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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첼 Jul 28. 2023

기회란 무엇인가.

30대 초반까지. 나는 기회라는 것이 나에게 다가오는 버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류장에서 가만히 기다리다가 내가 타야 할 번호의 버스를 골라 잡아 타고 아니다 싶으면 벨 누르고 내리면 된다고 여겼다. 그런데 기회는 그런 게 아니었다. 기회는 이미 정해진 노선을 따라가는 버스가 아니라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갈 수 있는 버스를 만들 때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버스를 만든 다는 마음으로 어떤 일에 임할 때) 


버스를 만들려면 바퀴도 만들어야 하고 엔진도 만들어야 하고 운전도 배워야 하고 태우고 갈 승객도 모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실력이란 것이 생기면 기회가 오더라.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버스를 만들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바퀴만 만들거나 부품조립만 하거나 도색만 하려고 한다. 그나마 맡은 일이라도 열심히 한다면 그 가운데 기회가 생긴다. 실력이 쌓이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건, 버스를 만들어 목적지로 같이 떠나자고 모인 사람들 조차도 완성된 버스를 공짜로 탈 생각밖에 안 한다는 것이다. 


버스를 만들어야 하니 바퀴를 만들라고 하면 자기는 어차피 엔진을 만들 사람인데 바퀴를 만들어서 뭐 하냐고 하고 엔진을 만들라고 하면 어렵다고 하고 운전을 하라고 배우라고 하면 작은 스포츠카를 몰 생각이라 대형면허는 필요 없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최선을 다하지 않거나 경험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데 있어서 다들 저마다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래서 최선을 다하지 못했고 저래서 동기부여가 안돼서 사기가 떨어진다고 한다. 이유가 어찌 됐든 결론적으로 자신이 대충대충 일하는 거면서 어떻게든 외부에 이유가 있다. 나는 이런 이유를 자신을 교묘히 속이는 (그래서 자신이 스스로에게 속고 있는지도 모르는) 교묘한 변명과 핑계라고 부른다. 진짜 병신 같다. 자기가 자기를 속이는 줄을 모르니 말이다. 차라리 솔직하게 노력하기 싫고 성공하기 싫고 적당히 벌어서 대충 살고 싶다고 말하면 적어도 남들한테 피해는 주지 않는다. 말로는 성공하고 싶고 돈도 많이 벌고 싶고 무언갈 이루고 싶다고 하지만 남들 놀 때 다 놀고, 자기 분수도 모르고 먹고 마시는데 돈 아까움이 없다. 정작 책 한 권 사서 읽지 않고 새로운 거 배우는 데는 자린고비처럼 인색하다. 


아마 30살 초반에 내가 이 글을 읽었다면 과연 나는 스스로에게 찔렸을까? 아니다. 내 얘긴 줄도 모르고 내가 생각하는 어떤 친구를 떠 올리면 속으로 씹어댔을 것이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온다. 다만 찾아오지 않는다. 기회는 모래알 같아서 자기 그릇의 틈바구니를 좁히는 노력을 할 때 채워진다. 스스로 주제파악 못하고 자기 그릇이 주먹만 한 돌도 거를 정도로 구멍이 뽕뽕 뚫렸음에도 본인 그릇은 밑구녕이 꽉 채워진 유리그릇이라고 착각한다면 기회가 온다 한들 무지의 구멍으로 기회는 스르르 당신이 눈치 못 채게 조용히 빠져나갈 것이다. 


나도 내 버스가 어디로 갈지, 얼마나 멀리 갈지, 손님을 얼마나 태울지 모르겠다. 심지어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겠고 완성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현재는 타이어 펑크나 때우는 모습일지라도 언젠간 완성될 버스를 위해서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망치고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고!첼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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