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기워야 할 것은

못된 버릇

by 고추장와플

주말 아침.

모두의 아침을 챙기고

식기세척기를 정리하고

두 번의 빨래를 돌리고

아이의 손톱 발톱을 깎아주고

옷을 갈아입히고

빨래를 널고

실과 바늘을 바쁘게 움직여

내가 애정하는 오래되어 헤진 의자를 기우며

동시에 입은 바쁘게

부모님께 전화를 하고

생일이 된 동생에게도 전화를 하고

오늘 18세가 된 조카에게 축하 비디오를 만들어 보내고

다시 점심때가 되어 점심을 들고

집 공사 하시는 아저씨들에게 과일을 깎아 드리고

아이의 알레르기 알약을 챙기고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오후 세시.


공사하던 아저씨들도 멀끔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갔고

남편은 애진작에 점심 먹고 나갔고

아이들도 깔끔하게 옷을 다 갈아입었는데


나는 아직도 떡진 머리에 잠옷차림이다.

누가 그러더라,

자기 자신을 먼저 챙기는 것도 연습이라고.

평생을 남만 챙기다 보니

이 버릇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내가 해야 할 일,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그것이 떨이처럼 가장 마지막에 남는다.

아이들 두고 여행 잠깐 갔다 온다고

이 고질적인 문제가 고쳐지지는 않는다.


나는 의자를 기울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먼저 기웠어야 했다.


매일매일 결심하고

매일 내 결심과는 다르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이 이상한 습성.


내일은 나를 먼저 기워야지.

내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