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에서 가장 가까운 이탈리아 도시 트리에스테
뉴렌베르크에서 우리가 머무는 포레치 까지 10시간을 운전해 온 탓에 베짱이는 도착과 함께 이곳에 머무는 동안 1시간 이상 거리는 운전하지 않겠다 선언했다. 이탈리아 덕후인 나에겐 사실 계획이 있었다.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가까운 이탈리아 대도시인 트리에스테(Trieste)에 가는 것이었다. 나는 이탈리아가 엎어지면 코앞인데 1시간 40분 거리에 있는 베네치아-프리울리 줄리아주의 중심도시인 트리에스테에 가고 싶지 않냐고, 맛있는 파스타를 먹으러 가자고 베짱이를 꼬시기 시작했다.
구글맵에서 보이는 트리에스테는 정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였고 베짱이가 말한 1시간을 넘기긴 했어도 1시간 40분, 서울-천안 거리밖에 안 되니 베짱이도 솔깃해했다. 솔깃해하는 낌새가 보이자마자, 이탈리아에서 유일무이하다는 바다가 보이는 이탈리아 통합 광장, 피아짜 델 우니타 디탈리아를 보여주었다. 거의 다 넘어왔으니, 먹을 것으로 한 번 더 그의 심장을 저격한다.
"트리에스테는 합스부르크왕가의 영향아래 놓여서 굴라쉬에 뇨끼를 넣어 먹는 지역음식이 있대."
마지막 한 문장에 베짱이는 넘어왔다. 우리는 아침 일찍 트리에스테를 향하여 출발했다.
트리에스테는 로마제국의 식민항구도시 Tergest에서 출발했다. 5세기부터 10세기 까지는 게르만족, 롬바르드족, 프랑크족의 지배를 받았다. 중세에는 베네치아의 영향력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합스부르크 왕가에 자진 귀속된다. 191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무너지자 이탈리아로 통합된다.
트리에스테는 베네치아에 대항하기 위해 전력적으로 육성한 항구도시로 이탈리아인, 독일인, 슬로베니아인, 그리스인, 유대인들이 이주하여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이다. 지리적으로도 라틴, 게르만, 슬라브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도시이다.
드디어 도착한 트리에스테 중심가. 그런데 풀라처럼 이곳도 마찬가지로 주차할 곳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결국 시내 중심가 주차장이 만차가 되어 시내에서 떨어진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웠다. 주차할 곳 찾다가 30분이 지났다. 황금 같은 시간을 이렇게 써 버리다니.
차를 주차하고 찬찬히 살펴보니, 내가 이탈리아에 온 것이 실감이 난다. 이탈리아에 왔으면 파스타는 먹어줘야지 않겠나.
베짱이가 검색을 하더니 이 동네 사람들이 가는 맛집을 찾았다 하여 들어갔다.
인테리어부터가 동네사람들이 가는 식당이다. 이탈리아 식당은 몇 종류가 있다. 가장 고급진 순서대로 리스토란테(Ristorante)-트라또리아(Trattoria)-오스테리아(Osteria)로 구분된다. 리스토란테는 고급식당이며 오스테리아는 우리식으로 말하면 기사식당 혹은 김밥천국쯤에 해당한다. 동네 사람들이 차려입지 않고도 쓱 밥 먹고 나올 수 있는 곳이며 트라또리아는 그 중간정도 된다 생각하면 된다.
밥 맛은 어딜 가나 기사식당이 끝내준다. 하여, 우리는 오스테리아에서 밥을 먹었는데 역시 빙고! 감자옹심이와 헝가리식 쇠고기찜이 함께 요리된 음식도, 아이들이 선택한 파스타 라구도, 까르보나라도 합격이다. 파스타 라구(Ragu)는 이탈리아가 아닌 타국에서 볼로네즈 파스타라 불리는 음식인데, 이탈리아에서는 볼로네즈라 불리지 않고 라구라 불린다. 이탈리아 도시, 볼로냐에서 유래되어 볼로네즈 파스타가 된 것인데, 이탈리아에서 볼로네즈 파스타 주문하면 파인애플 피자를 달라 했을 때의 눈빛을 경험할 수 있다. 볼로네즈 파스타를 시키고 싶다면 파스타 라구를 찾으면 된다.
내가 선택한 음식은 Tagliatelle Scoglio인데 이탈리아어를 번역하면 바위 파스타이다. 쉽게 말하면 시푸드 파스타인데 이름의 기원은 어부들이 바위 가까이에 배를 정박해 놓고, 방금 잡은 싱싱한 해산물로 뚝딱 만들어 해 먹었다 해서 바위 파스타이다.
운전하는 것이 싫어도 배부르게 맛있는 음식을 먹은 베짱이와 아이들은 기분이 좋다.나 또한 맛 조개와 각종 해산물이 잔뜩들은 끝내주는 파스타를 먹었으니 말할 것도 없고.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 채 우리는 든든한 배를 하고 마냥 행복하게 레스토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