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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인싸들의 집합지 마래지구

파리 안의 아늑한 작은 마을

by 고추장와플

오늘은 다섯 번의 파리 방문 중, 한 번도 안 해 본 것을 하려 한다. 최근 신입 동료들이 많이 들어왔다. 가만히 있어도 예쁨을 뿜뿜 뿜어내는 어린 동료들이 적극적으로 추천한 곳이다.

파리지엔 인싸들이 모이는 마래(Le Marais) 지구이다. 이곳은 관광객이 득시글 거리는 루브르, 오페라, 노트르담이나 몽마르트르와는 달리 파리의 젊은 층이 나가 노는 곳으로 젊은 감성과 힙함이 그득그득 느껴지며 또 유럽감성으로 무장한 곳이다. 노란색으로 표시해 둔 곳이 마래지구이다.

주요 관광지에서 약간 비껴나 있지만 충분히 들를만한 곳이다


지하철도 예사롭지 않다. 이곳에 가려면 Arts et Métiers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개떡 같고, 후지고, 냄새나는 파리의 다른 지하철 역과는 달리 뭔가 다르다. 역사는 잠수함처럼 꾸며져 있었는데 재미있고 독특했다. 의자와 쓰레기통까지 깔 맞춤을 했다.

공부를 하나도 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어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마래지구에서 베트남음식을 먹고, 식당 주인에게(주인도 베트남 이민 2세대, 3세대인 듯 보였고 힙함이 줄줄 흘렀다) 이곳을 걸으며 구경하고 싶은데 어디를 가야 하냐 물었더니 구글맵에다 Rue du Temple 혹은 Rue Vieille du Temple 둘 중 하나를 치고 그 주변을 걸어 보란다.

내가 정말 파리에 있는 것이 맞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늑하고, 이곳에 들어서니, 파리가 아니라 다른 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분위기가 정말 파리 시내와는 다르다. 젊은이들이 바글바글하다. 그래도 난 동양인의 어려 보이는 얼굴로 카바 치겠다. 나이는 말 안 하면 아무도 모르지 않겠는가.


그 동네를 걷기만 하는데도 정말 젊음과 힙함이 살아 숨 쉰다. 걷는데 벨루치언니가 말한다. 야, 이 중에서 우리가 가장 나이가 많은 것 같아.라고.

그래서 나는 "괜찮아. 우리도 마음은 20대야" 라며 위로해 본다. 걷는 골목골목마다 프랑스감성 그득한 카페며, 숍이며, 아틀리에가 가득가득하다. 파리의 인싸 젊은이들이 다 여기로 오는 것 같다.

서점마저도 파리감성이 물씬 난다. 서점 이름도 "소설처럼"이다. 캬아, 좋다. Librarie는 불어로 도서관이 아니라 서점이다. 도서관은 bibliothèque이다.

파리의 젊은 피는 이곳에 다 모였나 보다. 나도 덩달아 젊어지는 기분이다.


홍대 근처에서 살던 나의 20대가 생각난다. 그때에는 나도 파릇파릇했고, 밤새서 놀아도 에너지가 넘쳤는데 어둑어둑해지니 벌써 졸리다.

파리에 배낭여행 가는 대학생들은 꼭 꼭, 파리에 가서 관광지만 가시지 마시고 이 마래지구를 꼭 가보기를 바란다. 그 동네를 걷기만 하는데도 정말 젊음과 힙함이 살아 숨 쉰다.



이 글은 본래, 이탈리아 여자와의 파리여행의 한 화로 쓴 글인데, 실수로 브런치북에서 누락되어 발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직업병으로 인해, 다시 찾을 수 없거나 분류되지 않은 글에게 심한 연민을 느끼는 사람이기에 부득이 하게 매거진 고추장와플이 놀고먹고 있네로 분류하도록 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parisgochu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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