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을 창업하려는 사람이 스스로에게 해야 할 질문 중 가장 중요한 질문은 마지막 3번이다. 중요도 순으로 따진다면, 3,2,1 순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도는 1,2,3번 일 것이다. 솔직히 3번에 대한 중요성은 크게 생각하지도 않을 뿐더러 대부분의 답변은 '돈을 벌기 위해서' 일 것이다. 하지만 돈을 버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많은 돈벌이 중에서 '왜' 요식업이어야 하느냐 말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답변은 대부분 이렇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음식 or 술 or 커피 등을 좋아해서" "주변 지인이 요식업을 창업했는데 대박이 난 것을 보고"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매출을 보장한다고 해서" 등등이다. 보기엔 다양해 보이지만 뿌연 답변의 화소를 높여보면 결국엔 "쉽고 재밌게 돈 벌고 싶어서"이다.
내 생각에 이 답변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내 경험상 요식업을 하면 아주 짧은 순간 재미있고 대부분 ㅈ같고, 결단코 쉬운 일이 아니며, 돈은 벌 수 있지만 큰돈을 벌기란 꽤나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주변 상인들 뿐만 아니라 다른 술집 직원들과도 꽤나 친밀하게 지낸다. 그중 한 명은 연세대 음대에서 서양 악기를 전공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음악을 뒤로하고 요식업의 길로 들어선 친구 K가 있다. 자신의 가게를 차리는 것을 목표로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는 친구다. 중식과 무국적 요리를 기반으로 하는 술집에서 열심히 일하며 실력을 키워 왔으며 착실하게 창업 비용도 모은 성실한 친구다. 수년간 노력한 끝에 이제 내년 즈음 본인의 가게를 차리겠다는 구체적인 계획표를 손에 잡았다. 그런데 너무 준비를 많이 했던 탓일까? 가게를 차리는 일이 가시화되면 될수록 K의 시름도 덩달아 깊어졌다.
어느 날 K가 내가 운영하는 가게에 술을 한 잔 하러 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 막상 내년에 가게를 차려야 하는데 방법이 막막하고 알수 없는 불안으로 인한 근심걱정이 가득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도움을 주기 위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이미 K의 상황에서 2번 질문에 답은 확실했다. K는 술집을 차리고 싶어했다. 하지만 1번의 답이 너무 어려워 고민을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서, '술집을 어떻게 차려야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래서 나는 바로 물었다.
"왜 너는 술집을 차리고 싶어?"
그러자 K는 약간 당혹스러워하며, 음식을 만드는 일이 좋다고 대답했다. 음식은 지금도 만들고 있고 다른 곳에서도 만들 수 있다고 묻자, 내 가게에서 음식을 만들며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음식점도 있는데 왜 굳이 술집을 차리고 싶어?”그러자 K는 조금 더 생각을 해보겠다고 답했다.
음식을 만들며 돈을 벌겠다는 K에게는 무수히 다양한 선택권이 있다. 중식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험으로 중식당을 차릴 수도 있고, 현재 일하고 있는 술집에 인기 메뉴를 살려 파스타집을 차릴 수도 있다. 그런데 k는 술집을 차리는 것으로, 이미 스스로 2번에 답변을 마친 상태이다. 그래서 1번에 대한 답이 고민인 상태였다. 술집을 차리고 싶은데 어떤 메뉴가 좋을까. 구성은 어떻게 할까. 가격은 어느 정도로 형성해야 할까. 술집에 어울리는 인테리어는 어떤 콘셉트로 할까. 어떤 위치가 좋을까. 몇 평으로 할까. 나는 술은 잘 모르지만 어차피 참이슬, 처음처럼 카스는 팔아야겠고 유행하는 술은 어떤 걸까. 술집 이름은 무엇으로 할까 등등 사소한 것 하나하나, 결정해야 할 것이 수백수천 가지가 넘는다. 그러니 골치가 아프고 걱정과 고민으로 시름하는 것이 당연하다.
명심하자 스스로에게 해야 할 질문의 순서는 3,2,1번 순이다. 내가 왜 요식업을 차려야 하는지에 답변을 마친다면 2번과 1번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마치 도미노처럼, 첫 번째 블록만 잘 던지면 나머지는 물 흐르듯 해결이 될 수 있다.
요식업을 차리려는 사람들은 왜 자기가 요식업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커피가 좋아서 술이 좋아서 음식을 만드는 일이 좋아서 등등, 어떤 답변도 스스로에게 떳떳하다면 그것이 정답이다.
나는 처음에 술이 좋아서 술집을 차렸다. 스스로에게 술을 좋아한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술에 취하는 것도 물론 좋아하지만 술 자체를 좋아했다. 수제 맥주가 너무 좋아서 공부를 하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이 브런치에 칼럼도 썼다. 내가 좋아하는 지식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오프라인에서 모임도 열었다. 나는 수제 맥주를 비롯해서 술을 좋아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처음 가게를 차렸을 때 수제 맥주를 위주로 파는 가게를 차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신이 술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 중 대게는 술에 취하는 것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술자리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술집을 창업하려는 사람은 적어도 두 가지를 명확하게 구별해야 한다. '자신이 술에 취하고 술자리를 좋아하는 것인지, 술이란 아이템을 좋아해서 덕질을 하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