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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쿠오 바디스-헨리크 시엔키에비츠

Quo Vadis-Henryk Sienkiewicz

by 고추장와플

도미네, 쿠오 바디스 (Domine, Quo Vadis.)는 라틴어로 "주여, 어디 가시나이까?"라는 뜻이다. 종교서적이기에 선택한 책이 아니다. 네로 황제 시절의 로마가 궁금해서 읽게 된 쿠오바디스는 폴란드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헨리크 시엔키에비츠(Henryk Sienkiewicz)가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썼으며 1895년에 출간된 소설로 로마가 기독교를 받아들이기 전, 기독교도들을 탄압하고 황제숭배를 하던 때를 그리고 있다.

시엔키에비츠는 이 소설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고, 노벨상을 수상했다. 누군가가 그랬다. 폴란드의 역사와 한국의 역사가 매우 닮았다고. 그는 탄압받으면서도 꿋꿋하게 믿음을 지켜내는 로마의 핍박받는 기독교인들을 통해 폴란드의 정신을 그리고 싶어 했다고 한다.


로마에는 산타마리아 인 팔미스(Chiesa di Santa Maria delle Piante)라는 아주 자그마한 성당이 있는데 이곳은 베드로의 발자국이 찍혀 있다. 이 성당의 다른 이름이 쿠오 바디스 성당이다. 박해를 피해 도망가던 베드로가 부활한 예수를 만났던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Domine, Quo Vadis?)"라 물었더니, 예수가 "나는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러 로마로 간다."(Eo Romam iterum crucifigi)라고 대답한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 시엔키비츠의 흉상이 있고, '시엔키비츠가 이곳에서 쿠오바디스의 영감을 얻다'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Santa Maria delle Piante/ Chiesa Del Domine Quo Vadis

오래전에 쓰인 고전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따분하지 않고 수월하게 읽혔다. 고대 로마를 마치 실제로 본 것처럼 아주 세세하게 묘사했는데 실제 일어났던 사건인 로마 대화재(AD.64)를 옆에서 지켜본 듯 생생히 기술하였고, 역사적 실존인물들과 가상인물들을 적절히 섞어 소설의 긴장감을 더했다.


특히나 정신이 온전치 못한 것처럼 갈팡질팡, 줏대 없고 폭력적인 성향의 네로와 전처를 살해하게 만든 포파이아를 잘 재현했다.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유능한 행정가이며 주인공의 숙부로 나오는 페트로니우스도 생생하게 잘 그려냈다.


이 작품은 사랑이야기, 역사, 종교까지 총 망라하여 아주 물 흐르는듯 유려하게 그려 낸 작품이다. 책이 얇지는 않다. 민음사에서 출판된 책을 찾았는데 1권과 2권으로 나누어져 있다. 얇지 않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페이지는 수월하게 넘어갔다. 책의 내용은 읽으실 분들을 위해 아주 간략하게 소개한다.


페트로니우스의 조카이자 명망 있는 집안의 귀족자제, 비니키우스는 우연히 리기왕국의 포로인 공주, 리기아에게 첫눈에 사랑을 느낀다. 리기왕국은 로마에 패망하였으므로 사실 노예가 되어야 했으나, 퇴역한 장군인 아울루스와 폼포니아의 수양딸로 받아들여졌는데 온갖 술수를 써서 리기아를 자신의 소유로 만들려 한다. 리기아도 사실 비키니우스가 싫지는 않았으나, 그의 거친 행동에 실망을 한다. 그러나 그는 점점 진정으로 그녀를 위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시엔키비츠는 로맨스 또한 잘 그려내는 작가였다.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잘 나가는 드라마 폭군의 셰프와도 조금 닮아있었다. 리기아에게 첫눈에 반한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비키니우스가 리기아에 의해 점점 순한 양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요즘말로 정주행을 하게 만드는 대박흥행 포인트를 잘 짚어냈다.

아니, 이 전개는? 폭군의 셰프가 아닌가.


기독교 서적으로 읽지 않아도, 로마 역사에 관심이 있거나, 고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읽어도 좋을, 고전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좋은 작품이었다. 혹시라도 로마에 갈 일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로마를 한층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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