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난한 친구 이야기.
나의 부자 친구가 진짜 돈이 많아서 부자가 아니듯 나의 가난한 친구 또한 사실 가난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넉넉한 형편에 속한다. 부자 친구에 이어서 간단하게 나의 가난한 친구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부자 친구와 함께 우리는 편입하기 전에 야간 대학교를 다녔는데 우리가 학교를 다닐 때 그 학교는 희한하게도 연극영화과 빼고 다른 모든 학과는 모두 야간이었다. 물론 지금은 모두 주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암튼 야간 대학에 다니던 우리는 낮 시간이 남아 돌았다.
내 가난한 친구는 낮 시간에 회사를 다녔다. 정확히는 사무 알바라고 하는게 맞으려나? 무역회사를 다녔는데 대사관과 우체국을 돌면서 공증을 받고 서류를 전달하는 일이었다. 9시 출근해서 보통 오후 2시면 끝났다. 근무시간이나 업무 강도에 비해서 월급도 120만원 정도로 급여 수준도 좋았고 퇴직금도 있어서 야간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 용돈벌이 하기에는 그만한 일도 없어 보였다.
그런데 내 가난한 친구는 집안 사정이 넉넉치 않아서 일을 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부모님께 간간히 용돈도 받는 것 같았고 딱히 악착같이 돈을 모아서 무언가를 하려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그도 그런 것이, 날이면 날마다 후배들과 동기들을 불러 모아 놓고 과실이나 동아리 방에서 술판을 벌였고 그 다음 날 해장까지 확실하게 책임지고 쏘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돈을 모으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주중에 2~3일은 학교 근처에서 술을 마셨고 특이하게도 집에 가지 않고 학교에서 잠을 자고 곧 바로 출근을 하는 생활을 하는 등, 지금으로써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도 무척 기억이 난다.
그 친구는 학교 공부보다 학생회 활동이나 연극동아리 활동을 무척 열심히 했는데 학과 공부는 안해도 연극 대본은 걸레가 될 정도로 달달 외우는 특이한 친구였다.
이 친구가 얼마나 연극활동을 좋아했는지 알 수 있는 것이 휴학을 한 상태에서 군대를 가지 않고 한 학기 동안 연극을 올리고 군입대를 했다. 친구들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 휴학한 상태로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 일 하면서 모은 돈 400만원 정도를 후배들 밥 사주고 술사 주는데 썼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써 댔는데도 일하면서 500만원정도를 통장에 모아 놨다는 것도 참 신기한 노릇이다. 나중에 이 친구한테 들은 말인데 학교를 다니면서 1년넘게 일을 했고 퇴직금도 탔으니 적어도 1200만원 정도는 벌었을 텐데 그 돈 대부분이 자신이 동기 후배들 술 사고 밥 사는데 쓴 것 같다고 한다.
여하튼 나의 가난한 친구는 자신이 술과 밥을 도맡아 사며 주변에 사람을 모으는 걸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아 보였다. 항상 목소리가 크고 대장 노릇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설적으로 자존감이 낮거나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참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부자 친구와 가난한 친구는 절친이었다. 언제부터 그렇게 친해졌는지는 모르지만 의외로 그 둘은 조합이 좋았다. 서로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통해서 긍정적인 성장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부자 친구가 편입이라는 물꼬를 트자. 돌연, 지지리도 공부하지 않던 가난한 친구도 군 제대 후, 모든 연락을 다 끊고 서울 소재의 유명 대학교 경영학과로 편입에 성공했다.
성격적인면도 가난한 친구는 부자 친구를 많이 닮아 갔다. 부자 친구가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방식, 자신이 손해 보는 행동을 거절하는 방법, 그의 가치관이나 소신을 보면서 가난한 친구는 자신의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깨닫고 배웠다고 한다. 아마도 가난한 친구는 부자 친구를 닮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가난한 친구는 항상 동기나 선후배를 만나면 부자 친구의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했다. 그만큼 가난한 친구에게 부자 친구는 단순한 친구 그 이상의 의미였다.
그렇게 가난한 친구가 부자 친구에게 많은 배움과 깨달음을 얻고 편입도 하고 성향이 닮아져서 부자가 됐냐고? 아니 결코 아니다. 가난한 친구는 여전히 가난했다. (이제 부자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왜냐하면 가난한 친구는 궁극적으로 부자 친구에게는 있는 두 가지가 없었다. 그런데 그는 그 사실을 모르고 맹목적으로 부자 친구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 그와 닮아 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가난한 친구에게 없는 그 두가지는….
다음 편에 이야기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