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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균 Aug 13. 2017

신메뉴를 팔리게 하는 힘은?

#19. 신메뉴 속 사은품에 숨겨진 넛지

오랜만에 햄버거를 먹으러 패스트푸드점에 갔다. 예전과 다르진 않았지만 달라진 점은 뭔가 버거의 수도

많아지고, 그리고 무인판매기가 생기고... 그 정도? 어쨌든 매장에 들어가 햄버거를 주문하려고 하는데,

내가 사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신메뉴를 내가 사려고 하는 햄버거 가격과 비슷하게 팔고 있다. 보기엔 참 맛있고

괜찮아 보여서 원래 사려던 메뉴 대신 신메뉴를 사기로 결심했다.


패스트푸드점뿐만 아니다. 모든 음식점은 신메뉴가 나왔을 때 할인행사를 한다. 어느 곳은 50퍼센트 할인을

하기도 하고, 어느 곳은 기프티콘을 무료로 뿌리기도 하고... 또 어느 곳은 음식을 사면 부가적으로 디저트를

똑같은 가격에 더 얹어 주기도 한다. 그들이 우리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자선사업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그들이 신제품을 제 가격이 아닌 할인된 가격으로 시작하는 이유는 사실 '얼리 어답터' 를 끌어드리려는

자연스러운 넛지 전략이다. 오늘은 신메뉴가 나왔을 때 왜 사은품을 얹어 주거나 할인을 하는지에 대해

심도 깊게 알아보도록 하자.


인센티브에 더 반응하는 사람들 ; 가성비가 높은 것 선택하기

쉽게 예를 들어 보기 위해 편의점 도시락으로 예를 들어 보자. 당신은 지금 4,000원이 있다. 이 돈으로

당신은 편의점 도시락을 하나 구매해야 한다. 가격이 똑같다고 했을 때 구매 시 주어지는 물건은

다음과 같다.


A : 내가 원래 좋아하는 도시락 (만족감 100)

B : 신메뉴 (만족감 알 수 없음)


100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 때, 모험적인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A 도시락을 선택했다.

(100명 중 76명이 A 도시락 선택)

즉, 똑같은 가격일 때에는 자신이 경험해서 만족도를 느꼈던 것을 더 선호하고 선택할 확률이 높다는 것.

그렇다면 다음 비교 옵션을 보자. 참고로 당신은 사이다를 구매할 의사는 없었다.


A : 내가 원래 좋아하는 도시락 + 인센티브 없음 (만족감 100)

B : 신메뉴 + 사이다 250mL 1개 (만족감 알 수 없음 + 만족감 50)


똑같은 가격이라고 했을 때, 사실 주관적 효용 측면에서 봤을 땐 사실 A 도시락을 선택하는 게 더 낫다.

왜냐면 앞서 봤듯 사람들은 불확실성 이라는 요소를 굉장히 기피하기 때문이다. B 도시락은 사실 음료수가 주어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선호도에 대해선 아직 검증이 되지 않지 않았는가! 그런데 선택의 결과는

오히려 B가 높았다.(100명 중 68명 B 선택)

만약 B를 선택한 사람들이 앞서 그 선택을 했던 것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무려 76-32=44명이 A에서

B로 선택이 변경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도시락은 바뀌지 않았다. 다만 인센티브가 부가적으로 주어졌을

뿐인데, 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존의 선택을 바꾸게 된 것일까? 이는 물건을 구매할 때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면, 앞서 이야기한 주관적 만족감보다 '가격' 이 우리의 판단에 개입하기 때문이다.


다시 A와 B의 옵션을 가격을 통해 비교해 보자.

A : 내가 원래 좋아하는 도시락 + 인센티브 없음 (4,000원)

B : 신메뉴 + 사이다 250mL 1개 (4,000원 + 1,200원 = 5,200원)


사람들이 모험을 하는 이유는 사실 '가성비' 라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똑같은 돈으로 B는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서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을 때에는 원래 먹던 것을 선택했는데

인센티브가 주어지자 자신의 경험보다는 인센티브로 인해 가성비가 높아진 옵션을 선택한 것이 그 사례.

결론적으로 인센티브가 주어지면 선택의 기준은 주관적인 경험이 아닌 객관적인 가격으로 변화한다.


한 번 먹어 보지 뭐. 가격도 싼데!

사람들이 인센티브로 인해 가성비가 높은 걸 선택한다는 것은 신메뉴를 꾸준히 개발해야 하는 음식점에겐

큰 희소식이었다. 사람들이 인센티브에 더 반응한다면, 신메뉴에 인센티브를 붙일 때 사람들이 기존의

옵션보다는 인센티브가 붙은 옵션을 더 선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인센티브 전략을 기존의

제품뿐만 아니라 신메뉴가 개발될 때마다 적용하기로 한다.


신메뉴가 개발될 때마다 음식점은 '1+1 전략', '사이드 디쉬 전략', '할인 전략' 등을 사용하여 소비자들이

선택의 순간 속에서 신메뉴를 먹어 보겠다는 모험을 가지게 하는 선택을 하게 만든다.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똑같은 가격으로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다는 인식을 주었고, 이러한 전략은 긍정적

호응을 얻으며 현재 신메뉴가 나올 때 사용되는 전략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신메뉴에 인센티브를 붙이는 것은 전혀 나쁠 것이 없었다. 아예 이름도 모르고

팔리지 않는 것보단 욕을 먹더라도 피드백을 받으며 어쨌든 시장에 나오는 것이

그들의 입장에선 절실했기 때문이다.

즉, 기업은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효과적으로

시장조사를 하고,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가격 면에서

만족도를 높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신제품의 얼리 어답터(Early Adapter)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점을 뭐라고 수는 없다. 이것은 누구의 강요도 아닌 우리가 '선택' 것이니까.

 


신메뉴를 사는 결정이 당연히 나쁜 건 아니다.

왜냐 하면 신메뉴가 정말 맛이 있고 양도 많다면,

여러분은 최소의 돈으로 최대의 성과를 얻은 것이니.

다만, 소비를 할 때 조금 더 알아보고 소비한다면

조금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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