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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추자 Feb 15. 2023

출판일기

#1. 시작

  덜컥 결정한 일이다. 살면서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가. 책을 쓰기로 했다. 습관처럼 이메일을 확인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착한 이메일을 한 통 발견한 것이 그 시작이다. 대화법에 관한 책을 기획하고 있다고 했고, 나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부담없이 만나자는 말에 뭐 큰 고민도 없이 만나자 했다. 말그대로 부담없이.

  약속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나니 부담이 됐다. 웃기는 것이 부담없이 보자는 말, 참 부담된다. 부담없이 보자는 말을 거꾸로 생각해보니 충분히 부담이 될 수 있으니 그 부담을 덜어내고 보자는 말 아니겠는가. 일단 출판사 미팅이라는 것이 처음이었다. 물론 출판사 사람들과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고 “와 그 이야기 책으로 한 번 써보자” 정도의 대화를 나눈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어떤 형태든 기획이라는 것을 하는 중에 나를 저자로 떠올려 만남을 약속한 것은 처음이었다. 왜 나일까? 나의 무슨 모습을 그들은 본 것일까? 만나면 무슨 얘기부터 꺼내야 하는걸까? 당장 계약서를 들고 오는 것일까? 이런 저런 궁금증이 솟아 났고 그 답은 나 혼자 내릴 수 있는게 없었다.

  약속장소로 향하면서도 딱히 뭘 어찌해야 할지는 정리되지 않았다. 커피숍에 거의 도착할때쯤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는데 누군가 눈인사를 해왔다. 통화중에 얼핏 보았지만 출판사 직원임이 틀림없었다. 눈짓으로 통화를 마치고 들어가겠노라고 먼저 들어가 계시라고 하고는 서둘러 전화통화를 마무리했다.

  마주 앉았다. 명함을 주고 받고는 어색한 시간이 지난다.

  “저 음료는 뭘로...”

  내가 산다. 아니다 내가 산다. 옥신각신 끝에 음료는 내가 샀다. 잘한 결정이다. 일단 뭔가 대화에 있어서 우위에 서는 느낌이 있었다. 처음 만난 사이 기가 죽기는 싫었다.

  출판사 사장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출판사의 규모며 이력이며 자신의 경력 등을 쭉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물었다.

  “시간을 내실 수 있겠어요?”

  글을 쓰고 책을 낸다는 것이 어떤 작업인지 짐작케 해주는 질문이었다. 의욕만 가지고서는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닌 것일테고 그만큼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여야 한다는 뜻의 질문이라는 것을 느꼈다. 짧은 질문이었지만 대답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숨을 한 번 크게 마시고는 질문에 답을 했다.

  물리적인 시간을 말씀하시는거라면 대답은 ‘네’ 입니다. 하지만 그 물리적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가 중요하단 생각이 드는데요. 얼만큼 집중하고, 얼만큼 몰두할 수 있는가를 물으시는거라면 제 대답은 더욱 더 ‘네’ 입니다.

  의지를 보이고 싶었다. 책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그리고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타겟 독자층에 대한 이야기와 출판을 위해서는 저자와 출판사가 어떤 관계속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성심껏 들었다. 그리고 나도 솔직하게 말했다. 내가 이야기를 할 때 듣고 있는 출판사 사장과 편집자의 눈빛을 보았다. 흥미를 보였다. 내 이야기의 뒷부분을 궁금해 했다. 됐다. 오늘의 대화는 성공이다. 그렇게 나는 출판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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