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사라졌다

건물관리인 라시드이야기 13

by 고추장와플

일주일여가 지났다. 그토록 간절했던 난방이 들어오니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덜덜 떨며 보냈던 기억은 희미해졌다. 우리가 이곳에서 지내기로 했던 두 달, 금방 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잘 가지 않는다. 가져온 살림살이도 기본적인 생활만 할 수 있도록 챙겨 왔고,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지내는 아파트는 아늑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내 한복판의 정신없는 길 가에 있는 아파트에 우리는 도통 정을 붙이기가 쉽지 않았다.

거주민으로 등록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집을 싸게 빌린 터라 주민에게만 무료로 발급되는 주차증이 없어 우리는 1 달 주차비용을 미리 지불했다. 185유로, 약 31만 원을 주차요금으로 지불했다. 그런데 1달이 지난 것을 깜빡하고 연장하는 것을 잊어 이틀이나 벌금을 물게 됐다. 벌금은 하루 10만 원, 20만 원이다. 뜨악하고 부랴부랴 연장을 하며 다시 31만 원을 냈다. 주차요금으로 두 달 동안 82 만원을 지불했다. 어마무시한 주차비는 남편이 드러머이기에 콘서트에서 연주를 하려면 드럼을 가지고 가야 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이고, 배야. 무언가를 구입한 대가도 아니고 원래 살 던 집에서는 공짜인 주차를 이 큰돈을 내고 하려니 속이 너무 쓰리다. 집 떠나면 원래 고생이다. 제발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꾸역꾸역 흘러갔고 어느덧, 6주가 지났다. 이곳에 사는 단 한 가지 장점은 회사와 가깝다는 것이었다. 공사 중인 외곽의 우리 집에서는 자전거로 30분이 걸렸지만 이 아파트에서는 고작 10 여분 거리였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나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다.


또 다른 하루가 밝았다. 출근준비를 마치고 자전거가 세워져 있는 1층의 아파트 공동현관으로 갔다. 내 자전거가 없다. 내 자전거가 어딨지? 난 분명 어제 자전거로 퇴근을 하고 여기에 세워 두었는데 귀신같이 사라졌다. 현관문은 세입자들만 열 수 있기 때문에 별 걱정 없이 자물쇠를 채워놓지 않은 내 잘못이다.

벨기에에서 진작 배웠어야 하는 교훈,

자나 깨나 자전거 조심

은 매 번 잊고 매 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다. 지금까지 잃어버린 자전거만 4 대다. 문 밖 이든, 안 이든 자물쇠를 이중, 삼중으로 채워도 모자랄 판에 자전거를 자물쇠 없이 세워두다니.


"여기 있습니다, 가지세요!" 나 마찬가지 아니던가.


한편으로는 억울하기도 하다. 공동현관에 세워진 수많은 자전거 중에 왜 하필 내 자전거인지 모르겠다. 자물쇠가 채워져있지 않은 다른 자전거도 많은데 말이다.


모기지 은행대출, 아파트 렌트비, 주차비, 거기다 자전거도 하나 해 먹었다. 새 자전거는 100만 원가량 할 텐데 눈앞이 캄캄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아파트 공동현관에는 카메라가 한 대 있었다. 지난번에 라시드가 자전거는 여기에 세워두면 된다고 말하며 카메라 영상이 1주일간 보관된다고 했다. 어제 없어졌으니 도둑이 누구인 지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공동현관을 열고 들어왔으면 분명 아파트 세입자 혹은 세입자의 친구일 것이 분명하다. 라시드가 아는 사람이길 바라며, 남편에게 라시드에게 자전거 가져간 사람 영상을 확인해 달라고 하라고 부탁하고 트램으로 출근을 했다.


아, 트램까지 탔으니 주차비와 교통비는 82만 3 천 원이다. 젠장.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