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누가 재즈를 따분하다 했는가

흠칫뚜칫 일렉트로 재즈

by 고추장와플

아주 오랜만에 베짱이씨와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베짱이씨가 콘서트티켓과 베이비시터까지 다 구해 놓고 콘서트에 같이 갈 준비를 다 해 놓았습니다. 갑자기 이렇게 시키지도 않았는데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니 좀 이상하네요.


오늘의 장르는 또다시 재즈입니다. 지난번 아비샤이 코헨의 콘서트도 재즈였는데 오늘도 재즈입니다. 우리 집 베짱이가 재즈뮤지션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특이하게도 일렉트로 재즈입니다.


오늘의 밴드는 Bandler Ching이라는 밴드인데요, 브뤼셀을 베이스로 활동하고 색소폰, 드럼, 일렉트릭 베이스 이렇게 트리오입니다.

Bandler Ching

Ambroos De Schepper -색소폰
Federico Pecoraro-베이스
Olivier Penu-드럼


왠지 모르게 이름이 낯설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맞습니다! 프렌즈 시트콤의 챈들러 빙의 CH와 B를 자리를 바꾸어 만들어진 그룹이름입니다. 이름부터 독특하고 톡톡 튀지요? 게다가 재즈인데 클래식 베이스가 아니라 일렉트릭 베이스?라고 생각하시겠지요? 이 밴드의 새로 발매된 앨범의 한 곡인 Mochi의 뮤직비디오를 먼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는 찹쌀떡, 그 모찌가 맞습니다.


https://youtu.be/64HN5ywpNkQ?si=ch3_tjIJUwUaIkcN


일렉트로 재즈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지루한 재즈음악이 아니라 흠칫뚜칫한 음악입니다. 인스트러멘탈 재즈와 EDM, 힙합 비트를 넘나드는 장르입니다. 일렉트릭 베이스를 기본로 색소폰과 드럼, 세 악기 모두 여러 가지 이펙트 (효과음)를 사용합니다. 바닥에 패널이 있고, 거기서 여러 가지 음향 이펙트를 만들어 내는데요, 그래서 저렇게 콘서트 도중 쭈그려 앉는 시간도 많이 있습니다.

무대위 음향 이펙트를 위한 기계패널들


도착하니 자리가 저렇게 되어 있습니다. 일렉트로 재즈라는 장르답게 힙스터 영 피플이 많이 있네요. 저보다 까마득하게 어려 보이는 젊은 관객이 많습니다. 그런데 왜 이 힙스터들 가득한 이 콘서트에 나이가 한참 많은 저희가 가게 되었냐고요?


사실은 이 밴드의 드러머가 베짱이의 제자입니다. 자기 제자를 응원하고 어떻게 연주하는지 궁금해서 간 것이지요. 베짱이는 이래 봬도 앤트워프라는 도시의 재즈계의 화석입니다. 앤트워프 컨저바토리, 그러니까 음대의 재즈전공 3회 졸업생입니다. 이쯤 되면 앤트워프 재즈씬의 암모나이트라 할까요? 졸업 후 음악학교에서 음대진학을 위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고, 본인의 음악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컨저바토리에서 강의해 달라고 했지만 자기 하는 일도 많은데 (어디가 하는 일이 많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시간 없다고 칼같이 거절하는 이 징글징글한 인간, 자기는 음대 강의 보다 자기의 음악이 하고 싶대요, 아이고 내 혈압! 답답하지만 그냥 취향존중 하기로 했습니다.

바도 열렸겠다 와인 한잔 시켜 봅니다. 두 잔 마시니 세상이 빙글빙글 돕니다.


콘서트가 시작했습니다. 항상 그렇듯 사전에 공부해 가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예상밖의 재즈 장르에 좀 놀랐습니다.


젊은 친구들은 흠칫 두칫 베이스와 신나는 재즈리듬에 몸을 흔들고 이곳은 클럽으로 변했습니다. 춤추고 신나게 몸을 흔드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저도 일어나 관람을 하는데, 베짱이는 역시 일어나지 않습니다. 끝까지 앉아서 관람을 하겠다는 의지, 재즈선비 답습니다.

끝까지 앉아서 보겠다는 의지의 베짱이, 옆의 대머리 아저씨도 베짱이과인가요?


다음 곡은 이 밴드의 흠칫뚜칫한 음악, Epoustouflant입니다. 제목 드릅게 어렵네요. 못 외우겠는데요?

https://youtu.be/ZjyeMePjPf4?si=Vpj4g8P3mWI7IiTO


그런데 베짱이 앞으로 모두가 일어서서 춤추며 관람을 하니 당연히 안보이지요. 결국엔 베짱이도 일어나 관람을 합니다. 처음부터 저렇게 관람장을 세팅한 이유는 스탠딩 콘서트란 의미였나 봅니다.


재즈콘서트임에도 불구하고 조명도 휘황찬란합니다. 막 색색의 조명에 레이저도 나오고 젊은 시절 홍대에서 놀던 생각이 새록새록 나며 즐겁네요. 베짱이도 일어서서 좌우 10도 정도로 흔들흔들합니다. 10도 이상은 민망하고 체면이 있어 움직이지 않습니다. 선비 맞네요.


베짱이는 이 밴드를 너무 흐뭇한 아빠미소로 바라봅니다. 정말 소름 돋는 것은 베짱이의 제자였던 드러머의 드럼 치는 테크닉이 놀랄 정도로 베짱이를 닮았다는 것입니다. 베짱이는 파워풀한 쿵쾅거리는 드럼테크닉이 아니고, 짧고 경쾌하고 움직임을 최대한 줄여 빠르게 속도를 내어 치는 드럼 테크닉을 구사하는데요, 이 밴드의 드러머가 딱 그러하네요. 직임을 최대한 줄인 것도 베짱이 같습니다.


독창적이고, 재미있고, 신선하다!라는 베짱이의 칭찬이 이어졌습니다.


음악을 잘 모르는 저도 신나게 즐겁게 색다르고 실험정신 가득한 컨템포러리 재즈를 즐기고 온 콘서트였습니다.


혹시나 이 글을 읽으시는 자라섬 페스티벌 관계자 여러분, 관심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ㅎㅎㅎ 재즈 암모나이트도 끼워 팝니다.


이상, 일렉트로 재즈콘서트에 다녀온 고추장 와플이었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