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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균 Sep 08. 2017

웹툰 '미리보기'의 비밀

#31. 미리보기에 숨겨진 넛지 전략


'다음 화를 미리 만나 보세요.'

이상하게 안 봤던 웹툰을 정주행하고 난 뒤에는 꼭 다음 화를 미리 보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샘솟는다.

몰입도 높은 이야기에 빠져들어 현실과 이상 사이를 헤메는 듯하다 문득 보이는 미리보기에 홀려 나는

나도 모르게 현금을 결제해 버린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본 뒤에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여러분은 이 미리보기 전략이 장기적으로 봤을 땐 한 번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지속적으로

미리보기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넛지 전략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만약 그대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 오늘은 미리보기 서비스에 숨겨진 넛지를 살펴보면서, 무엇인가를 미리 보여준다는 것에 숨겨진

진짜 의미를 살펴볼 셈이다.


미래의 즐거움보다 현재의 즐거움을 사랑하는 사람들

인간은 보통 현재의 즐거움과 미래의 즐거음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 중 무엇을 선택할까? 다음 실험은

인간이 현재의 가치와 미래에 일어날 가치 중 어떤 것을 선호하는 지 보여준다.


1981년, 리처드 탈러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가치 평가를 위한 실험을 했는데, 피험자들은 현재 15달러와 

비교해 1달 후, 1년 후, 그리고 10년 후라고 했을 때 그에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금액을 작성해야 했다.


실험 결과, 피험자들은 1개월 후 현재의 금액이었던 15달러보다 대략 5달러 많은 20달러를 평균적으로 

원하며, 1년 후에는 50달러, 10년 후에는 100달러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람들은 현재의 가치에 기반한 미래의 가치를 더욱 높게 산정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현재에 15달러를 받는 것과 미래에 15달러를 것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사람들은

당연히 현재의 15달러를 받는 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미래보다 현재의 가치를 더 중요시할까? 그 이유는 인간이 '불확실성' 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실험을 다시 가져왔을 때, 탈러는 현재의 가치, 1달 뒤 가치, 1년 뒤 가치, 그리고

10년 뒤 가치를 산정하라고 제안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왜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하는지

알아보는 것이라 생각된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당장 내일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처럼, 아니 당장 1시간 뒤에 내가

어떤 일을 겪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받았던 15달러가 어느 날 갑자기 가치가 폭락하여

미래에는 15달러가 1달러만도 못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물론 반대 상황도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미래의 가치를 생각하기보단 지금 즉시 가짐으로써 나중에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회피하려고 한다. 즉, 우리가 성미가 급한 것이 아니라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를 즐거움에 적용한다면 어떨까? 실험을 통해 일반화를 한다면, 즐거움 또한 현재 즐거운 것이

미래에 즐거운 것보다 더 합리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일주일 뒤 즐거움이 좋을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의 즐거움은 즐거움의 강도가 높을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더 확실한 선택지를 선택한다. 그것이 어떤 선택지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웹툰 미리 보기 ; 다음 주의 즐거움 < 지금의 즐거움

웹툰의 미리보기 서비스는 '미리 만나보세요' 라는 말을 통해 사람들이 스스로 미리보기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만든다. 웹툰을 미리보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앞서 이야기했듯

사람들은 한 주를 기다리는 것보다 충동적으로 지금 궁금증을 해결하려는 욕구를 해결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을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한 주를 기다리거나 지금 미리보기 서비스를 이용하는

옵션이 주어졌을 때, 사람들은 내가 200원만 투자해서 미리보기 서비스를 이용하면, 다음 주까지 굳이

기다림의 고통을 얻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기다림의 고통보다 200원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상 미리보기 서비스는 200원이라는 적게 보이는 금액을 설정하고,

사람들이 미리보기 서비스의 대안을 '한 주를 기다려야 하는 것' 이라는 일종의 고통스러운 상황과

비교하게 하여 사람들이 200원을 소비하는 것을 선택하는 데 상대적으로 덜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


200원의 의미 ; 싸니까 괜찮겠지?

이뿐만이 아니다. 웹툰의 미리보기 서비스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는' 서비스이다. 즉, 우리가 현재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미리보기 서비스를 이용했다면

이 고민은 그 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 주, 내가 미리보기로 봤던 웹툰이 공개됐을 때 또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고민에 있어 또다시 소비를 유도하는 것은 사실 다른 것이 아니라 200원이라는

저렴해 보이는 가격 체계다.


200원이라는 가격은 언뜻 보기에, 내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요금이라고 하기엔 저렴해 보인다.

상대적으로 1,000원부터 시작되는 가격을 보다가 200원이라는 가격을 보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

보일 수 있다. 만일 100원부터 시작되는 가격을 보다가 200원을 보면 앞선 예시와는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왜냐 하면 200원이 100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렇게 

우리도 모르게 상대적으로 가격 비교를 하게 유도하면서 서비스를 소비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소비는

비단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 주에도 계속된다. 웹툰의 특성상 다양한 씬이 전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몇 씬을 보기 위해 지속적으로 웹툰 미리보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


이처럼, 웹툰의 미리보기 서비스는 고객들이 미래의 즐거움보다 현재의 즐거움에 더 가치를 둔다는 것을

간파하여 사람들이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고, 이에 더해 웹툰이라는 콘텐츠의 특성을 활용하여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이 또다시 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지속적인 유료콘텐츠 구매고객을 확보하는

넛지 전략이다.




다음 화가 정 보고 싶다면, 다른 웹툰을 보거나 아예 보지 않는 것이 더 낫다.

왜냐 하면, 사람의 충동은 순간적으로 일어나고 어느 순간 기억에서 잊혀지기 때문.


충동에 소비하는 고객이 되지 말고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소비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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