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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고추장와플
Dec 18. 2024
언제가 돼야 당신을 잊을 수 있을까
같은 하늘 아래지만 우리는 함께가 아니다
가끔 심장을 쥐어짜는 아픔이 느껴진다.
커다랗게
뻥
뚫린
구멍으로
바람이 숭숭 들어온다.
가려보려 하지만 가려지지 않는다.
당신을 엄마가 되면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다.
11살짜리 딸과 5살짜리 아들을 남겨두고 훌쩍 떠나버린 당신을 이해하려고 수 없이 노력했다.
엄마 없이 맞이한 나의 첫 생리,
쥐구멍
에
라도 숨어 버리고 싶었다.
내 자신도 애에 불과했지만
배고프다고 보채는 동생을 챙겨,
밥을 해 먹이고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왔다.
엄마가 필요했지만 당신은 그 자리에 없었다.
어찌 당신은 당신만 바라보는 아이들을 놓고 떠날 수 있었나.
이곳에 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난 당신은
전혀 미안한 기색조차 없었다.
엄마가 되고 나니 자식을 떠난다는 것은 내 살을 도려내는 고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정한 사람.
당신을 한 여자로서 이해해 보려고도
노력 해
보았다.
그런데 엄마가 되어보니 나는 여자이기 이전에 엄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더 쓰다.
그렇게 떠났으면 잘 살기라고 하지.
당신의 종적을 찾아 헤매고 헤매다 마지막으로 발견한 흔적은 고시원 쪽방촌이었다.
결국 거기서도 당신을 찾지 못했다.
가깝게 지냈던 친적들에게 수소문을 해 보아도
누구도 당신의 소식을 알지 못했다.
누군가 그랬다.
요즘 세상에 이름만 알면 인터넷에 다 뜨는데,
너를 찾지 않는 것은 본인이 찾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냐고.
나는 항상 여기에 있었다. 당신을 기다리며.
고시원 쪽방촌을 서성이며 나는 당신
을
놓았다.
이제 다시 찾지 않겠다고.
그 결심이 한국에 돌아갈 때면
자꾸 흔들린다.
나중에 당신이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나는 어떤 마음일까.
원통하고 서운할까.
미안하고 그리울까.
하지만 당신은 선택을 했고,
나도 선택을 했다.
선택 뒤에 따르는 결과도 온전히 당신과 나의 몫이다.
같은 하늘아래 함께 있지는 못하겠지만
당신이 따듯한 연말
을
보내게
될 수 있기를...
당신의
다음 생애에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
하는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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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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