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이스트리아 <ISTRIA> 이야기
나는 이탈리아 덕후다. 하지만 이번 여름은 이탈리아 숙소 가격이 헉 소리 나게 비싸서 못 가게 되었다. 후훗, 그렇다면 이탈리아 가까운 데로 가면 되지 않겠어? 이탈리아로부터 물리적으로 가까우면 이탈리아 가는 거나 마찬가지지라고 생각해 잡은 숙소는 크로아티아 포레치 <Porec>에 위치해 있다. 이스트리아 <Istria>는 크로아티아의 북서쪽에 위치해 있는 지역이름이며 아드리아해의 베네치아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포레치 <Porec>, 로비니 <Robinj>, 뿔라 <Pula>가 대표적인 세 도시이다.
크로아티아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무엇일까? 당연하게도 크로아티아어이다. 슬라브어 계열로 폴란드어와도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는 언어인데 이 지역은 신기하게도 이탈리아어가 공용어이다. 도로 표지판이나 공공기관의 표지판도 이탈리아어와 함께 표기되어 있다. 도시의 느낌도 어쩐지 모르게 이탈리아 느낌이 물씬 난다. 발칸 느낌도 나면서 이탈리아 느낌도 나고 참 신기한 곳이다. 베네치아 공화국의 일부였으니 그도 그렇겠지만, 정말로 신기하게도 이탈리아와 똑 닮았다.
이 지역은 고대로는 로마의 식민지였고, 13세기부터 18세기까지 베네치아 공국아래 있었으며, 그 이후 오스만-헝가리 제국 소속이었다가 1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땅이 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야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어,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코소보, 마케도니아 7개국으로 구성된 유고슬라비아연방이 되어 이탈리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된다. 우리가 한번쯤 들어 본 유고슬라비아 내전(1991-1995)이 가장 치열하게 이루어진 곳도 크로아티아이다. 특히 내가 갔던 슬로베니아와 국경을 맞댄 이스트리아 지역은 전쟁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던 지역이지만 지금은 전쟁의 상흔은 사라지고 많은 이들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다.
우리가 머물던 포레치 시내에 나가면 베네치아로 출항하는 수많은 페리들이 보였다. 지금까지도 이탈리아 베네치아- 프리울리 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 지역 토박이인 경우 대대로 집안에서 쓰이는 말이 이탈리아어인 경우가 많고, 슈퍼나 상점에서도 쉽게 이탈리아어가 통한다. 한편으로는 이곳으로 일을 하러 이스트리아 토박이가가 아닌 타 지역에서 온 사람도 많기 때문에 타 지역 사람들과 의사소통에는 영어가 편리하다. 나는 이탈리아어를 먼저 던져보고 안되면 영어로 바꾸었다.
이곳의 사람들은 언어천재다. 오스트리아가 가까이에 있어 독일어도 곧 잘하고, 이탈리아어, 영어에도 능하다. 레스토랑에서는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어서 그 나라 말을 손님 국적에 맞추어해 주기도 하지만, 한국어는 애석하게도 불가능하다. 한국어까지 가능하다면 정말 대박일 텐데!
베네치아식 건축물들과 고대 로마시대 시절에 지어진 신전, 포럼, 원형경기장까지 잠시 사진 감상을 먼저 하고, 다음 시간부터 본격적인 휴먼다큐 여행이야기를 들려 드리겠다.
커밍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