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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추자 Feb 22. 2023

대화법

화장하듯이 대화하자

“오빠 쉐딩 좀 칠게요”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영미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응”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고는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어젯밤 술을 마셨고 분명 얼굴은 부어있다. 착하디 착한 영미가 팅팅 부은 얼굴을 어떻게든 작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녀는 기술자니까.  

매일 아침 화장 - 방송용 메이크업이긴 하지만 화장이라 쓰고 변장이라 읽는다. - 하는 삶을 산지 20년이 지난다. 늘 그렇듯 피부의 잡티, 주름, 칙칙한 피부톤, 넙대대한 얼굴 등 나의 단점을 가려 주기 위해 영미가 애를 쓴다. 여러모로 부족한 내 얼굴을 돋보이게 해주는 영미가 고마울 따름이다.

단점은 가리고 장점은 부각시키는 것이 화장의 미덕이다. 얼굴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고 내면의 자존감까지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사회적인 동물, 인간이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타인과의 시간을 피하며 살긴 쉽지 않다. 만남을 갖고 대화를 나누고 그 시간과 공간에서 삶을 영위해 나간다. 그 시간동안 나의 단점을 숨기고 장점을 부각시키며 자존감을 잃지 않은채 만남이나 대화의 만족감을 높이는 기술이 필요하지 않을까. 대화는 화장과 닮았다.

세안을 마치고 메이크업을 위해 거울 앞에 앉아 제일 먼저 무엇을 하나. 토너와 로션 등 기초화장품을 바르면서도 끊임없이 거울 속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아니 살핀다는 말이 맞겠다. 오늘의 피부톤은 어떤지 뾰루지가 나진 않았는지 눈이 붓진 않았는지 수염이 지나치게 자라진 않았는지 등 구석구석을 살핀다. 화장으로 커버할 수 있는 지점을 두 눈 부릅 뜨고 찾는 것이다.

화려한 화장 기술이 있다쳐도 어디를 어떻게 커버할 것인지 찾는 것이 먼저다. 나의 단점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는 것, 그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날 돋보이게 - 혹은 없어보이지 않게 - 하는 첫 단계이다. 그리고는 차분히 피부톤을 정리하고 그 위에 필요한 색조화장까지 얹어 나가는 화장의 과정은 성공적인 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하는 노력과 몹시 닮아 있다.

내 대화에 있어 단점이 무엇인지 진단이 끝났다면 그 단점을 커버하기 위한 메이크업 기술을 익히면 된다. 사람마다 자신의 단점에 대해 스스로 알고 있는 부분도 많이 있는 바 제법 효과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 특히 매일같이 화장을 하는 분들이라면 생각해 보자. 처음으로 화장하던 날을. 전반적으로 어색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어떤 부분은 과하고 또 어떤 부분은 부족하고 조화롭지 못한 화장 기술에 분통터지고 속상한 경험들이 있으실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개인 능력에 따른 차이는 있겠지만 분명 처음보다는 낫지 않은가. 그렇게 대화를 해나가자. 어색하고 부끄러운 첫 시도가 있을지라도 꾸준히 하다보면 분명 그 실력은 는다. 고쳐 말하면 실력이 느는만큼 내게 맞는 방법을 찾아 내는 것이다. 나에게 맞는 화장법을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듯 대화의 기술이나 만남의 기술이 부족한 이도 하다보면 는다. 하다보면 나에게 맞는 대화법을 터득하게 된다.

자, 좋은 대화와 만남을 원한다면 ‘화장’을 떠올리자. 단점은 가리고 장점을 살려 대화에 있어서의 자신감과 만족감을 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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