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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와 중동음악의 만남 Anouar Brahem

월드뮤직의 세계 탑티어 콘서트

by 고추장와플

주말이 되었습니다.

아들 1호는 친구네서 자고 오고,

아들 2호는 스카우트 캠프에 가서 며칠 자고 옵니다.


17년 차 부부인 우리는 애들이 없으니,

갑자기 허전하고 이상합니다.

그래도 이 기회를 날려버릴 수는 없습니다. 뭔가 해야죠.


우리 집 남의 편, 베짱이씨는 쨔즈 뮤지션입니다.

홈 보이라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해, 음악 아니면 먹는 걸로 꼬셔야 밖에 나갈 수 있지요.


급히 저희 동네에서 하는 콘서트를 찾아보니,

세계 최고의 월드뮤직의 대가인 Anouar Brahem/아누아르 브라헴이 째즈의 전설과도 같은 베이시스트 Dave Holland/ 데이브 홀란드와 함께 Quartet /쿼텟으로 공연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티켓을 찾아보니 거의 매진인데 가격이 좀 많이 비쌉니다.

9만 원 정도 하는데 둘이 함께 가면 18만 원...

고민이 되기 시작합니다. 갈까? 말까?


하지만 최근 동료들로부터 사람들이 티켓을 사놓고, 아프거나 개인적인 사정이 생겼을 때 티켓을 되파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혹시 유럽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이 싸이트를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유럽 전역에서 진행되는 콘서트 티켓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티켓만을 전문으로 하는 당근마켓이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https://www.ticketswap.com/login?redirectTo=%2Faccount

본인이 산 티켓 보다 웃돈을 주고 파는 것은 금지되어 있고, 판매할 사람이 티켓을 올려놓고, 사이트에서 티켓이 진짜라는 것을 확인하고 증명이 되어야만 팔 수 있습니다.


이 싸이트를 통해 저희는 반값도 안 되는 금액, 1인당 4만 원에 티켓을 구매하였습니다. 티켓을 받아보니 판매자의 이름이 적혀있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카틀렌씨, 모쪼록 쾌차하시기를 바랍니다. 너온도를 드릴 수 있다면 한 70도 드렸을 것 같은데 당근이 아니라 매너온도가 없네요.



자, 먼저 아누아르 브라헴에 대해 알아봅시다.

튀니지 출생의 이 중동음악가는 중동의 기타 비슷한 우드/Oud의 연주자입니다. 중동음악, 모던 재즈, 클래식의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특한 장르를 개척한 아티스트입니다.

세계적인 레이블 ECM소속이며, 월드뮤직과 재즈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명성이 엄청난 톱클래스인 뮤지션입니다.


오늘 연주할 쿼텟은

Anouar Brahem 아누아르 브라헴 ㅡ 우드

Dave Holland 데이브 홀란드 ㅡ 베이스

Django Bates 쟝고 베이츠 ㅡ 피아노

Anja Lechner 안야 레크너 ㅡ 첼로


데이브 홀란드, 올해로 78세인 이 분은 그냥 존재 자체가 살아있는 전설입니다. 마일스 데이비스, 칙 코리아, 스탠 게츠, 셀 수 없을 정도의 세기의 초초초 탑 거물 재즈아티스트들과 작업한 엄청난 베이시스트입니다.

Dave Holland옹

솔직히 저 밑의 두 분은 잘 모르는 분들이지만, 연주를 들으니 탑 아티스트들이 선택한 이유를 알 것 같은 엄청난 연주자들이었습니다.


콘서트 홀에 들어갑니다. 사람이 득실득실합니다.

역시 이 구역은 베짱이의 구역입니다.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 말은, 뮤지션들이 보러 오는 콘서트라는 뜻이지요.

분명 멋진 콘서트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콘서트홀은 재즈, 힙합, 록 다양한 장르의 콘서트를 하는 으로 음향맛집으로 소문이 난 곳입니다.

저희는 시간을 딱 맞게 온 탓에 뒤쪽에 앉았습니다. 좌석번호 없는 콘서트였습니다.


콘서트가 시작했습니다. 어라, 근데 자리를 아무래도 잘못 잡은 것 같습니다.

내 시야를 가린 앉은 키 크신 타조알 아저씨

저 사진에서처럼 타조알 아저씨가 제 시야를 가립니다. 아오, 아저씨! 그래도 앉은키가 큰 것이 아저씨의 잘못은 아니니 그냥 제가 고개를 오른쪽 왼쪽으로 돌려가며 알아서 보겠습니다.



연주는 아주 잔잔했고, 고요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아비샤이 코헨과는 완전 반대되는 느낌입니다.

우드 자체가 굉장히 조용한 악기이기도 하고, 모든 악기가 이 우드의 밸런스를 맞춰 연주하다 보니 고요합니다.


모든 음악이 크고 폭발적인 사운드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죠. 이 콘서트는 재즈인 것 같기도 하며, 중동의 이국적인 소리가 나기도 하고, 클래식 채임버 뮤직 (실내악) 같기도 한 참 독특한 콘서트였습니다. 장르를 넘나들며 연주하는 아누아르 브라헴의 독창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피아노도 정말 필요한 부분에 색을 입하는 정도로 최소화했고, 마치 동양음악처럼 고요함 속에 울리는 절제를 느낄 수 있는 콘서트였습니다.


우리 집 쨔즈 뮤지션씨의 감상은 고요 속에 퍼진 폭발 같다였습니다. 고요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많은 것을 들려준 콘서트였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첼로의 선율이 소름 돋게 아름다웠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오늘 왔던 수많은 뮤지션들이 입을 모아 너무나 아름다운 콘서트였다라고 하는 것을 들으니 제 귀가 잘못된 것 같진 않군요.


특히나 제에게 좋았던 부분은 데이브 홀란드와 아누아르 브라헴의 티카타카 듀오연주였습니다. 우드의 이국적인 음색과 그의 멜로디를 받쳐주는 전설적인 데이브 홀란드의 베이스 연주, 역시 전설은 그냥 전설이 아니었습니다.


타조알 아저씨가 시야를 가렸지만, 그런 것들은 상관없습니다. 콘서트는 연주가 일어나는 그 순간에, 내가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니까요.


https://youtu.be/PB_2W8CEMgk?si=9xh1FxBYKY8j9V4f

출처: www.deroma.be



콘서트가 끝나고 cd구입을 위해 줄을 섰습니다. 아티스트들이 싸인까지 해 주는 데 그런 기회가 흔하겠습니까. 어랏, 저희 차례가 거의 다 되었을 때 78세 노장이신 데이브 홀란드 옹이 사라지셨습니다. 자러 가셨나 봅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시니 힘드시겠지요. 이해합니다. 하지만 아쉽습니다.

옆집 아저씨 같은 포근한 미소의 아누아르 아저씨와 뮤지션들
싸인받는 베짱이

아누아르 브라헴에게 싸인을 받으고 줄을 서서, 제 계획을 베짱이에게 말했습니다.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자고 할 거야." 그런데 제 뒤에 서 있던 여자분이 제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가 갑자기 자기도 같이 찍으면 안 되냐고 합니다. 두 번 찍자고 하면 안 찍어 줄 것 같다며...


그래서 그러라고 했지요. 아누아르 아저씨는 흔쾌히 오케이를 하십니다. 모르는 여자분과 함께 아누아르 브라헴과의 기념사진을 남깁니다. 세계 최고의 톱 아티스트답지 않게 정말 인자하시고, 친절하신 분이었습니다. 아주 흔쾌히 인자한 미소를 띠시며 사진을 같이 찍어 주셨죠.

모르는 여자분 포함 Anouar Brahem과 함께


그리고 같이 찍은 여자분 핸드폰으로도 사진을 보내줍니다. 알고 보니, 평소 하우스 콘서트를 기획하시는 분인데 나중에 자기 집에서 하는 콘서트를 오라고 합니다. 베이비시터가 구해지면 갈게요!

쨔잔, 이것이 그 씨디입니다. 최근 새 앨범도 냈지만, 남편의 뮤지션 친구들이 다 입을 모아 극찬한 앨범인 블루 마캄 Blue Maqams을 구입했습니다.


이렇게 또 영혼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귀호강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잊어버리기 전에 꼭 글로 남기고 싶어 이렇게 남겨 봅니다.


혹시라도 중동음악, 모던재즈에 관심 있는 분들은 유튜브에서 그의 음악을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com/playlist?list=RDEMFBYLOWQfl2TVWT_FNRbg6Q&playnext=1&si=kTbrNf2m0mew8qBc


그럼 다음 시간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씨유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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