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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첼 Sep 26. 2021

실력 있는 사장이 되어야 한다.

당신은 자영업자입니까? 사업가입니까? #2

장사와 사업의 차이는 매출의 차이가 아니라, 사장이 없어도 매출이 발생하는 시스템 구조의 유무 차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을 했기 때문에 9평짜리 작은 가게에서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일에 메어있었을 지라도 추후에 내가 없이도 하루하루 매출이 벌리는 구조를 갖추는데 집중을 하며 일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자영업에서 사업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고 지금까지 발전해온 빌드업 과정에 스텝들을 소개하겠다.


참고로 현재 내 가게의 상황은 이렇다.

*2021년 9월 직원 2명 매니저 1명 <주방과 홀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음>

*평일엔 나와 아내가 없어도 매장 운영에 차질이 없음.

*평일에는 하루에 4시간 정도 업무(장보기, 전반적인 상황과 요리 상태와 업장 컨디션 체크, 접객 서비스 등등)

*요리나 홀서빙 등 직접적인 운영에 관한 업무는 하지 않음.

*10월 두 번째 가게 오픈 준비 중.


첫 번 째 단계, 실력 있는 사장이 되어야 한다.

자영업에서 사업으로 가는 길에는 함께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특히 요식 사업은 인력 자원이 절대적이다. 직원 한 명 한 명의 능력이 출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업에 첫 번째 직원은 사장이다. 사장이 충분한 실력을 갖춰야 좋은 인재를 뽑는 눈이 생기고 발견해야 함께 할 수 있다. 실력 없는 사장 밑에는 그보다 더 실력이 형편없는 직원들만 남아있을 것이 자명하다. 첫 번째 직원인 사장이 가장 훌륭한 능력을 갖춘 인력이 되어야 한다. 그 이후에 직원을 찾고 채용해야 한다. 빌 게이츠도 스티브 잡스도 초기에는 1인 기업이었다. 물론 초기 사업에서 뜻이 맞고 다른 능력을 갖춘 사람들과 공동 대표로 힘을 합쳐 창업을 할 수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첨단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요식업에서는 창업자의 능력 자체가 성공 여부와 직결된다고 본다.

나는 자영업이 아니라 사업을 하고 싶었다. 사업으로 가는 길에 핵심은 좋은 직원들을 찾고 힘을 합치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실력을 갖추는 사장이 되는 것이 선결이다. 그 뒤에 자영업에서 사업으로 가는 길목에 좋은 직원을 만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한 필수 조건은 두 가지이다.


첫 째, 먼저 스스로 실력 있는 직원이 될 것

둘째, 직원을 절대 해고할 일이 없는 상태가 될 것


1. 스스로 실력을 갖추고 직원에게 많은 노하우를 가르칠 수 있는 사장이 되기 전까지 직원을 채용하지 말아야 한다.

회사를 다녔을 때 제일 꼴 보기 싫은 상사가 실력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다시 말해서, 노하우가 전달되지 않는 상사를 싫어했다. 왜냐하면 배울 게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상사가 그 위치에 올라간 것은 내가 모르는 어떤 노하우와 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부하직원인 내게는 그런 것쯤이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보고 배울 게 없고 실력을 키워주지 않는 상사는 잔소리쟁이 거나 나를 피곤하게 하는 꼰대일 뿐이었다.


나는 사장이 되면 언제 만날지는 모르는 미래의 직원에게 실력 있는 사장이 되고 싶었다. 내 노하우를 마음껏 가르쳐 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렇기에 장사가 잘되기 시작할 때쯤에도 함부로 사람을 뽑지 않았다. 장사가 안될 때는 남는 시간이 필요한 실력을 쌓는 시간이라 여겼다. 청소, 요리, 소수의 손님에게 집중하며 접객하기 등등 여유 있는 시간은 내게 고통보다는 배움의 시간이었다. 만약 실력이 안 쌓인 상태에서 장사가 조금 잘 된다고 직원을 고용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겸허하게 실력을 갖추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노하우를 조금씩 쌓아갔다. 아내와 나 단 둘이서 도저히 운영하기엔 벅찬 시기가 왔다고 느낄 때쯤에도 직원이 아니라 알바를 뽑았다. 그 이유도 똑같았다. 정직원을 뽑기엔 우리가 좋은 사장인지 아닌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판단하에 서였다. 주말에 파트타임 알바를 고용해서 우리가 사장으로서 자격을 갖추었는지 검증하는 시간을 거쳤다. 다행히 알바를 뽑고난 뒤 주말 영업도 안정화 되었고 알바와 일하면서 내가 우려할만한 사장으로서의 부족함은 크게 노출되지 않았다.


30평이 넘는 홀을 아내와 나 단 둘이서 개발에 땀나듯 뛰어다니며 일을 했다. 4~5시간 잠을 자고 준비를 해도 시간이 촉박해서 울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모든 일을 아내와 나 단 둘이서 했다. 손님이 없으면 없는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할 일은 매일같이 산더미였다. 그렇게 2년 가까이 일을 했더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실력이 쌓여있었다는 것을 직원과 함께 일하며 깨닫게 되었다.


2. 매출 상황에 의해서 내 손으로 뽑은 친구를 해고하는 일이 절대 없게 할 것.

맥주라는 콘텐츠로 문화를 만들어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사람과 일을 했던 적이 있다. 수익모델이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그냥 돈이 있으니 사람을 7명이나 모아서 사업을 하겠지 싶었다. 당시엔 나도 맥주에 살짝 미쳐있었기 때문에 맥주 문화를 만들어 사업을 하겠다는 그 사람이 대단해 보였다. 그래서 함께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초기 창립멤버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이곳은 틀렸다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사장이 멤버를 대하는 태도였다. 재정상황을 고려하지도 않고 사람을 채용하고 상황이 안 좋아지면 바로 사람을 잘랐다. 그리고 자기와 대립각을 세우거나 합이 맞지 않다고 판단하면 이내 불편한 내색을 하고 해당 멤버를 해고했다. 이곳 외에도 사업 초기 회사에서 일을 했던 경험이 있는데 대표들이 수익구조를 정확하게 만들기도 전에 대표 놀이를 하기 위해서 직원을 채용하는 상황을 옆에서 지켜본 경험이 있다. 물론 당시에 그들이야 직원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했으니 고용을 했겠지만.... 지금의 내가 보면 대표 놀이 허세에 지나지 않다고 본다. 사업을 진행하다가 여러 가지 부득이한 사정에 의해서 해고를 할 순 있다. 하지만 초기 사업에서 재무건전성을 따지는 것도 아니고 인건비에 대한 정확한 계획도 없으면서 함부로 사람을 뽑고 매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너무도 쉽게 해고하는 모습이 내겐 너무 역겹게 느껴졌다. 내가 경험했던 대표들은 그랬다. 자기들이 이제 사업을 좀 하겠다고 하니 남들 보는 눈도 있고 자기가 못하는 일을 대신할 사람이 필요하니 사람을 뽑았던 것이다. 자기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면 초기 사업에서는 그 일로 사업을 시작해선 안된다. 요리를 할 수 없는 사람이 식당을 차리면 안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아무튼 이런 경험을 했던 나로서는 매출이 떨어져서 사람을 자르는 과오는 죽어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도저히 직원이 없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될 때까지 채용을 미루고 또 미뤘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매출이 오르게 되는 것을 보고 나서야 한반도에 전쟁이 나지 않는 이상에야 매출 때문에 직원을 해고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충분히 충족되었다고 판단이 들었을 때야 비로소 우리와 함께 할 직원을 찾는 시기이다. 본격적으로 자영업에서 사업을 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떤 직원을 찾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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