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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첼 Aug 21. 2019

직장인에게 자영업을 권합니다. 1편

나는 어쩌다 혼종(직장인+자영업자)이 되었나

아내와 나는 몽상가다.

"오빠 나 결혼하면 작업실 차려줘. 그래서 작업실에서 커피도 팔고 밤에는 오빠가 좋아하는 맥주도 팔자!"

"자기야 우리 결혼하고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 즈음에 외국 나가서 3년만 살자. 자기는 외국인들한테 해금 가르치고 나는 청소부나 잡일 같은 거 할게, 우리 아이한테 유년 시절 색다른 경험을 주고 싶어. 가서 먹고 살 정도만 벌면 되지 않을까? 딱 3년만 살다가 한국 돌아오자"

"오빠 나 사실 꿈이 주방이모였어. 오빠가 운영해 내가 음식 만들게!" <아내는 상당히 엉뚱하다.>

"자기야, 주변에 실력은 있는데 빛을 못 보는 친구들이 있잖아 그 친구들 모아서 국악 아이돌 만들자. 내가 국악 엔터 회사 차려서 매니저랑 영업해서 공연 따올게"


등등... 이뤄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한 꿈같은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런 대화를 나누는 딱 그 순간만큼은 아내와 나는 세상 진지하다. 그러곤 이내 우리가 생각해도 너무 터무니가 없는지 서로 웃고 말아 버린다.  


그런데 최근 우리가 허공에 뿜어댔던 몽상 중에 하나가 얻어걸렸다. 꿈이 이뤄졌다는 건 아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 순간, 우리가 연애 때부터 입버릇처럼 말했던 일 중 하나를 하고 있다.


아내는 해금 아티스트다. 결혼 전에는 연남동에서 작업실을 얻어, 해금 연습도 하고 컴퓨터로 작곡도 했다. 그런 그녀가 나와 결혼하면서 연남동에서 일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일산에서도 그녀는 작업실이 필요했다. 그런데 연남동과 달리 일산에는 적당한 연습실이 없었다. 그래서 연습실로 사용할 수 있을만한 공간을 찾아야 했다.


거기서부터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진짜 연습실'이 일산에 있었다면 적당한 연습실을 찾았으면 끝났을 일이었다. 그러나 적당한 공간을 찾아서 아내의 연습실로 용도를 변경해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적당한'의 기준이 필요했다.


홍대 주변 연습실은 정말 코딱지만 한 방도 월에 30~40이다. 그런데 일산에서는 거기서 10만 원만 더 보태면 인적 드문 곳에서 작은 상가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작업실로 변경하려면 방음을 비롯한 인테리어를 해야 했다. 최소한의 작업실로써 설비를 갖추는 비용이 더 컸다. > "오빠 설비나 인테리어를 해야 할 거면, 우리가 예전에 말한 대로 깔끔하게 인테리어 해서 커피도 좀 팔자" >> "그래? 근데 어차피 커피 팔 거면 내가 맥주 쪽으로 일을 하니까 맥주도 파는 것도 좋지 않을까?" >>> "그래 오빠 그러면 가끔 우리 작업실에서 맛있는 음식도 팔자, 나 주방 이모가 꿈이라고 했잖아"


그렇게 시작되었다....

BM(Buisness Model)을 정하다.

어디를 가든 인테리어는 어느 정도 해야 했고 우리는 돈이 부족했다. 우리의 삶에 절대 무리 없을만한 정도의 예산을 설정했다. 그러자 기준이 좁혀졌다. 이래저래 용도 옵션이 추가되자 어떤 공간을 얻어야 할지 기준이 잡혔다. 회사를 다니는 나를 대신해서 아내는 발품을 팔아 적당한 상가를 찾았다.

전반적인 컨셉은 아내와 내가 좋아하는 레트로였다. 아내의 할머니께서 오랫동안 상회를 하였기 때문에 돈 주고도 못 구할만한 소품과 접시와 잔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작업실의 네이밍을 하고 공간의 브랜딩 방향성을 잡았다.

해금 아티스트 작업실 기반의 레트로한 복합 문화공간,
레트로 구각 다방의 탄생이었다.

낮에는 아내가 곡 작업과 해금 연습을 하고 간간히 커피도 팔고, 밤에는 간단하게 맥주도 판매하고, 분위기 좋으면 아내가 즉흥 라이브 연주도 하는 곳. 연남동이나 망원동 홍대 정도에나 있을 법한 그런 힙쩌는 공간. 그런 곳에서 일산의 젊은이들이 다방처럼 모여들길 원했다. 그리고 이내 깨달았다.


원한다고 손님이 알아서 찾아와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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