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한국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새로운 인연을 맺어간다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물리적으로 나의 몸은 이곳 벨기에, 지구 정 반대편에 있는데 한국에서 어찌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 갈 수 있단 말인가요.
헌데, 브런치를 시작하고 제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제가 쓰는 언어는 네덜란드어 85%, 영어 10%(영어를 하는 교환학생들이 종종 있습니다), 한국어 3%( 주로 아들 1호, 2호에게 밥 먹어라, 방치워라, 숙제해라 하는 domestic language만 사용), 이탈리아어 2%( 나의 절친인 이탈리아인 언니들과 통화할 때만 사용, 팟캐스트 혹은 이탈리아어 드라마 시청)입니다.
벨기에에는 정말로 한국인뿐만이 아니라 동양인 자체가 많이 없어서 한국인과의 교류도 적고, 저 자체도 교류하겠다는 의지도 많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작은 교민사회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지요. 한국어사용도 없고, 한국인과 교류도 많지 않아 종종 나는 내가 누구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양인인지, 한국인인지 모르겠고 겉으로 딱 봐도 관광객처럼 생기지 않아서인지, 이 동네 양인들이 나에게 와서 길을 물어보고, 길 가던 중 유니세프 같은 자선단체에서 계좌이체로 매달 기부를 좀 해달라고 붙잡히기도 합니다.
제가 딱 봐도 그냥 관광객인 한국인 같지 않은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느끼는 감정도 이와 비슷합니다. 한국에 가면 한국이 낯설고, 벨기에에 있으면 물 위에 둥둥 뜬 기름 같거든요.
하도 한국말을 쓰지 않아서인지, 가끔 부모님과 통화를 하면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 풀어서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예) 그 뭐냐, 직접 겪어보기도 전에 자기 생각만 가지고 판단하는 거, 그거 안 좋은 거지요?
하고 싶었던 말) 편견을 가지는 것은 안 좋은 거지요?
브런치를 하면서 한국어로 다시 글을 쓰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온라인 공간이더라도, 이곳은 작가님들이 본인의 가장 깊은 속마음을 나누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자기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 줄 수 있는 글을 읽고, 공감하고, 배웁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몇몇 작가님들에게는 친근함이 생기고 인간적인 호기심과 존경심도 느낍니다. 마치 실제로 보지는 못했지만, 서로 잘 아는 그런 느낌 이랄까요?
한국에 살 때에 맺어진 인연을 제외하면, 벨기에에 이사를 온 후 한국에서 마음을 열고 새로 알게 된 사람은 전무합니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집을 나가버려 가끔 씁쓸하기도 했고, 새로운 인연에 대한 목마름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한 후, 한국에 갔더니 많은 것들이 다르게 다가왔지요. 공항버스를 타고 본가로 돌아가는데, 버스기사 아저씨의 험악한 운전은 이김정 작가님의 에피소드를 생각나게 했고, 편의점에 들러 가스활명수를 살 때는 세븐(필명을 커피러너에서 세븐으로 바꾸셨더군요) 작가님을, 본가 근처에서 있던 성심당과 비슷한 이름인 이성당 빵집을 지날 때는 김 미 선 작가님(성심당인 줄 알았는데 이성당이라는 빵집이었습니다, 작가님)이 생각났고, 광진구 어딘가를 지날 때는 페르세우스 작가님이 생각났고, 아이들과 여의도 눈썰매장에 갔을 때는 제가 요즘 많은 경제적 지식을 배우고 있는 언더독 작가님이 떠올랐습니다.
언급된 작가님들 이외에도 많은 작가님들과 교류하고, 공감을 하고 그분들께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예전과는 정말 많이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이번 한국방문 중에는 천안의 본가에서 역시 본가가 천안인 위기회작가님과 처음으로 만나,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같이 등산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같이 등산을 하자 제안을 했을 때 위기회 작가님은 빵 터지셨죠. 처음 만나는데 우리 바로 등산해요? 하면서요. 저는 벨기에에서 친구들과 카페에 앉아있기보다는 같이 걸으면서 대화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눈이 많이 내려 위험했고, 몇 번이지 발라당 자빠질 뻔 한 저를 잡아주고 구해주신 위기회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함께 등산을 한 뒤, 천안의 명물인 뚜쥬르 과자점에서 함께 커피와 알 사람은 다 안다는 거북이빵을 먹었습니다.
처음 만났지만, 서로를 잘 아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동네 언니-동생 같은 그런 느낌이었죠.
마음속의 깊은 이야기를 적어내는 브런치라는 플랫폼 덕분입니다.
집 나간 제 정체성을 돌아오게 해 준 브런치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고 싶습니다.
천안의 호두과자 다음가는 명물인 거북이빵. 위기회작가님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