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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젤란트에서 자전거 타기

바다와 호수의 조합, 인생루트 발견

by 고추장와플

드디어 벨기에에도 봄이 오나 봅니다. 구린 날씨로는 세계 탑티어에 속하는 곳이지만 이번 주는 날씨가 좋습니다. 이런 기회를 그대로 날려버릴 수는 없기에, 하루 연차를 쓰고 나 홀로 자전거를 타러 나갔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벨기에의 북부, 그러니까 네덜란드와는 엎어지면 코 닿을 곳입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그 나물에 그 밥입니다. 사실 나라 이름이 다르기는 해도 벨기에 북부와 네덜란드는 실질적으로 Low countries로서 역사를 공유합니다. 다음에는 벨기에와 네덜란드가 왜 그 나물에 그 밥 인지를 좀 자세하고 안 지루하게 쌈빡하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아무튼, 날씨가 좋아 연차까지 내고 간 곳은 네덜란드의 젤란트(Zeeland)라는 지역입니다. 해석하자면 바다의 땅입니다. 저희 집에서 운전하고 50분 정도 가면 나오는 곳입니다. 빨간색 점선으로 표시된 지역이 젤란트지역입니다.


이 지역은 아주 특별한 지역입니다. 네덜란드는 바다보다 낮은 나라로 유명하지요. 1953년에 북해 대홍수로 1800명이 사망하고 10만 명 이상이 집을 잃었고, 국토의 9프로 이상이 물에 잠기게 됩니다.


그야말로 홍수에 취약한 지역이지요. 그렇다고 손 놓고 오또케 오또케만 할 수는 없으니 네덜란드 정부는 그 이름도 유명한 델타 프로젝트(Delta Project)를 개시하게 됩니다. 1958년부터 1997년에 이르는 장장 40년에 걸친 이 사업은 댐, 방조제, 수문 등의 건설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습니다.

이것이 바로 물반 땅반, 바다보다 낮은 나라

아마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들어 보셨을 이 델타사업은 홍수방지, 바닷물을 막아 농업에 기여, 경제적 이익창출을 하여 네덜란드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게다가 이 지역은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되기까지 하였죠. 그야말로 인간이 자연을 이긴 사례이지요.


델타사업으로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항구는 제가 사는 앤트워프의 항구와 엎치락 뒤치락하는 유럽 1, 2위를 다투는 항구가 되고 네덜란드는 세계 최고의 낙농업국가가 됩니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 강원도와 경상북도를 합친 것보다 조금 더 큰 41,543 제곱킬로미터의 면적입니다만 세계 2위의 농산물 수출국가입니다. 일등은 완전 넓은 미국인데 경상도만 한 작은 국가 네덜란드가 2위라니 대단하지 않습니까?


출처: 미국 국제 무역청 사이트

(https://www.trade.gov/country-commercial-guides/netherlands-agriculture#:~:text=The%20Netherlands%20is%20the%20world's,products%20after%20the%20United%20States.)


자, 젤란트 소개글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이제 저와 함께 떠나시지요!

그냥 아무렇게나 밀어 넣고 출-바알!

먼저 자동차에 자전거를 던져 넣습니다. 어떻게 넣든 문만 닫히면 됩니다.


저는 자전거를 사랑합니다. 왜냐, 자기가 먹은 것만을 연료로 해서 간다니 완전 신박하거든요. 뛰는 것도 좋아하지만, 제가 50킬로를 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바퀴 달린 자전거로는 100킬로도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지요.


어느 한적한 주차장을 찾아 주차해 놓고 이제 자전거를 타러 갑니다. 저는 Komoot이라는 앱을 주로 사용하는데 전 세계 유저들이 자기가 하이킹한 루트나 라이딩한 루트를 업로드하면 저는 그중에 지역, 운동종류, 운동강도, 거리 등등 내 구미에 따라 딱 선택해서 이어폰을 귀에다 꽂고 가면 알아서 왼쪽으로 가라, 직진해라 알려줍니다. 심지어 공짜! 개발자님 복 받으실 겁니다.

날씨도 좋고 아주 신납니다. 혼자 있으니 더 신납니다. 외향형이지만 혼자 노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자 이제 페달을 좀 아 볼까요? 레츠 고우!


저 잘 닦인 자전거 도로를 보십시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있어 자전거 사용자의 천국입니다. 전국 방방곡곡 저렇게 자전거 도로 네트워크가 잘 발달되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일반 도로가 아닌 자전거 도로로만 국토횡단도 할 수 있습니다.

역시 물의 나라답게 저렇게 보트들이 한적한 시골의 도크에 정박되어 있습니다. 곧이어 Veerse meer라는 호수가 나옵니다. 델타 프로젝트 방조사업을 하며 생긴 바다와 연결된 호수인데 오늘은 이 호수를 쭉 돌아볼 생각입니다.


호수가 정말로 바다처럼 넓고 큽니다.

역시 낙농업 최고의 국가답게 해피 카우도 나오고 해피 호스도 나옵니다. 이것이야 말로 오가닉입니다. 넓은 초원에서 행복하게 풀 뜯고 있는 소와 사진을 찍는 저에게 이글이글 레이저를 쏘는 잘 생긴 말들입니다. 크으, 카리스마 장난 아니네요.

여기까지 왔는데 셀카는 한 장 찍어줘야 집에 있는 베짱이(남편의 동의어랄까요?)한테 자랑도 하고 할 테니 어느 호숫가 피크닉테이블에서 가져온 과자를 까먹으며 셀카 하나 찍어줍니다. 셀카와 풍경사진들을 보냈는데 운동 싫어하는 베짱이는 별로 부러워하지 않네요. 그래요, 운동은 그냥 저 혼자 하는 걸로 할게요.

저 혼자만 신난 겁니까
키야 저 하늘색을 보십시오. 비만 주구장창 내리더니 드디어 푸른하늘.
음청나게 넓은 호수입니다.

델타 프로젝트 때 수문도 여럿 만들었습니다. 여러 개의 수문을 만들어서 필요에 따라 열었다 닫았다를 하며 물 높이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 아래의 사진이 수문인데요 으악. 저길 건너야 하는데...고소공포증이 있는데 높은 데다가 구멍이 숭숭 뚫려서 아래가 보입니다. ㅠㅠ 그래도 가야지 어쩌겠습니까. 자전거를 밀면서 가려니 더 발밑이 아득해집니다. 살려주세요.

그래도 다 건너고 정신 차려 보니 저렇게 한가로운 풍경이 보이네요. 전형적인 젤란트 전통가옥이 모여 있고 교회당이 아름다운 마을이었습니다. 쪼오오오기 교회가 보이시지요? 동네 규모에 비해 교회는 아주 크군요.

마을 풍경입니다. 아기자기의 끝판왕이네요

네덜란드 하면 풍차지요. 이 동네엔 풍차도 있습니다. 조그만 마을인데 우리가 상상하는 전형적인 네덜란드 이미지를 알짜배기로 모아놓은 마을이네요.

네덜란드 국기가 펄럭입니다. 덜란드 국기 없으면 프랑스 국기 가져다 반바퀴 돌려 걸어 놓으면 됩니다. 참 쉽죠잉?

가다가 아주 기막힌 뷰 포인트가 나옵니다. 가운데 자전거 도로를 사이에 두고 왼쪽은 북해의 Bree라는 해변이, 오른쪽엔 바다를 막아 만든 호수가 나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제가 모세가 된 느낌입니다. 물아, 갈라져라!!!

곰돌이가 서 있는 곳이 Bree해변. 좌청룡 우백호 아니고 좌바다 우호수 입니다
오른쪽은 호수
왼쪽은 북해

그런데 자전거를 많이 탔더니 배가 좀 고픕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풍경구경도 좋지만 뭘 좀 먹어야겠어서 스낵바를 찾아 새우튀김, 홍합튀김, 생선튀김 골고루 들은 믹스세트하나 시키고 콜라하나 마십니다. 9.5유로 나왔습니다. 이게 어딜 봐서 14000원이야 할 수도 있지만 바다를 보며 먹는 새우튀김과 생선튀김은 크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리고 자전거 탈 때 너무 많이 먹으면 속 울렁거려 안됩니다. 페달 구르다 토하는 수가....

이렇게 하늘이 푸르른 날에 저는 하늘, 바다, 호수, 동물구경 실컷 하고 맛있는 튀김도 먹고 혼자 너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젤란트에서 보내고 왔습니다.


젤란트는 유럽의 자연경관을 보고 싶어 하는 분들께 하이킹 내지는 자전거코스로 강추하고 싶습니다. 자전거 타고 여러 군데 돌아다녀 보았지만 정말 젤란트 루트는 제 인생루트였습니다.


이렇게 저는 57킬로 자전거 라이딩을 마치고 1552칼로리를 태우고 집에 왔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라면에 만두까지 넣어 끓여 먹고 하루종일 운동한 것을 30분 만에 도루묵으로 만드는 묘기를 시전 하였습니다.


오늘의 상식에 도움이 되는 델타 프로젝트, 네덜란드 젤란트이야기와 자전거여행이야기 끄읕!


이상, 고추장와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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