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발자의 삶은
판교 한복판 복층 오피스텔
아침 9시 기상
탄력근무제라 10시에 출근할 계획
잉글리스 토스트와 베이컨 & 서니사이드업 에그
간단한 식사
전동 스쿠터를 타고 출근
5분 만에 회사 도착
회사 카페에서 커피 한잔 주문(직원은 무료)
커피를 마시며
회사내부망에 접속
2인 1조로 일하는데 1명은 유럽으로 휴가 중이라는 공지
새로운 이슈가 생겼는지 느낌표 알림을 클릭하니
버전 업된 환경이 구형시스템과 새로운 충돌을 일으킨 모양
간단히 3줄 고쳐주니 잘 돌아감.
회사 내부 시스템은 빌드부터 테스트, 최종 시스템에 로드까지
원클릭 전자동이라 단지 푸시 한 번만 해주면 끝.
어느덧 점심시간
회사 식당에서 유기농 식단으로 간단하게 식사한 후
정자역까지 산책
오후는 회사업무와 상관없는 사이드 프로젝트 진행
이번에 회사에서 따로 개발지원금을 받은 상태라 동료들과 열심히 개선작업 중
오후 4시 퇴근
헬스장으로 향해 운동
띠리링 폰
월급이 입금되었다는 문자
'월급여 9,879,800원'
집에 도착해 와인 한잔과 함께 크롬 실행
-디시인사이드 프로그래밍 갤러리 펌-
해당 글은 디시인사이드 프로그래밍 갤러리에서 익명의 사용자가 쓴 '내가 생각하는 프로그래머의 삶'이란 게시글이다. 비개발자라면 진심인지 장난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글이다. 하지만 개발자에 눈에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꿈만 같은 삶을 하소연하듯 써놓은 글이다. 물론 몇몇 개발자는 저런 삶을 누리고 계실 거라 믿는다. 필자 또한 개발자가 되기 전에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티비에서 하는 다큐를 보고 환상에 젖어 있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개발자가 된 후에 상상은 조각나버렸다.
2010년대 초반 첫 회사에 취직했을 때 탄력근무제는 없었고, 아침 식사는 당연히 주지 않았다. 회사카페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유럽은 커녕 월차 한번 내는 개발자도 보기 힘들었고 시스템은 오류가 나면 야근은 항상 기본 옵션이었다. 평균 저녁 8시 퇴근을 했으며 급여는 최저임금을 받았다. 앞서 말한 '내가 생각하는 프로그래머의 삶'이란 글에 정확히 반대로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프로그래머의 삶은 어떨까? 상상 속의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우선 빅테크 기업들의 복지를 함께 살펴보겠다.
사내 복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회사 구글이다. 사내에 병원이 있고 물리치료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사내 헬스장에서는 스피닝 같은 단체 자전거 수업과 운동 수업도 제공한다. 직원들은 언제든지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이용할 수 있다. 사내 전문 마사지사가 있어서, 프로젝트를 통해 포인트를 적립받고 그 포인트를 통해 마사지 쿠폰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취미 수업과 코딩 학위 프로그램 같은 전문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클래스들이 존재한다. 구글의 구내식당은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고 한식까지 제공하고 있다. 역시 구글은 다르다.
마이크로소프트 임직원들의 금연, 체중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전문가를 고용해 구체적으로 돕고 있다고 한다. 사내헬스장뿐만 아니라 걷기와 달리기가 가능한 트랙이 회사 안에 있다고 한다. 그리고 농구장, 배구장, 야구장까지 준비되어 있다. 마치 태릉선수촌에 가까운 시설이다.
네이버는 주 5일 원격근무와 주 3일 이상 회사에 출근하는 근무 형태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 '커넥티드워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휴가와 일을 함께하는 워케이션 제도가 추가되어 네이버 직원들은 회사가 보유한 강원도 춘천시 연수원과 일본 도쿄 베이스캠프에서 최대 4박 5일간 워케이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네이버는 연차를 이틀 이상 붙여 사용할 경우 일당 5만 원씩 휴가비를 지원하고, 3년 이상 근속한 직원은 자기 계발이나 휴식을 위해 최대 6개월까지 무급휴직을 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했다고 한다.
카카오 임직원은 재충전을 위해 3년 근속 시마다 한 달의 장기 휴가를 부여하는 것으로 급여와 함께 휴가비 200만 원도 지급하고 있다. 가족 돌봄을 위해 단축근무나 휴직도 할 수 있다.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병원 치료 입원비는 본인과 직계가족에게 최고 3000만 원을 지원한다. 실손의료보험에는 치과 치료 비용도 포함된다고 한다. 가족 사랑 지원 제도를 통해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크루가 사망했을 경우에는 크루 가족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지원금 2억 원을 일시 지급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모든 IT기업들이 모두 복지가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여전히 10년 전 근무환경 속에서 일하는 개발자들도 있고 구글 못지않은 복지 속에서 일하는 개발자들도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필자의 피부에 느껴지는 개발자의 대우는 확실히 달라졌다. 우선 탄력근무제를 운영하는 회사가 많아졌다. 점심을 제공하는 회사 또한 많아졌고 다양한 휴가제도로 직원을 배려하는 제도도 많아진 걸 느낀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환경만 봐도 주 2일 재택을 시행하고 있고 주 2일 점심시간에는 요가를 배우고 있다. 이전 회사에서는 입사날부터 연차를 무려 25개를 제공하였다. 점심도 계약된 식당에서 무료로 맛있는 식사도 가능했다. 이처럼 한국 IT회사도 개발자를 대하는 생각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카카오에서는 구성원을 '크루(crew)'라고 지칭한다. 한 배를 탄 선원이자 가보지 않은 길을 항해하는 동료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처럼 과거에는 하나의 부품으로 생각했다면 지금은 함께 회사를 이끌어갈 동료로 보는 시각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기쁜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빅테크 기업의 복지는 절정에 다다랐고 다시 감소하는 추세라고 한다. 일론머스크가 인수한 사명이 X로 바뀐 트위터의 경우 대규모 감원과 함께 복지 관련 프로그램도 크게 축소시켰다. 무료 간식과 출장 식비 지급이 없어고, 직원의 임신 및 출산과 관련된 지원프로그램을 줄여 비용을 절감시키고 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도 직원 2만 1천 명을 해고한 데 이어 사내 무료 세탁 서비스와 차량 공유 서비스 보조금 지원을 끝냈다. 사내 고급 게임룸도 없애버렸고, 직원들이 음식을 집에 싸갈 수 없게 일회용 용기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를 회사를 대표하는 구글도 일부 복지를 축소하였다고 한다. 활용도가 낮은 일부 시설을 폐쇄를 진행하였고 2023년 1월에 24명의 마사지 치료사들과 근로계약을 종료하기도 했다.
개발자의 삶에서 복지와 기업의 크기와 돈 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 제 친한 후배 개발자의 이야기다. 이 친구의 목표는 언론사 최고의 개발자가 되는 것이다. 이유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언론의 순기능에 대한 숭고한 조력자로서 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빅테크 기업의 스카우트 제의도 뿌리치고 여전히 언론사에서 개발자로서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물론 개발자마다 철학이 다르다. 우선순위가 '돈'이나 '기업의 규모'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나름의 이유로 그것들을 선택한 것도 그들의 충실한 인생이 한 부분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사례처럼 코딩으로 세상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개발자의 집중력과 충실한 삶을 보면서 감동을 느끼고는 한다.
필자가 개발자의 삶의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이렇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코딩을 쉽게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블로그를 기록한다. 더 많은 이들이 코딩의 재미를 느끼고 하여 개발자의 길을 들어서는 디딤돌을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이 내 코딩의 철학이다. 그래서 개발자의 삶이 지칠 때 독자분들의 후기를 보면서 다시 힘을 얻고는 한다. 개발자로 살아가는 혹은 개발자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질문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코딩을 해야 할까? 어떤 가치를 따라 살아야 할까?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모두 개발자를 넘어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가길 바란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개발자의 삶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