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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클립 하나

걱정을 교환하는 방법

by 고코더

클립 하나부터 시작하기


클립


클립 하나로 할 수 있는 일 무엇이 있을까요? 종이 서류들을 묶어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일, 책에 읽은 부분까지 표시해 두기 위한 책갈피, 고장 난 지퍼에 고리 부분을 연결해 지퍼 손잡이로 사용, 마지막으로 겨울철 니트 소매 끝 밑단에 끼워주면 정전기 방지까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그런데 이 클립 하나로 집을 구매한 25살 캐나다 청년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백수청년 '카일 맥도널드(Kyle MacDonald)는' '비거 앤 베터(Bigger & Better)' 놀이를 계획합니다. 이 놀이는 아주 간단합니다. 가지고 있는 물건보다 더 크고 더 좋은 것으로 바꾸는 물물교환 놀이입니다. 맥도널드가 가지고 시작한 물건은 바로 '빨간 클립' 한 개였습니다.


빨간 클립을 '물고기모양 펜'으로 바꾸고, '문손잡이'와 바꾸고, '캠핑 스토브'로 바꾸고, '휴대용 발전기'로 바꿉니다. 그다음 '즉석파티세트'로 바꾸고 '스노빌'로 교환합니다. 이런 식으로 총 15번째 물건을 교환한 끝에 2층집을 얻게 됩니다. 단 1년 만에 빨간 클립이 집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카일 맥도널드가 이런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예쁜 빨간 클립 덕분일까요? 아마도 카일 맥도널드가 용기와 가장 작은 것부터 시작한 '마음'이었습니다.



또 걱정이 드네요. 빨간 클립을 찾을 차례입니다.

빨간 클립

오늘도 저는 걱정과의 싸움에서 패배를 선언했습니다. 걱정은 무기력이란 친구를 함께 동반합니다. 그 덕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나에게 '너 는 이래서 안 돼', '구제불능'이야 라는 말들을 스스로에게 내뱉습니다. 그러면서 더 무기력해지고 다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악순환만 겪게 됩니다.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하지만 이미 불안한 생각들로 완전 잠식 당해버렸습니다. 잠깐! 이때입니다. 손에 쥐고 있던 '빨간 클립'을 꺼내보세요. 집에 클립은 어딘가 있던 거 같은데 빨간색은 없는 거 같다고요? 괜찮습니다. 제가 지금 말하는 빨간 클립은 얇은 철사를 구부려서 만든 그 클립이 아니라 여러분이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것'을 뜻합니다. 물건도 좋고 마음도 좋습니다. 가장 작은 것을 준비해 주세요. 준비되셨나요?


저는 빗자루를 집어 들었습니다. 이제 작은 것을 들고 교환을 하러 가봅시다. 저는 우선 거실을 쓸어보겠습니다. 쓸다 보니깐 제 서재에 꽂혀있던 오래된 어린이책을 발견했습니다. 예전에 출간한 '내가 하고 싶은 일, IT개발자'를 계약을 하면서 선물로 받아온 책이네요. '방송작가' 편을 읽어보니 재밌네요. 그런데 몇 페이지 좀 읽었더니 벌써 무기력이 몰려옵니다. 여기서 멈추면 안 됩니다. 이번엔 잔뜩 쌓인 빨래 바구니가 보입니다. 세제를 넣고 새로 산 섬유유연제를 넣고 드럼 세탁기 전원을 켜고 '급속 세탁'으로 돌립니다. 뒤를 돌아보니 창밖으로 가을 하늘이 청명하게 맑습니다. 환기를 시킬 차례입니다. 조금씩 기분이 올라옵니다. 모자만 대충 눌러쓰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갑니다. 그렇게 공원을 산책 중 친구와 만났고 옛날이야기를 나누면서 행복한 추억에 빠져듭니다. 네 여기까지 걱정 환자들을 위한 판타지 소설이었습니다.



진짜 빨간 클립 '감사'

수첩

걱정이 몰려오면 현실은 암담합니다. 한 번은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니 거실에 햇살이 가득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시간은 5시 20분 남들은 일할 시간에 조기퇴근해서 소파에 누워있으니 열린 창문으로 봄 향기가 느껴집니다. '띵동' 그리고 출간한 종이책이 중쇄되어 저작권료까지 들어왔다는 은행 알람이 뜨네요.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불안합니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무료 상담 전화로 우울감을 표현했지만 나아지는 건 없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날씨라도 세상만사 행복해도 이유 없이 걱정에 붙들려서 한없이 내려앉는 것이 바로 진짜 걱정 환자들입니다.


자 이제 진짜 '빨간 클립'을 꺼내보겠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철사 클립이냐고요? 아닙니다. 마음으로 속 깊은 곳에 있는 바로 '감사'입니다. 아 너무 시시한 방법 같다고요? 네 제가 봐도 너무 뻔한 이야기 같습니다. 하지만 속는 셈 치고 좀 더 따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를 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저는 쓰지 않고 방치된 '빨간 수첩'을 꺼내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방구석에 쳐박혀 있는 작은 수첩을 꺼내어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기에 볼펜으로 감사한 이유를 꾹꾹 눌러쓰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에 엄지손가락으로 쓰지 말고 볼펜의 압력을 느끼고 수첩 종이의 질감을 느끼며 감사한 제목을 적는 것 입니다.


1. 오늘 아침 버스 놓치지 않음을 감사

2. 퇴근할 때 엘리베이터가 한 번에 왔음을 감사

3......(없는데)


네 고생하셨습니다. 거기까지 써도 됩니다. 빨간 클립이 감사로 교환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감사는 뭐로 교환할 수 있을까요? 교환은 성공만 있는 게 아닙니다. 가끔은 실패할 때도 있고 손해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작은 물건으로 교환했기 손해를 봐도 큰 문제는 아닙니다.



감사의 과학적인 힘


"감사함을 느낄 때 우리 뇌의 왼쪽 전전두엽 피질(왼쪽 앞 뇌)이 활성화된다. 그런데 이 부위는 사랑, 공감, 낙관, 열정, 활력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와 일치한다. 감사는 우리의 뇌를 활성화시켜 신경전달물질인 호르몬을 변화시킴으로써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도록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대학의 로버트 에몬스(Robert Emmons) 교수와 맥컬로우(Michae McCullough)교수는 192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감사의 효과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삶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감사일기를 쓴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행복지수가 높게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감사하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의미다. "

- 김권수, 『내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책들의 정원(2017) -


김권수 저자의 "내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저서를 보면 감사가 우리의 뇌와 신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저술합니다. 이렇듯 감사는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저서에서는 감사를 얻을 수 있는 또 한가지를 설명합니다.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품게 되면 심장의 박동과 뇌파의 주파수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심장과 뇌파의 파동이 하나로 공명하여 가장 안정적인 상태를 만들어 낸다" 감사라는 마음으로 가장 안정적인 상태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감사는 무료인데다 심지어 우리의 정신과 육체까지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1. 감사는 행복감과 삶의 만족감을 증진하며, 낙관성과 기쁨, 쾌감과 열정 등 다른 긍정적 정서도 끌어올린다.
2. 감사는 타인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기존 관계에 대한 만족감을 높인다.
3. 감사가 많은 사람일수록 두통, 소화기 계통 질환, 기관지염, 수면 장애 등의 건강 문제가 적게 나타난다.
4. 감사는 이타적 선행을 불러일으킨다.
5. 감사는 단지 행복하고 건강한 삶뿐 아니라 스스로 삶을 개선하도록 동기 부여한다.

- 제러미 애덤 스미스, 『감사의 재발견』, 현대지성(2022) -


'제러미 애덤 스미스'의 "감사의 재발견"이란 책에서는 감사의 뿌리를 규명하기 위해 뇌과학자들과 생물학자들이 20여 년간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을 정리하였습니다. 감사가 우리의 정신 건강, 인간관계, 신체 건강, 자기계발에 광범위한 유익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감사 후를 기대하자


우리는 100원짜리 빨간 클립 보다도 구하기 쉬운 감사로 교환을 시도했습니다. 저는 감사를 글로 쓰기 시작하고 한 달 정도 지나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불안함을 부추기는 욕심이란 놈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욕심이란 녀석이랑 여전히 싸우는 중이지만 걱정을 일으키는 수많은 실체 중 하나를 찾게 되어서 한 발자국 더 걱정과의 거리를 넓힐 수 있습니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그의 책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불안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이 순간의 좋은 일에 감사하는 것이다." 여러분의 가장 작은 마음으로 감사를 시작했습니다. 거기까지입니다. 그다음은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기대해 보는 건 어떨까요?



언제든지 사용 가능한 빨간 클립 '감사' 꼭 사용해 보세요.



*출처

- 제러미 애덤 스미스, 『감사의 재발견』, 현대지성(2022) -

- 김권수, 『내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책들의 정원(2017) -

- 팀 페리스, 『타이타의 도구들』, 토네이도(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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