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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담배 그리고 개발자

술과 담배는 강요하지 마세요.

by 고코더

술, 담배, 개발자 끔찍한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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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장의 내용은 술과 담배를 낙으로 살아가는 개발자들에게는 많이 불편한 글일 수도 있다. 그리고 필자는 항상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인 내용으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지금 이 글에서는 지극히 주관적인 필자의 생각들로 채우려고 한다. 만약 당신이 생각하기에 개발자들에게 술과 담배는 꼭 필요한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면 이번 장은 그냥 지나쳤으면 한다.


개발자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여러 대의 모니터? 안경? 타자기 소리 나는 키보드? 필자는 술과 담배가 떠오른다. 난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못한다. 담배는 냄새가 지독해서 하기 싫었고 술은 조금만 먹으면 온몸이 빨갛게 붓고 취하고 토까지 한다. 이렇게 술과 담배를 싫어하지만 이 둘은 내 행복한 개발자 생활을 늘 고역스럽게 하였다. 선배들은 담배도 피우지 않는 나를 데리고 흡연실에 데려가 훈수를 두었다. 지독한 연기 속에서 피지도 않는 지독한 담배 냄새를 맡아야 하는 고문을 당하기 일쑤였다. 그들은 마치 어떻게 사람이 담배도 안 피우냐 라며 외계인을 보듯 나를 신기하게 보았다. 술 또한 개발자 생활에 최악의 요소였다. 내 주변에는 유독 술을 좋아하는 개발자 선배들이 많았다. 그리고 회식에서는 술을 마시는걸 굉장히 중요한 예절이라고 생각했다. 술을 먹으면 몸이 급속도로 나빠진다는 나의 말은 핑계로 들었는지 그들의 술맛을 떨어트리지 않게 하기 위해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하였다.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술, 담배는 내 개발자 생활의 최악의 요소였던 건 확실했다.





담배와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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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는 보통 흡연을 위한 시간을 하루 평균 44분을 사용한다고 한다. 담배를 피우면 약 10분 이상의 시간이 소비된다. 그렇게 많게는 수 십 회까지 자리를 이탈하며 담배를 태운다. 비흡연자와 단순 비교 시 코딩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흡연을 하면서 장점도 있을 수 있다. 담배를 통해 동료들과 더 친밀해질 수도 있고 막혀있던 문제가 갑자기 떠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들 또한 담배 없이 휴게공간이나 사무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담배가 건강에는 좋지 않은 건 과학적으로 명백한 사실이다. 장기적으로 스스로의 삶의 좋은 행위가 아니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담배냄새는 주변 동료들에게 불쾌한 스트레스를 준다. 개발자의 업무 특성상 밀접한 대화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죄 없는 비흡연자들은 역겨운 냄새를 참아야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금연을 제안한다."




술과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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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정기적인 회식을 한다. 술을 마시며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이다. 이러한 만남은 교류의 자리가 되고 평소에 부족한 시간으로 하지 못했던 긴밀한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가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회식은 평소에 먹고 싶었던 비싼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런 자리에 술을 권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술을 못 먹는 사람에게는 고역의 시간으로 변한다. "어? 자네 술잔 아직도 안 비웠어?" 술고래 선배 개발자는 나의 술잔을 수시로 체크하며 자신이 먹는 것보다 타인의 음주를 더 즐기고 있다. 반강제로 술잔을 비워내게 하고 다시 채운다. 억지로 술잔을 받은 이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지만 술을 권하는 이의 얼굴은 점점 밝아지고 목소리까지 커진다. 그들은 왜 술을 권할까? 아마도 그들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싶어 하는 거 같다. 원하는 대로 눈앞에서 약한 자가 자신의 명령을 따르고 술잔을 비우면 본인의 자존감이 되살아나는 걸 느끼는 거 같다. 혹은 자신만 취하기 싫어서 누군가 함께 취해주는 걸 원하는 거 같다. 아마도 취한 사람이 적당히 있어야 흥이 난다고 느끼는 건 아닐까? 정말 이기적이고 강압적 권력을 사용한 폭력에 가깝다. "마시지 못하면 못하는 거다 강요하지 마라"



달라진 개발자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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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필자가 일하고 있는 사무실에 개발자들은 전부 비흡연자다. 그리고 회식을 해도 콜라만 먹는 필자를 두고 구박하지 않는다. 직급이 올라가고 나이가 차면서 강요를 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도 있지만 실제로 술과 담배를 권하는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 물론 여전히 10년 전 시절처럼 여전히 술과 담배에 환장하는 조직도 존재하고 괴로워하는 동료들도 있다. 그래도 비율적으로 보면 개발자 문화가 확연히 좋아진 걸 느낀다. 술자리 대신 함께 영화관도 가고 공연도 보고 산책을 하기도 한다. 스타벅스 커피숍에 가서 알코올 없이 친밀함을 쌓기도 한다. 앞으로 더 이러한 문화가 발전되었으면 한다. 좀 더 유익하고 모두가 즐거운 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미래 세대의 개발자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강요한다면 이렇게 해보자



만약 술과 담배를 강요하는 회사에 입사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술과 담배를 못하는 분들에게 필자는 강력한 방법을 권한다. 술과 담배를 이용해 강압적인 폭력을 행사한다면 완강하게 거절하라 그래도 끝까지 상대가 이기적인 고집을 꺽지 않는다면 더 높은 상관에게 보고하고 그 방법조차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과감히 그만두었으면 한다. 술과 담배로 정신적인 고통을 벗어나 진정한 개발자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으로 이직하자 그렇게 모두가 함께 행동해야 잘못된 강요 문화가 사라지지 않을까?



술, 담배 강요 없는 개발자 문화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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