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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첼 Oct 13. 2019

직장인에게 자영업을 권합니다. 2편

어째서 손님이 오지 않을까? 문제 해결 의지력의 차이가 난다.

Lean Startup; 최소한의 비용으로 <제조(실행)-측정-학습> 을 반복하여 최대의 효율성을 찾아내는 업무 방식 

첫 시작이니 가볍게 가볍게

구각도 처음부터 힘주어 '장사'를 하진 않았다. 첫 한 달간은 주류를 판매하지 않았다. 커피와 음료 종류를 집중해 카페 형태로 운영을 시작했다. 그래서 커피의 판매 방식이 상당히 중요했다. 대부분 카페에서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한다. 가장 일정한 맛을 낼 수 있고 커피를 내리는 데 있어 추출 시간도 짧고 간편하다. 많은 카페에서 알바생들도 커피를 내리고 다양한 종류의 커피 음료를 손쉽게 만드는 이유도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가격이 만만치 않는 점이다. 공간도 작고, 동네 골목 중에서도 꽁꽁 숨겨진 골목에 위치한 작업실 '구각'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핸드드립 방식을 생각했다. 커피 전문점으로 다량의 커피를 판매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커피를 내리는 시간이 길고 번거롭다는 여러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공간에서 판매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확신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커피 공부를 하고 초보 커피꾼에게 적합한 원두를 찾았다. 가격도 3,500원으로 핸드드립 치고는 가벼운 판매가를 설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손님이 안 온다...


작업실로도 손색이 없고 커피를 한 잔 마시러 와도 괜찮을 정도로 인테리어를 갖추었다. 밖에서 안을 보더라도 나름 예쁜 공간이라고 느껴졌다. 골목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다면 모를까 아니,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우리 작업실 '구각'을 쳐다보지 않는다면 모를까, 상당히 흥미로운 눈빛으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그냥 볼뿐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쳐다만 보고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성큼 들어오진 않았다. 


문제 찾기

물론 장사를 목적으로 하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준비한 것이 많았는데 손님이 들어오질 않으니 자존심이 상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항상 고민했다. 

누군가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면 으레 주변 사람들이 도와준다. 열정적으로까진 아니더라도 이런 공간은 지인들이 응원차 한 번씩 방문하기 마련이다. 오픈 초반에 나와 아내의 지인도 바쁜 시간을 쪼개어 구각을 방문해주었다. 지인들이 방문할 때마다 매번 물었다. 

공간은 어때? -> 예뻐/ 너무 예뻐 / 정말 특이하고 예뻐 / 센스 너무 좋다 등등

커피 & 음식 맛은 어때? -> 맛있어 / 너무 맛있어 / 진짜 대박 맛있어 / 가격대도 저렴하고 맛있어 등등

전반적으로 어때? -> 너무 좋아 / 음악 선곡도 너무 좋다 / 소품도 너무 유니크하고 독특해 내가 근처 살면 진짜 맨날 올 것 같아 등등

이런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고 깨달은 점이 있다. 지인은 쓴소리 대신 달콤한 말을 많이 해주고 가게의 경영적인 측면에 대해 조언해 줄 만큼 전문적인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누나와 매형이 찾아와 술을 한 잔 같이 먹은 적이 있었다. 참고로 형님은 광고 & PR 전문 회사의 임원이며 동시에 예술 작품 활동을 하는 아티스트이자 자신의 집을 갤러리로 운영할 정도로 공간에 이해도가 남다르다. 때문에 이 공간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이 공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지간하게 기가 센 사람이 아닌 이상 들어 올 용기를 내기가 힘들겠다.

   

이 말인즉슨, 사람들이 문 턱을 넘기 어렵게 공간 배치를 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당시 우리 공간의 배치는 이랬다. 밖에서 안을 드려다 볼 수 있는 메인 창 바로 앞에 아내의 작업 공간을 배치했다. 

초기에 위 사진과 같이 공간 구조를 정했다. 

'구각' 앞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이곳의 정체를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밖에서 보면 카페 같기는 한데... 음악 작업실 같기도 하고... 알쏭달쏭... 호기심은 생기지만  왠지 들어가기에 부끄럽거나 부담스러운 공간이었을테다. 그도 그럴 것이 구각이 위치한 일산 정발산동의 조용한 주택가는 연남동이나 홍대같이 트렌디한 곳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무래도 트렌디한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은 새로운 시도를 가볍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지만 주거 지역인 이곳에서 이런 콘셉트로 공간의 정체성을 한눈에 파악하기에 확실히 무리가 있었다.  


형님의 조언을 빠르게 받아들여서 다음날 가구의 배치를 변경했다. 

입구 창가 쪽에 있던 책상 및 컴퓨터, 악기를 주방 앞으로 옮겼다. 

확실히 공간이 넓어 보이고 테이블의 위치가 보였다. 창가쪽에 테이블이 보이니 지나 가는 사람들도 나름 이곳이 뭐하는 곳인지 짐작은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첫 손님을 무조건 창가자리로 안내했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결과는 놀라웠다. 전에는 구각 앞을 지나다니 던 잠재 손님들이 쳐다만 보고 훅 지나가버렸는데 가구의 배치 변경만으로 손님들이 문지방을 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우리의 가설 <가구 배치의 문제로 손님들이 문턱을 넘어 들어오기가 힘들다>을 검증하기 위해서 몇몇 손님들에게 여쭤봤다. 

"어떻게 알고 들어오셨어요?" 

"아~ 지나가다가 공간이 너무 예뻐서 들어와 봤어요"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글 시작에 언급한 린스타트업의 문제 해결 방식으로 큰돈과 시간을 쓰지 않고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오픈 초기에 문제를 짚어내고 해결한 것은 행운이었다. 얼마 전에 자영업 컨설팅 관련 글을 읽었다. 오픈 첫 달이 자영업의 승패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했다. 이유인즉슨, 익숙한 지역에 새로운 가게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그곳 주민들은 새로운 것이 생겼다는 '호기심'이 발동한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호기심은 익숙함과 단조로움으로 금세 변한다고 했다. 그 호기심 is 오픈빨인 것이다. 초기 오픈빨을 받지 못하면 정착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정리: 직장인에게 자영업을 추천하는 이유 (1)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을 하기 위한 의지력의 차원이 다르다. 


아무리 회사를 내 회사처럼 다녀도 마음 한 구석에 결국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게라도 내 사업을 하면 마음가짐이 확 달라진다. 들어간 투자비와 노력에 대해 그 누구보다 찌질한 질척거림이 생긴다. 그 찌질한 원동력은 수동적 입장으로 다니는 직장 생활과는 차원이 다르다. 능. 동. 적

능동적 문제 해결을 반복적으로 하면 노하우가 생긴다. 그 노하우는 다시 직장 업무에 반영된다. 인간은 누구나 트레이닝의 반복으로 성장하기 마련이다. 이런 과정은 선순환을 불러일으킨다. 


크던 작던 진정한 의미의 성공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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