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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코더 Feb 15. 2021

고된 삶을 레몬에이드로 바꾸는 작가

히읗 작가 "저는 은행 경비원 입니다."를 읽으며 

레몬



레몬


 신맛의 대명사로 불리는 레몬, 단맛과 쓴 맛이 어우러져 있는 묘한 과일입니다. "레몬"이란 두 글자만 봐도 혀에서는 신맛이 느껴지고 입가에서 침이 고이기 시작합니다. 저는 대표적인 아기 입맛을 가진 어른입니다. 맵고, 신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표정을 찡그리고 어쩔 줄 몰라하면서 혀끝에 느껴지는 욱신거림을 피하기 위해 연달아 찬물을 들이켜고는 합니다. 그래서 평소에 귤을 먹을 때도 탄탄하고 꽉 찬 것보다는 수분이 빠져 말랑 거리는걸 더 좋아합니다. 그러면 신맛 나는 귤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스테이크를 좋아합니다. 가끔 특별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저녁식사에서 선호하는 메뉴도 역시 스테이크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아웃백에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배부르게 식사를 하던 중 고기가 주는 특유의 잡내와 느끼함이 느껴져서 에이드를 주문하기로 하였습니다. 친절하게 다가온 메뉴판을 보여주며 "오렌지", "레몬", "자몽", "키위", "딸기", "망고", "아사이베리"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였고, 지금 혀 속에 가득한 육즙의 느끼함을 잡아주기 위한 최선의 선택은 다름 아닌 "레몬 에이드"였습니다. 이 음료는 신맛 가득한 레몬을 초등학생 입맛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만든 음료입니다. 적당한 신맛에 어우러진 단맛 그리고 가득한 얼음으로 희석된 적당한 강도의 자극은 다시 입맛을 돋우며, 즐거운 식사를 돕습니다. 그리고 뜨거운 여름날 레몬에이드 한잔을 들고 공원에 앉아 멀리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먹는 맛은 태양 아래에서 작은 휴식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레몬에이드
레몬에이드
"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삶이 당신에게 레몬을 준다면, 레몬 에이드를 만들자)
- 영어 속담 - 


 이 레몬을 다룬 짧은 글귀는 영어 명언입니다. 레몬은 인생의 고난과 어려움을 말합니다. 싱싱한 레몬을 먹는 건 마치 벌칙과도 같습니다. 신 맛에 온몸을 비틀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찾아오는 혀의 얼얼한 고통은 우리의 인생의 고난과 너무 비슷한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 고통과도 같은 레몬을 잘 손질하면, 훌륭한 레몬에이드가 됩니다. 수확한 레몬을 베이킹 소다를 뿌려서 깨끗하게 씻어줍니다. 그리고 레몬의 겉면을 칫솔로 때를 벗겨냅니다. 재료 손질이 완료되었다면 반으로 잘라주고 레몬 스퀴저로 즙을 냅니다. 이때 힘을 다하여 껍질이 접히도록 짜냅니다. 그러면 한 국자 정도의 아주 시고 신 즙을 얻어 낼 수 있습니다. 이제 500ML 용량의 유리병에 얼음을 가득 넣고 레몬 액기스를 부어줍니다. 그리고 사이다 한 병을 통째로 붓습니다. 병에 가득 찰 때까지요. 다음은 남은 레몬을 얇게 슬라이드 해서 넣고, 기호에 따라 설탕과 꿀을 넣으면 자연 상태의 비타민C가 가득한 레몬에이드가 완성됩니다.


"Life Is a Lemon (인생은 레몬이다)"
- 미트 로프(Meat Loaf) -


 인생은 레몬입니다. 다듬지 않으면 얼굴 찌푸리며 먹게 되는 신 맛 가득한 과일이지만, 이를 잘 활용한다면 문제를 다르게 보는 시야로 격고 있는 모든 일들이 도전이 되며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성장이 되는 것입니다.



삶을 에이드로 바꾼 작가 



 에세이 책 "저는 은행 경비원입니다."는 자신의 삶을 레몬에이드로 만들어낸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비정규직의 사람으로 은행 경비원과 편의점을 일하는 그에게 찾아온 바닥의 자리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이를 이야기로 풀어서 책을 출판하였습니다.

 

 사실 히읗 작가는 함께 글을 쓰는 친한 동생입니다. 브런치를 시작한 계기도 작가님의 추천으로 시작하였고, 그 도전 덕분에 저도 이제 개발자로 살면서 느낀 이야기를 에이드로 만들어 곧 책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희읗 작가님은 자신의 고난을 피하거나 초라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모든 것을 조리하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진실한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들은 독자들에게 귀감과 울림을 줄 수 있는 비결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now_afterbooks/products/5373030120



오늘은 어떤 재료가 탄생할까?


 약 한 달 정도 글쓰기를 쉬었습니다. 너무 신맛 가득해서 온몸이 비비 꼬이는 고난들 때문이었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들려준 친구들은 어려움을 겪은 저에게 위로와 안타까움을 표하고는 했습니다. 그렇게 나는 실패자인 게 마냥 좋아질 무렵 자신의 힘듬을 레시피 하여서 또 하나의 길을 열어가는 후배 작가의 책을 읽으며, 조리할 수 있는 재료와 경험과 감정이 생겨났다는 희망을 가집니다.



레몬을 에이드로 만들어 가는 삶을 위해 오늘도 저녁 작가는 다시 일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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