 순간, 결정을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음을 느꼈다.

그제서야 내 가게에 올인을 한다면 얼마를 벌어야 할 것인지, 처음으로 생각하게 됐다.


내 경우엔 정확한 비교군이 있었다.

회사 (월급, 복지, 안정성, 고된 출퇴근 시간, 하루 최소 9시간은 빼앗긴 자유 등) VS 자영업 (내 몸을 갈아 넣는 고된 강도와 노동시간, 손님에게 받는 스트레스, 그럼에도 내 일을 하면서 느끼는 뿌듯함과 자유 한 스푼 그리고 순수익)


회사를 다니지 않았을 때를 고려한 기회비용이 자영업으로 버는 순수익 이상이어야 했다. 나는 그것을 월 매출 1천만 원, 순수익 500만 원이었다. 첫 가게처럼 작은 평수에서는 전략을 잘 짜면 수익률 50%가 가능했다. 아무튼 그렇게 목표를 잡고 투잡을 뛴 지 약 1년 만에 나는 결정을 했다. 직장인에서 자영업자라는 가시덩굴 속으로 가기로....


그래도 1년 동안 치열하게 살아왔고 장부정리를 잘해둔 덕에 다행히 데이터가 생겼다. 장부를 통해 수익률이나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경험과 숫자를 통한 1년짜리 자료가 있었기에 회사를 그만둬도 된다는 판단이 섰다. (하지만 당신엔 코로나라는 변수는 없었다 제길...)


같은 공간에서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서 목표 매출을 맞추기 위한 리뉴얼을 감행했다. 목표가 생기면 그에 따라서 운영하는 전략이 바뀌었고 팔아야 물건 (우리의 경우엔 음식과 술)의 퀄리티와 가격이 정해졌다. 목표가 없으면 무엇이든 그냥 아무렇게나 결정하게 된다. 음식의 원가도 팔아야 하는 술의 종류도 가격도 주변에 맞추거나 자기 기준이 되어 버린다. 그렇게 리뉴얼 한지 6개월 만에 목표 매출과 순수익을 달성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괜찮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지금의 '구각'자리로 확장 이전하여 돌이킬 수 없는 요식업의 요단강을 건너버렸다. 님그강…..


지금 구각의 자리에서 내 월 매출 목표는 3천 만원이다. 현재는 목표 매출에 약간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지만 코로나 거리두기 단계로 10시까지 밖에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괜찮은 결과다. 사실 진짜 목표는 조금 더 구체적이다.

사장인 내가 최소한의 관여를 하면서 월 3천만 원의 매출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사장인 내가 매일 하루에 9시간 이상씩을 업장에 상주하는 매출과 하루에 2~3시간 정도 머물며 만드는 매출은 하늘과 땅 차이가 있다. 전자와 후자의 운영전략이 절대적으로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1년 뒤에는 내가 없어도 구각이 지금처럼 잘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모든 운영 전략을 손님들에게 티나지 않게 조금씩 수정하고 있다.


같은 매출을 목표로 하더라도 장기적 목표에 따라서 세부 운영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요식업을 차릴 것인지 고민이 된다면 당신이 왜 요식업을 차려야 하는지에 스스로 답해야 한다고 했다.

답이 나왔다면 자신의 업장에서 얼마를 벌 것인지 정하자. 목표 매출을 정하고 평일 매출과 주말 매출을 세분화 하자. 그렇게 하루에 몇 테이블의 손님을 받아야 하는지 계산을 하자. 그럼 그 손님 한 테이블에서 어떻게 주문을 해야 하는지 고려하자.

정했다고 치고, 손님들이 어떻게 하면 그렇게 주문할 수 있을까 고민하라. 그리고 손님이 당신의 계산대로 주문을 할 만큼 상품이 충분한 가치가 있는지, 하루에도 수 십 수 백 번씩 생각해라.

예를 들어서, 동네 술집에서 테이블 단가를 5만 원이라고 설정한다면 무엇을 얼마나 주문을 해야 하는지 계산해보라는 뜻이다. 그리고 당신이라면 당신의 가게에서 5만 원어치의 주문을 기분 좋게 할 것인지 객관적으로 시뮬레이션 해보자.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에게 관대하며 나르시시즘이 있다. 이 포인트가 자영업자들이 망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술집을 차린다면 얼마를 벌려고 차리는 것인가? 한 달 매출에 대한 계획이 있는가? 하루 매출은? 한 테이블의 단가는?


여기서 다시 질문 하나 더!


당신이 지금 차린 가게에서 몇 년 동안 총얼마를 벌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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