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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히아신스 가득한 신비로운 요정의 숲

엘프가 나타날 것 같은 신비의 숲

by 고추장와플

벨기에를 인접국을 여행할 때 거쳐가며 브뤼셀 반나절 투어를 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사실 볼 것 많고, 유명한 곳이 많은 데 유명하지 않은 벨기에에 하루 이상 할애하기에 시간이 아까운 것 이해합니다.


하지만 벨기에의 처지도 딱한 것이, 시간을 내줘야 좋은 곳을 구경할 기회도 생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이 반나절 기차에서 내려 그랑플라스와 오줌싸개 동상을 찍고, 돌아가면서 감상평으로 "에이 뭐 별로 볼 거 없네."라고들 하니까요.



오늘은 벨기에의 또 다른 숨겨진 명소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한국인들이 여의도에 벚꽃구경을 하러 가듯,

벨기에 사람들은 Hallerbos/ 할러보스로 야생 히아신스를 구경하러 갑니다.

이곳은 브뤼셀 인근에 있는 Halle라는 곳에 있는 숲입니다. Bos는 네덜란드어로 숲이란 뜻이죠.

브뤼셀에서 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며 공원이 아닌 숲입니다.

브뤼셀에서 기차를 타고 Halle역에 내릴 수도 있습니다.


이곳의 트레이드마크는 야생 히아신스로 4월부터 5월 초까지 개화합니다.

벨기에 사람들은 이 숲을 블루 카펫의 숲이라고도 합니다. 아 놔, 저는 정말 이런 아름다운 숲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이해가 안 갑니다. 벨기에 관광청은 열일을 하지 않는가 봅니다.


반지의 제왕 엘프 나라 Rivendell/ 리벤델의 한 장면으로 나왔어도 딱 일 것 같은데 말입니다. 반지의 제왕 촬영팀을 섭외하지 그랬습니까, 벨기에 관광청! 일을 안 할 겁니까!


할러보스는 자그마한 공원이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큰 숲입니다. 자그마치 640헥타르에 이릅니다. 저희는 아이들과 함께 10킬로를 하이킹을 했는데 숲의 아주 작은 부분을 걸었을 뿐입니다. 이곳에서 길을 잃으면 몇십 킬로를 걷게 될 수도 있습니다.

10킬로 하이킹. 숲의 반의 반도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만약 숲의 가장자리를 쭉 걸어 돌아온다면 아마 적어도 70킬로는 걸어야 했을 듯합니다. 그 정도로 큰 숲이란 이야기이지요.


숲으로 들어가는 길인데, 마치 알프스의 하이디가 뛰어나올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다시 한번 벨기에 관광청 반성하십시오. 스위스는 이거랑 비슷한 경관으로 돈을 쓸어 담는데 벨기에는 뭐 하는 겁니까?


숲에 도착합니다. 숨이 멎을 것 같은 푸른 카펫의 전경이 펼쳐집니다. 평소 같으면 아이스크림 사달라 졸라댔을 아이들도, 꽃구경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재주있으면 돈줄테니 이 숲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와 봐라!)간달프가 되어 나무 막대기를 하나씩 잡고 걷습니다.


정말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그리고 야생 히아신스의 향이 숲 전체에 퍼집니다. 정말 판타지영화에서나 나올듯한 신비로운 모습이지요.


일단 사진을 몇 장 보여드리겠습니다. 정말 말이 필요가 없지요. 너무 아름답습니다.


사진을 찍는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아무리 화소가 높고 비싸고 좋은 최첨단 카메라라고 해도 우리의 눈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셔터를 눌러봐도 제가 보는 정말 숨이 막힐 것 같은 이 풍경은 카메라에 찍히지가 않네요.



이날은 길가에 엄청나게 많은 쇠똥구리들이 있었는데, 저희 집 1호와 2호가 사람들 발에 밟힐까 봐 쇠똥구리를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옮겨주느라 생각보다 하이킹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쇠똥구리의 생명까지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을 보며 기특하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숲 밖으로 나오니, 거짓말처럼 갈증에 지치고 화장실도 급한 우리에게 카페가 나타났습니다. 브뤼셀 근방은 Geuze이라는 시큼한 맥주로 유명한데, 이 Geuze맥주로 체리맥주를 만듭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체리맥주 Gueze Kriek Boon을 생맥주로 팝니다. 시원하게 탭에서 채워주는데 10킬로를 걷고 마시는 체리맥주는 천상의 맛입니다. 특히나 지역맥주를 병이 아닌 탭으로 마셔서 너무 좋습니다.




오른쪽의 맥주는 관광도시가 있는 브뤼헤 지역근방에서 나는 맥주입니다. 그 지역 또한 맥주가 유명하지요. 벨기에 어느 지역을 가도 맥주가 유명하지 않은 곳은 없습니다.


신비하고 아름다운 숲에서의 하이킹, 그리고 마무리는 향긋한 체리맥주로 완벽한 주말을 마무리하였습니다.


하이킹 좋아하시는 분들은 혹시 브뤼셀에 오시게 되면, 그랑플라스와 오줌싸개 동상만 보지 마시고 벨기에에도 아름다운 숲이 있으니 여유를 내셔서 돌아보시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이상 벨기에의 고추장와플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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