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시드 이야기 8
토마스의 보물창고를 열어 준 후, 라시드는 종종 아이들을 불러 게임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토마스가 알면 아마 기절하겠지. 전문 수리기사까지 불러서 고쳤다고 라시드가 말했는데, 토마스는 모르는 우리와 라시드만의 비밀이다.
이 집에 들어와 살기 시작한 지도 거의 5일이 되어 간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시내 한복판에 사는 건 아직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어제는 집 앞의 큰 길가에서 성인 남자 두 명이 서로의 멱살을 잡고 싸우며 난장판이 되었다. 남편은 경찰에게 전화를 했고 경찰이 와서야 싸움이 멈췄다. 일방적으로 얻어맞은 남자는 눈 주위가 부풀어 올랐다. 며칠 전, 우리 집에 커튼을 달아주러 왔던 라시드처럼. 조용한 교외의 주택가에서 살다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 동네에 익숙해지려면 아직도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출근을 하는데 첫째가 말한다.
"엄마, 2명씩 짝지어서 하는 숙제가 있는데 같은 팀인 친구가 핸드폰이 없어. 그래서 주말에 약속 잡기 힘든데 여기 데려와서 숙제 같이 해도 돼?"
하필이면 상상가능한 모든 갈색과 누런 빛의 물 샌 자국이 가득한 집에 아들이 친구를 데려와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숙제할 곳도 마땅치 않고 엄격한 부모님 때문에 중학생이지만 핸드폰이 없는 친구의 사정을 생각하면 이 아파트에서 함께 숙제를 하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이었다.
"그래, 그럼 데려와서 숙제해."
출근을 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첫째였다.
"엄마, 집에서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 가스냄새인 것 같은데, 친구도 가스냄새 같대. 그래서 일단 창문은 열어놨어."
머릿속이 하얘졌다.
"문은 최대한 활짝 열어놓고, 아무것도 만지지 마. 그리고 밖에 나가있어."
2년간 사람이 살지 않아 비어있는 아파트라고 했는데 가스가 새는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남편도 집에 없었다. 나는 서둘러 일을 마치고 중학교 1학년 짜리 두 명이 있는 가스가 새는 집을 향해 죽을힘을 다해 페달을 굴러 집에 도착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