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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균 Sep 02. 2017

우리가 몰랐던 코스트코

#29. 코스트코의 넛지 전략

'한 달치 물건을 구매할 때는 코스트코지!'


'홀세일 마켓' 이 한국에서 인기다. 코스트코를 비롯해 롯데 빅마켓(VIC Market) 등은 마치 창고에서 물건을

고르듯 수많은 물건들을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싸게 파는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보통 창고형

매장에 갈 때는 10만원, 20만원 정도를 쓸 각오를 하고 가야 한다. 그 이유는 1달치. 혹은 그 이상의 용량이

담겨 있는 물건들을 사다 보면 어느새 10만원, 20만원이 넘기 때문이다.


코스트코는 그렇다면 어떻게 한국에서 인기를 끌게 되었을까? 아니, 어떤 카드를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찾는 매장이 되었을까? 사실 코스트코의 매장을 들어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소비를 할 수 밖에

없도록 하는 선택설계들이 존재한다. 이 드넓은 매장에서 소비를 하지 않으려면 그 곳에 아예 가지 않아야

할 정도로 말이다. 그렇다면 코스트코라는 매장에 존재하는 선택설계, 즉 넛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오늘은 코스트코와 같은 창고형 매장에 숨겨져 있는 몇 가지 넛지 전략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회원제 ; 가야 한다는 의무감 부여하기


코스트코는 매장에 들어갈 때, 철저한 회원제를 고수하고 있다. 그들이 회원제를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회원제 자체가 수익이 되기 때문일까? 회원제 때문에 사람들이 더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픈

마음이 없지는 않을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 회원제는 오히려 정기 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을

큐레이팅하는 수단이며, 정기 고객을 자주 방문하게 하는 넛지 전략이다. 그렇다면 마트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이들에게 회원제는 어떤 넛지전략을 발휘할까?


회원제의 핵심은 '소속감', '무제한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 이다. 회원제는 회원이 아닌 사람과 회원인

사람들에게 주는 혜택을 따로 부여하여, 즉 회원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부여하여 회원들이 매장 자체에

애착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애착을 느껴 더 자주 방문하게 만든다. 회원제를 끊지 않은 사람은

매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 창고형 매장이 회원들로 하여금 소속감, 애착을 가지게 하기 위한

선택설계 전략이다.


사실 애착보다 더 중요한 것은 회원제를 끊은 고객들이 자주 방문하게 하는 것이 매장의 입장에서는 더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다면 고객들이 더 자주 방문할 수 있게 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해답 '연간회원제', 즉 정액 요금제를 통해 사람들이 매장에 정기적으로 방문하도록 하는 

선택설계를 구사했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매장의 연간 회원이라면, 당신은 당신이 지불한 회원료에 대해 '본전을 뽑기 위해서' 

다른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동네 슈퍼를 가거나,동네의 마트에 방문하는 것 등), 당신은 

다른 선택지를 고려하지 않고 회원제 매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결국 비용 대비 최대의 효율을 누리고자

하는 인간의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활용하여 창고형 매장은 '연간회원제' 라는 제도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매장에 방문하도록 유도한다.


자동이체 ; 소비부담 줄이기

출처 : 수제아빠 포토스토리.D

회원가입을 할 때, 코스트코는 대형 쇼핑백을 사은품으로 하여 '자동이체' 를 유도한다. 그렇다면 매장이

자동이체를 유도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가?


자동이체는 흔히 말하는 '현상유지편향' 을 이용하여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지속적으로 회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현상유지편향이란 현재의 성립된 행동을 특별한 이득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이다. 즉, 획기적인 제품으로 인해 고객이 기존의 것보다 새로운 것을 선호하는

상황을 제외하고, 현재의 성향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자동이체도 마찬가지이다. 한 번 결제하게 되면

크게 무슨 일이 없는 한, 그대로 서비스를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창고형 매장의 입장에서는 1년만

회원을 유지하는 사람보다, 자동이체를 통해 잠재적으로 1년 이상 회원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그들은 자동이체를 선택하게 하기 위해 어떤 넛지들을 내세웠을까? 필자는 여기서

또다른 두 가지의 넛지를 제시한다.


첫째, 쇼핑백 사은품을 제시했다. 회원을 처음 가입하거나 할 경우, 쇼핑백이 없기 때문에 고객들은

다른 이유도 아닌 쇼핑백을 추가로 받기 위해, 즉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자동이체를 선택한다. 결국

고객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실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여 자동이체의 비율을 높이게 되었다.

또한 쇼핑백의 크기 또한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더 많은 물건을 담게 되어

실질적으로 자동이체로 인해 많은 소비를 유도할 수도 있다.


둘째, 현금이 아닌 카드를 내세웠다. 사람들은 소비를 할 때, 현금보다 카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현금은 소비를 할 때 그것이 줄어든다는 고통을 겪지만, 카드는 그렇지 않다! 단지 카드 한 장만

넘겨 주고, 돌아 올 때 카드가 닳는다거나 그렇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소비에 대한 부담을 경감한다.

자동이체를 하는 것은 선택의 과정이 필요한데, 그들은 현금 대신 카드결제를 내세워 소비자들이 선택에

부담이 없도록(그 순간에만 부담이 없지 실질적으로 그 고통은 추후 다가온다) 하여 더 많은 자동이체

회원들을 거느리려고 한다.


더미 상품 ; 저렴하다고 생각하게 하기

창고형 매장에 들어오면 물건을 더미로, 최대한 묶어서 파는 경향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물건을 최대한 묶어 판매하는 것일까?


물건을 더미로 묶어 판매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물론 도매형 시장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소비자들이 인식하기에 물건을 묶어서 팔아 가격을 제시하면 저렴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른 곳보다 1개당 가격이 저렴하긴 하다)


물건이 저렴하게 보인다는 것은 2가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나는 1개당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그것이 굳이 필요하지 않지만 소비하게 만들 수 있고, 물건의 수가 많을수록 합리적인 가격에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는 심리가 생겨 물건을 구매하게 된다.(어쩌면 정액제 요금과 비슷한 구조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심리는 다음에 소비자들이 매장을 또 방문하게 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가격을 통해

자신이 회원제를 끊고 방문한 매장이 정말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어,

연간회원제가 유발하는 심리적 압박과 함께 생활패턴을 필요할 때마다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물건이

다 떨어지면 다시 물건을 채우는 창고매장이 원하는 소비자상으로 스스로 변화하게 된다. 결국 가격은

단순히 저렴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는 창고형 매장이 소비자를 창고형 매장의 소비패턴과 비슷하게

맞추려는 의도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푸드 코트 ; 비회원을 회원으로 만들기

회원제 매장의 회원이 아닌 사람들이 유일하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푸드코트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왜 푸드코트만 개방해 놨는지 말이다. 이곳에는 사실 매우 치밀한 넛지가 숨어 있다.


푸드코트는 대개 계산대 앞에 위치한다. 물론 계산을 끝낸 이들이 배가 고파 음식을 사 먹을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푸드코트가 계산대, 그것도 매장의 물건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이 공간을

비치한 이유는, 비회원들이 회원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창고형 매장이 원하는 것은 푸드코트에서 음식을 사 먹는 사람들이 아니다. 대개의 경우 피자, 핫도그,

수프 등은 원가와 비슷하거나 조금 올라간 가격으로 판매한다. 그런데 이 매장을 회원들에게만 열어놓은

것이 아닌 이유는, 매장을 한 눈에 보여주게 하면서 실질적으로 회원이 아닌 사람들이 연간회원권을

끊을 수 있게 하려는 넛지 전략이다. 계산대는 실질적으로 매장에서 파는 물건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곳.

그리고 푸드코트는 계산을 끝낸 회원들이 음식을 주문하는 곳이기 때문에 비회원들이 푸드코트에 있을 때

비회원들은 회원들이 구매한 물건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회원이 아닌 사람들은 매장 안에 

어떤 물건이 있을지 궁금해 할 것이며, 물건들을 보며 큰 사이즈에 놀라고, 저렴한 가격에 두 번 놀라며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다양한 대안들을 점검한다. 기존에 다니던 마트를 다닐까? 아니면 여기를 다닐까?

이러한 사고를 통해 창고형 매장을 선택한다면, 그들이 회원이 될 있도록 회원들이 무의식적으로

선택을 유도한 꼴이 된다. 즉 푸드코트를 계산대 앞에 놓음으로써 잠재적으로 비회원들이 회원이 되도록

유도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창고형 매장에는 다양한 넛지들을 통해 회원가입을 유도하며, 더 많은 소비를 유도하는 등

방문자와 소비량을 동시에 늘리고 있다.



이 글을 쓰니까 창고형 매장에 가서 불고기베이크가 진심으로 먹고 싶지만,

가면 또 먹을 거리만 주구창창 살까봐 오늘은 참기로 한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점을 알아두고 마트에 간다면, 조금 새로운 세상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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