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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을 내려놓으세요. 아니 던지세요!

걱정의 대부분은 쓸모가 없어요

by 고코더

이 컵의 무게는?

물컵

물컵이 하나가 있습니다. 제가 들어보겠습니다. 컵 안쪽을 보니 물이 반 정도 차있네요. 그럼 문제를 하나 내보겠습니다. 이 컵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요? '200g?', '300g?', '500G?' 정답은 사실 저도 모릅니다. 중요한 건 제가 이 컵을 얼마나 오래 들고 있냐는 것입니다. 잠깐 들고 있는 거라면 무게가 어떻든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1시간을 들고 있다면 팔이 많이 저려올 거 같습니다. 만약 하루 동안 들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팔이 마비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 컵의 무게는 변하지 않지만 오래 들고 있을수록 무거워집니다. 걱정도 이와 같습니다. 그것들을 잠깐만 생각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한 시간을 생각하면 점점 아프기 시작할 것입니다. 하루종일 생각한다면 마비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당장 컵을 내려놓으세요. 이 이야기는 한 심리학자가 걱정과 불안을 내려놓는 방법을 가르친 유명한 일화입니다.


우리가 하는 걱정이란 물컵 얼마나 들고 계신가요? '1분?', '1시간?', '24시간?' 저는 대략 24시간 정도는 들고 있는 거 같습니다. 걱정이 밀려오면 오랜 시간 동안 고무되어 잠자기 전까지 내려놓지를 못합니다. 잠이 들고 나서야 드디어 걱정의 컵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꿈속에서도 걱정을 이어가기 때문에 잠에서 깨고 나서 출근을 해야 걱정에서 해방되기도 합니다. 아마도 컵 못 내려놓기 대회를 연다면 제가 1등이 아닐까 싶습니다.



필요 없는 물의 양


걱정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의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다.
걱정의 22%는 사소한 고민이다.
걱정의 4%는 우리가 바꿔놓을 수 있는 일에 대한 것이다.
- 모르고 사는 즐거움 中-


위에 자료는 어니 '젤린스키(Ernie J. Zelinski)'의 저서에서 발표한 걱정에 관한 통계입니다. 대략적으로 계산해 보면 96%의 걱정은 중요하지 않는 것들입니다. 그렇다면 이 통계가 맞을지 걱정 대장인 현재 저의 머릿속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얼마나 쓸모없는 걱정으로 가득 찼을까요?


첫 번째 걱정은 미용실 예약입니다. 주말에 가야 할지 평일 퇴근 후에 가야 할지

두 번째 걱정은 에디터에게 집필하고 있는 종이책 피드백이 늦어진다는 것

세 번째 걱정은 금요일 저녁에 벌써부터 월요일 출근 스트레스

네 번째 걱정은 아직 1년 반이나 남은 전세 재계약 고민

다섯 번째 걱정은 어제 이중 결제된 카드 값 문제입니다.


제가 하는 걱정을 이렇게 나열해 보니 해결할 수 없는 일들뿐입니다. 밤새도록 생각하고 고민해 봤자 해결되지 않을 문제들로 걱정으로 걱정을 만들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던져버리기

아이스크림 던지기 챌린지?


미국에서 유행하는 매우 이상한 놀이입니다. 주문이 잘못된 아이스크림을 다른 사람 얼굴에 던지는 챌린지 라고 합니다. 상당히 기분 나쁠 수 있는 장난을 영상 속 알바 생들은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있네요. 이 챌린지를 보면서 무슨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걱정을 던지는 방법이 떠올렸습니다. 아이스크림을 걱정이라고 상상했습니다. 잘못 주문된 아이스크림을 시원하게 던져버리듯 걱정도 이렇게 잘못된 걸 알았을 때 즉각적으로 던져버릴 수 있다면 어떨까? 앞서 설명한 것처럼 걱정은 거의 대부분 쓸모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걱정이 떠오를 때 잘못된 생각들이니 우선 시원하게 던져버리는 것입니다. 걱정은 실체가 없어 손으로 집어던질 수 없으므로 머릿속에서 던져버리는 것입니다. 미용실 예약? 우선 던져버렸습니다. 어차피 머리는 언제든지 깎을 수 있고 좋은 시간이 나면 그때 예약하죠 뭐 전세 재계약? 걱정이 드는 순간 역시 던져버리겠습니다. 나가라고 하면 다시 구하면 되고 있으라고 하면 좀 더 그때 가서 생각해 보죠. 이렇게 아이스크림 던지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걱정을 던지는 연습을 하다 보니 어느새 투수처럼 걱정이란 공만 보이면 던지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습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10분도 안 된다. 무슨 걱정거리가 있건 그것을 종이에 적어 보라. 틀림없이 서너 줄에 지나지 않는다. 그 몇 줄 안 되는 문제에 대해 10분 안에 해답이 나오지 않으면 그것은 당신으로서는 해결할 수 있는 고민이 아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그 10분을 질질 고무줄처럼 늘려 가면서 하루를 허비하고 한 달을 죽이며 1년을 망쳐 버린다. 머리가 복잡하다고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사실은 해결방안도 알고 있으면서 행동에 옮기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세이노, 『세이노의 가르침』, 데이원(2023) -


그렇다면 걱정을 던질 때 몇 분 안에 던져야 할까요? 참고로 야구에서는 투수가 공을 던지는 시간을 규정합니다. 주자가 없을 때 '15초', 주자가 있을 때는 '20초' 이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걱정이 올라올 때 몇 초안에 던져야 이상적일까요? 그 해답을 세이노 저자의 "세이노의 가르침"이란 저서에서 찾아봤습니다. 세이노 작가는 어떤 문제든 10분 이상 생각하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10분이 넘는 고민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주장 합니다. 이 해답이 옳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주관적인 생각으로도 10분이면 적당한 시간인거 같습니다. 그러므로 걱정을 던질 때 10분 이상은 고민하지 않는 걸로 하는걸 제안합니다.



진짜 걱정은 볼링공

볼링공

잠깐 그런데 진짜 중요한 걱정까지 던져버리면 어떡하냐고요? 걱정 마세요. 제가 던지는 연습을 하다 보니 알아낸 게 있습니다. 중요한 걱정은 볼링공 같이 무게감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가볍지 않더군요. 던져도 쉽게 던져지지 않고 묵직하게 마음속으로 내려와서 진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아마도 걱정이 필요한 문제는 마음이 먼저 반응하는 게 아닐까요? 예를 들면 지인이 암투병 중인데 그 걱정이 들면 머릿속에 복잡한 고민이 아닌 마음에서 감정과 함께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들어 기도를 하게 되더군요. 그러니 우선 저를 믿고 걱정이 올라오면 무조건 던져보시길 바랍니다. 조금 쑥스럽지만 집에 저는 혼자 있을 때 야구 선수처럼 휙 던지는 모션을 몸으로 따라 합니다. 공은 쓰레기 종이조각을 구겨서 사용합니다. 이렇게 던지면 정말로 신기하게 생각만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가 더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부터 함께 걱정을 던지는 투수로 변신하셔서 밀려오는 생각들을 더 멀리멀리 던지는 하루가 됩시다.



그렇게 열심히 던져버려서
걱정을 함께 날려버립시다.












* 출처

- 세이노, 『세이노의 가르침』, 데이원(2023)

- https://blog.naver.com/mjk50210/220887237604

- https://medium.com/@vyaschandra/a-psychologist-walked-around-a-room-while-teaching-stress-management-to-an-audience-f814def8e3af

- https://www.tiktok.com/@tiktoqmi4d0/video/7267150140534754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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