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햇빛으로 힐링 하기
해당 브런치에 남김 글은 초고입니다. 완성된 작품은 해당 "오늘도, 우리는 코딩을 합니다."로 출간하였습니다!! 완성된 글을 종이책의 정감과 편안함으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0514084
오늘도 바쁜 개발자의 하루
지옥철에서 내려 회사에 도착해 자리에 앉으면 정신없이 어제 발생한 긴급 유지보수건을 처리하다 보면 출근길에 사 온 천 원짜리 테이크 아웃 커피가 바닥이 보입니다. 이제는 힘이 빠지면서 슬슬 배가 고파집니다. 때마침 점심시간을 알리는 반가운 방송이 나옵니다. 조용하던 IT팀에서 인기척이 느껴지고 제일 선임 선배 개발자가 먼저 자리에 일어납니다. 이어서 후배 개발자들도 신호를 알아차리고 어슬렁 슬리퍼를 신발로 갈아 신고 나갈 채비를 합니다. 개발자는 남자가 많은 조직이라 그런지 군대 문화가 남은 건지 이게 원래부터 자연스러운 건지 모르겠지만 누구 하나 시키지도 않았는데 2열 종대로 모여서 구내식당으로 향합니다. 10분 만에 밥을 전투적으로 해치우고 나서 다시 2열 종대로 원래 사무실로 돌아오면 드디어 개발자의 휴식 시간이 시작됩니다.
대표적인 개발자의 점심시간 유형
게임형
과거 개발자 사무실에서는 PC 게임을 참 많이 했습니다. 날마다 열리는 개발자 배 스타크래프트 토너먼트 대전이 주였지만 요즘은 리그 오브 레전드 팀플레이어가 대세입니다. 가끔 점심시간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 결투 덕분에 탈주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개발자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근무시간에도 자동 사냥을 켜놓고 있기 때문에 점심에만 게임을 하는 건 아니지만 오후에 시작되는 자동사냥을 위한 캐릭터를 재정비합니다.
꿈나라형
앉자마자 잠이 들어 오후 1시에 일어나는 꿈나라 형입니다. 책상에서 엎드려 자는 유형과 숙직실 침대에서 자는 유형으로 나뉘지만 후자는 연차가 높은 개발자만이 가능한 휴식 방법입니다. 어제 무엇을 했는지 상관없습니다. 그저 습관적인 수면형이고 2시쯤 제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생산형
제가 점심시간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자신이 코딩만큼 즐거워하는 취미 활동을 하는 방법입니다. 저는 글과 그림을 창작하는 걸 좋아합니다. 블로그에 글도 쓰고 책도 집필합니다. 하지만 머리 쓰는 휴식이 체질에 안 맞는 분은 오히려 피로가 누적되는 방법입니다.
산책을 합시다.
위에서 말한 방법도 좋지만 개발자 라면 점심시간마저 실내에 갇혀 있지 말고 답답한 사무실에서 벗어나 문을 산책하는 건 어떨지 제안합니다. 산책은 혈액이 뇌로 흘러가게 하여 사고력과 기억력, 집중력을 향상 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하버드 의대 존 레이티(John Ratery) 박사는 '운동시키는 정신과 의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적절한 운동은 우리의 뇌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연구 결과를 밝혀냈습니다. 특히 개발자에게 필요한 새로운 개념, 아이디어, 패턴 등을 익히는데 더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역력과 운동의 관계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라 불리는 단백질 군에 의해 강화된다고 합니다. 조금 전 산책을 다녀왔다면 뇌에서는 BDNF를 생산하게 되고 운동 직후에 하는 프로그래밍은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IT 전문직의 평균 걸음 수는 하루 4,300보 정도라고 합니다. 이는 한국인의 평균 걸음수 5,755보라고 합니다. 개발자는 일반인보다 덜 걷고 덜 움직이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내과 의사 제러모 모리스(Jeremy Morris) 박사는 우체국 사무실에 앉아 있는 내근직보다 매일 일정한 거리를 움직이는 집배원의 심장 질환 사망률이 현저히 낮았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는 지침은 10,000걸음 이상 걷기를 권고합니다. 시간이 부족한 분이라면 30분 정도 시간을 내서 활기찬 걸음으로 단시간에 3,000 걸음을 빠르게 걷는 방법도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매일 20분 이상의 운동은 조기 사망확률을 무려 20%로나 낮춰 준다고 합니다. 산책은 우리의 육체를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코딩을 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된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나와 가족 그리고 회사를 위해 해야 할 선택이 아닌 필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산책은 날마다 우리의 정신을 새롭게 합니다. 매일 다른 날씨와 다른 사람들이 채워져 있는 길거리는 매 회 다른 예술 작품을 보는 기분은 엉켜버린 로직을 풀어내는 마음의 환기 효과를 줍니다. 산책이 우리에게 주는 또 다른 실질적으로 유익은 바로 하늘 위에 이글대는 태양에 있습니다. 햇볕을 쬘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Serotonin)은 모니터가 쏟아내는 전자파가 만들어낸 우울한 마음을 떨쳐내는데 도움을 줍니다. 육체적으로도 햇빛은 혈액 순환에 활발하게 합니다. 앉아서 일하는 개발자 특성상 약해진 뼈를 튼튼하게 해 주고 변비 예방과 소화 개선에 도움을 줍니다.
일이 밀려 점심시간에 산책을 나가지 못한 날 텅 빈 사무실에 개발자만 유난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일부 개발자들의 분위기가 어두워 보이는 건 햇빛을 보기 싫어하는 습성 때문은 아닌지 생각합니다. 답답한 사무실을 벗어나 내게 주어진 자유시간을 활용해 경직된 몸과 마음을 풀고 산소로 머릿속을 맑게 하고 나무와 식물들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산책을 오늘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피부는 선크림으로 보호하세요.
자고 있는 후배 개발자는 깨워서 나가지는 마세요.
참조 문헌 :
- 조쿠트너 , 『 건강한 프로그래머 』, 프리렉, p41~p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