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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시작점, 싼 숙소 찾기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냐가 중요할 뿐

by 고추장와플

여름 방학과 휴가가 다가온다. 어딜 가야 할지 정하는 것은 오로지 숙소의 가격에 따라 달렸다. 개인적으로 나는 비싼 숙소를 선호하지 않는다. 우리 집 베짱이는 자기가 다 설치해야 하는 캠핑은 극혐을 한다. 모두의 취향을 반영하자면, 허름한 건물이라도 지붕과 벽이 있는 건물이어야 한다. 우리 집의 형편을 생각하면 비싸서도 안된다.

인테리어 예쁜 것은 내 집 아니면 아무 의미없다

숙소는 아이들이 잘 1인용 침대 두 개와 우리가 잘 2인용 침대 하나, 그리고 작은 주방과 샤워공간 정도면 당첨이다. 인테리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머리를 누일 수 있고, 들짐승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공간,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하다. 이러다 동굴에서 잘 기세다.

이 곳도 우리의 기준에 딱 부합하기는 한다.



나는 이탈리아를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여름의 이탈리아 숙소가격은 그야말로 부르는 것이 값이다. 일주일 바닷가 숙소를 예약하려 했더니 대략 170-200만 원 사이다. 이러다가 휴가를 못 갈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이탈리아를 포기했더니 다른 지역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맞은편, 바다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크로아티아의 어느 아파트가 말도 안 되는 싼 가격에 에어비엔비에 딱 하고 올라와있었다. 내가 위에서 언급한 모든 조건에 충족하는데 6박 7일에 가격이 99만 원 밖에 안 했다. 게다가 회사 복지 바우처로 에어비엔비 할인을 받았더니 92만 원, 590유로다.

사기급으로 싼 숙소에 처음엔 불안했다. 사기라서 도착했는데 집이 없으면 어쩌지? 란 생각도 들었지만 만약 집이 없으면 차에서 자면 되고, 에어비앤비를 닦달해서 돈을 다시 받아내면 되지라 생각했다. 역시 배짱하나는 끝내주는 나다. 다행히도 이 숙소는 NOVASOL이라는 휴양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곳이어서 답변과 예약확정 메일도 빠르게 도착했다.


내가 여행예약에 주로 사용하는 플랫폼은 세 곳이다. 먼저 많은 분들이 아시는 부킹닷컴, 나이트 부킹이 아니라 호텔부킹에 주로 사용되는 전 세계적인 플랫폼이다. 찾아보면 가끔 싼 아파트들도 빌릴 수 있다.

https://www.booking.com/index.ko.html


두 번째로는 모두가 알고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계의 일인자이다. 이 곳은 전세계에 많은 숙소들이 등록되어 있어 원하는 장소에 숙소를 찾기가 용이하지만 가격이 비싼편에 속한다.

https://www.airbnb.co.kr/south-korea/stays


세 번째는 많은 분들에게 생소한 Vrbo인데, 사실 Vrbo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본사가 위치한 익스페디아 그룹 소속으로 에어비앤비보다 오래 된 플랫폼이다. 주로 북미나 유럽지역에 호스트가 많이 있고, 에어비앤비와는 다른 호스트 수수료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에어비앤비는 등록하지 않고 이 곳만 등록하는 사례도 많기 때문에 두 플랫폼을 비교하면서 숙소를 찾으면 싼 곳을 잘 찾아낼 수 있다.

나 또한 몇 년전 프랑스의 노르망디에 vrbo를 통하여 한 바닷가의 숙소를 저렴하게 예약하여 가성비 충만한 휴가를 보내다 오기도 하였다. 한국어도 지원된다.

https://www.vrbo.com/


여기다! 처음부터 크로아티아가 목적지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숙소비가 싼 곳이 목적지가 되는 사람들. 그렇게 우리의 목적지는 정해졌다.


이제 어떻게 가야 할지를 생각해 봐야 했다. 비행기값을 찾아봤더니 성수기라 비싸다. 4인가족이라 생각보다 경비가 너무 많이 든다. 우리가 가진 것은 체력, 몸으로 때우는 것이 가장 쉬운 우리는 그냥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우리가 가려는 크로아티아 이스트리아 <Istria> 지역은 내가 살고 있는 벨기에에서 1300Km나 떨어져 있지만, 까짓것 뭐 둘이 번갈아 가며 운전하면 되지라 생각했다. 어떻게든 도착만 하면 되는 거 아니겠나. 13시간만 운전하면 되는데, 뭐 까짓것 멀미약 먹고 죽었다 생각하고 운전하면 되는 거다.


숙소는 지도로 보기에도 시골의 작은 마을에 있었기에 다른 도시를 방문하거나 바다에 가려면 차가 필요했는데 렌터카를 빌리지 않아도 되니 오히려 더 잘 되었다. 우리가 더 나이가 들기 전, 체력이 있을 때 이런 노가다 여행이 돈을 아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집 앞에 있는 올리브 나무 밭, 밭한가운데 있던 펜션


우리가 빌린 아파트 외관
허허벌판이지만 우린 체력을 주고 지붕을 얻었다


이렇게 아주 싸게 집을 빌렸으니 일단 여행준비의 반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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