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이란 선물을 받기 위해 출근을 합니다.
"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출근을 합니다. "
직장인은 모두 출근을 합니다. 학생들은 등교라는 단어로 출근을 하고, 프리랜서는 자신의 약속이라는 시간 속으로 출근을 합니다. 어머니도 매일 집이라는 곳으로 출근을 합니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출근을 하는 존재입니다. 사회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후에 퇴근이라는 선물을 안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옵니다.
출근은 괴로운 일입니다. 일어나기 싫은 시간에 기상을 해서, 안정을 주는 따뜻한 이불을 걷어차야합니다. 그리고 대중교통에 몸을 끼여 한 시간 정도 서 있다 보면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한숨이 나옵니다. 그래서 일요일 해가 질 때쯤이면 또 시작할 한주가 걱정돼 스트레스가 시작됩니다. 한 방송국에서 오랫동안 방영되었던 '개그프로'를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 했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종방이 된 거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출근이란 것에 의미를 많이 부여합니다.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한 시작점?, 돈을 벌기 위한 수단?,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인간의 의무? 혹은 죽지 못해 살아가는 현실 등 각자에 다른 생각으로 출근을 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출근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아주 간단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일터로 근무하러 나가거나 나옴" 말 그대로 회사에 잠시 나갔다 오는 것을 출근이라고 말합니다. 이 단어를 우리는 너무 복잡하게 생각했던 건 아닐지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출근을 산에 오르는 일과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산의 정상에 오른다는 건 등산의 전체의 절반을 완주한 것입니다. 그리고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는 하산까지 등산입니다. 결국 절벽을 오르는 건 다시 내려오기 위함입니다.
에베레스트 산은 해발 8,848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인간이 하늘과 맞닿을 수 있는 최대의 높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이 위험한 산은 잠시라도 발을 헛디디면 추락사를, 졸음을 이기지 못해 잠이 들면 그대로 동사를 합니다. 덕분에 등산길에 널브러진 시체들이 산악인들에게는 정상을 찾는 이정표로 된다고 합니다. 한해에도 수백 명씩 목숨을 앗아가도 등산객들이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유는 아마도 희소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 세계 인구의 0.001%만이 이 영광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상돈' 산악인이 한국인 최초의 이 공포의 산을 정복한 이후에 많은 산악인들이 에베레스트에 올랐다는 기사를 접하고는 합니다.
히말라야 부근의 도시에는 산소농도가 매우 낮은 고산지역입니다. 여기에도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원주민들은 이미 이런 환경에 적응되어 있는 장점을 활용해 새로운 직업을 만들었습니다. 바로 "셰르파"라고 불리는 에베레스트 등산 도우미가 주인공입니다. 산악인들이 안전하게 에베레스트를 오를 수 있게 길 안내해주고 안전을 책임져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까닭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에베레스트를 오른 기록도 셰르파로 일하고 있는 "카미 리타"라는 인물입니다. 벌써 23번째 등정에 성공했고 일주일 텀으로 산에 오르기도 한다고 합니다. 현지 매체가 리타를 취재하러 온날 그는 자신이 세계기록 보유자인 사실도 모른 체 얼떨결에 인터뷰에 응했고, 그는 산에 오르는 일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기록을 위해 산에 오르지 않았다 그저 생계수단일 뿐"
그는 산에 오르는 일을 그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일이고 돈을 벌어 가족을 먹여 살리는 생계 수단이며 직업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50살이 넘은 그는 60살까지 산에 오르고 싶다는 소망을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여전히 안전하게 등산을 도와주면서 돈을 받으면서 에베레스트를 오르고 내립니다. 그저 외국인을 도우는 평범한 한 사람입니다. 그렇게 셰르파는 오늘도 돌아오기 위해 산악인들과 함께 에베레스트 꼭대기를 향해 걸어갑니다. 이 발걸음이 그의 출근입니다.
가끔 출근을 너무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출근은 분명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가지는 고귀한 사회적 활동입니다. 그 안에서 자신의 꿈과 비전을 만들어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의미 부여에 매달려서 강제로 만들어 내는 마음은 가끔은 나를 애쓰게 하고 지치게 만드는 거 같습니다.
산악인을 돕기 위해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카미 리타"처럼 출근은 그저 특별한 의미를 담기보다는 생계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위한 기계적인 하루에 일과 정도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도 출근한 나를 위로하며 부족하고 실수하여 깨지는 날일지 라도 하루 잘살아 냈다는 나의 발걸음을 응원해주는 건 어떨지 생각합니다. 어릴 적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의 나의 발걸음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본 어머니의 눈물을 기억합니다. 갓난아기였던 아이가 어느새 커서 책가방을 메고 혼자서 학교에 가는 모습만으로 아이에 대한 대견함 그리고 걱정과 감사가 어우러져 많은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섞여서 눈물을 자아냈을 것입니다.
인생의 저녁은 결국 다 비슷합니다. 슈퍼스타들의 삶은 더 특별할 수 있겠지만, 하루를 즐기고 노력하며 매일 살아간다면 우리의 인생 역시 특별한 스타들의 삶만큼 특별할 것입니다. 우린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 때가 있습니다. 평범하고 지루한 하루 속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나 자신이 있고, 마음 맞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매일 밤 노트북에서 날 위해 만들어진 1,200원짜리 영화와 나를 위해 몇 년 동안 글을 써온 작가의 15,000원짜리 책 한 권이 주는 선물은 출근으로 지쳐버린 정신과 육체를 위로합니다. 저에게는 달달한 초콜릿과 콜라만 있다면 그 어떤 사람의 저녁도 부럽지 않습니다.
우리가 출근을 대하는 자세를 바꾼 다면 일상 속에 오는 반복적이고 지루한 삶 자체를 로맨틱하게 받아들인다면 그저 하루에 일어나는 잔잔한 영화 속 이야기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면, 출근이라는 행위가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기쁨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근은 저녁이란 행복으로 돌아오기 위한 발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