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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살고 봐야 하는 가족 로드트립 준비물

나도 사람이라 일단 살고 봐야 한다

by 고추장와플

아이들과 하는 여행은 기가 빨린다. 더군다나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 아닌 긴 여행이라면, 아이들을 위한 엔터테인먼트는 필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심심해, 언제 도착해? 지겨워, 배고파 이 네 가지 문장 혹은, 울음과 고성으로 귀에 딱지 지는 일이 생길 수가 있으므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만반의 준비란 무엇인가.

차안에서 무슨 수를 쓰든 아이들이 조용한 것이 최고다
휴가가 끝나고 더 피곤해 질 수 있다

1. 넷플릭스, 태블릿, 닌텐도든 뭐든 일단 조용한 것이 최선이다.

잊지 말자. 이 휴가는 나에게도 휴가이다. 내가 편해야 모두가 편하다. 긴 시간 동안 차 안에서 찡찡대는 아이들을 데리고 있으면 속에서 천불이 난다. 일단 재미있게 해 줘야 한다. 넷플릭스 꽉꽉 채워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를 다운로드해 놓는다. 바보상자면 어떤가. 매일 보는 티브이가 아니라면 휴가동안만큼은 눈 감아 주자. 아이들은 차에서 스쿠비두와 숀더쉽, 케이팝데몬헌터스 기타 등등 미친 듯이 넷플릭스를 시청하며 왔지만, 그 덕분에 나와 베짱이는 차분하게 운전하며 올 수 있었다. 운전하는 것도 힘든데, 웬만하면 눈 감아 주자. 차 뒷좌석에 태블릿 거치할 수 있는 거치대를 준비하면 차 안 영화관이 되어 아이들이 조용해진다. 그리고 이 경우, 이어폰은 필수다. 내 머리 뒤에서 장장 몇 시간 동안 계속 소리가 난다 생각해 보라. 고문 그 잡채다. 아이들에게 이어폰 한쌍을 나누어 주면 알아서 서로 나눠서 잘 듣는다. 기억하라, 넷플릭스 다운로드, 태블릿, 닌텐도, 이어폰! 이것이 내가 살 길이다.

내가 먼저 살고 봐야 한다

2. 간식준비는 넉넉히. 초콜릿, 쿠키, 사탕을 눈 감아 주자

한창 크는 아이들은 돌아서면 배가 고프다. 움직이지 않고 차 안에서 넷플릭스만 시청해도 계속 배가 고프다. 그러니 출발 전, 앞 좌석에 먹을 것을 아주 빽빽하게 채워 준비해 가자. 자른 오이, 당근, 토마토와 같은 건강한 간식도 준비하고 초콜릿과 쿠키, 사탕도 준비해 가자. 평소에 이런 것들을 잘 먹지 못하게 하는 부모라도 오늘만큼은 그냥 풀어주자. 운전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아이들이 평소에 먹지 못하는 도파민이 분비되는 단 것들을 제공하면 지겹다, 언제 도착하냐 라는 불만이 적어지므로 유리하다. 기억하라, 운전 초반에는 건강한 간식, 그리고 운전시간이 길어지면 눈이 돌아갈 평소에 못 먹는 간식을 제공하라. 하루 단것 먹는다고 죽지 않는다. 내가 먼저 살고 봐야 한다.


3. 철저하게 비운 내 마음

이미 위에서 언급했듯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로드트립은 쉽지 않다. 기대도 말고 마음을 철저히 비워가야 한다. 그래야 작은 순간순간을 감사하게 된다. 마음을 비우고 가도 때때로 1000도 정도 되는 불덩이가 배에 들어앉은 기분이 수시로 드니 철저하게 마음을 비워가야 한다. 옴마니 반매훔을 외워도 좋고, 주님을 찾아도 좋고, 관세음보살을 찾아도 좋다. 그냥, 마음을 비우고 가자!


슈퍼에 가서 이러고 있는 꼴을 봐도 남에게 피해만 안 주면 놔두자


4. 중간 기착지

1300km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무려 네덜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국경 4개를 건너야 하는 장거리다. 구글맵은 우리에게 14시간이라는 운전시간을 보여주었고, 실제로 교통체증과 도로상황 때문에 걸린 시간은 17시간이었다. 성인도 17시간이면 나가떨어질 텐데, 아이들에게 그 긴 시간을 차에만 있으라고 하는 것은 고문이다. 중간 기착지를 잡아, 그곳에서 하룻밤 묵어가기로 했다. 올 때, 갈 때 다른 곳을 정하면 두 도시를 추가해서 관광할 수 있지만 나는 같은 곳을 예약하는 것을 선호한다. 오랫동안 운전하는 것도 스트레스인 데다가, 새로운 곳을 가면 위치정보를 찾는 것, 체크인하는 그 모든 미지의 것들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그래서 우리는 갈 때, 올 때 두 번 다 같은 곳을 예약했다. 우리에게 남은 에너지가 허락한다면 시티트립도 가능한, 아름다운 독일의 도시 뉴렌베르크로 중간기착지를 정했다.

우리의 목적지 크로아시아 포레치, 그리고 중간 기착지인 독일 뉴렌베르크
중간 기착지 뉴렌베르크에서 열심히 닌텐도 게임중

자, 짐도 대충 쌌으니 이제 뉴렌베르크로 출발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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