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지 않는 아침 스마트폰 알람이 요란스럽습니다. 죄 없는 스마트폰을 신경질적으로 꺼버리고 늑장을 부립니다. 또 한 번 알람이 게으른 날 재촉합니다. 이제야 침대에 파묻힌 무거운 몸뚱이를 일으켜 세웁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혼미한 정신으로 잠시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에 잠깁니다.
"아 오늘까지 다 하라고 했지"
어제 마무리 못한 일들이 걱정입니다. 까칠한 부장님이 또 무슨 트집을 잡을지 돌아온 정신은 벌써부터 걱정거리부터 찾고 있습니다. 유독 개발자만 매일 이렇게 걱정이 많은 걸까? 아니면 다른 일들도 매일 아침 똑같은 걱정으로 하루를 시작할까? 나만 억울한 건 아닌지 괜히 불쌍한 척을 해봅니다. 어릴 적 엄마와 아빠도 나와 똑같은 아침을 맞이했었을까요? 정장을 차려입고 집을 나서는 아빠의 든든한 뒷모습에도 나와 똑같은 걱정이 묻어 있었을까요? 괜스레 나만 겪는 아침이 아니란 걸 느끼고 다시 기운을 차립니다.
아침밥은 건너뛰고 샤워부터 합니다. 이제 머리를 감으면서 거울 속에 검은 머리가 잘 있는지 대충 감으로 세어봅니다. 다행히 아직은 탈모가 진행되지 않았네요. 짧은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드디어 하루가 시작하는 기분이 듭니다. 옷장을 열어 오늘 입을 옷을 고릅니다. 똑같은 브랜드에서 구매한 옷만 채워 넣었더니 아무렇게나 입어도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연한 청바지가 없네요. 정기 세일이 언제였더라?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보니 할인 날짜가 지나버렸습니다. 아마 반년은 기다려야 할거 같네요.
옷
"그냥 정가 주고 살까?"
정가 주고 살 바에는 좀 더 보태서 좋은 브랜드로 살까? 별것도 아닌 걸로 또 고민에 잠깁니다. 그렇게 고민을 하면서 몸은 바지와 옷을 꺼내어 아무렇게나 차려입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섭니다. 위아래 같은 색만 아니면 대충 어울리는 거 같아서 오늘도 한 번에 합격입니다. 오피스텔 문을 열고 나가려고 보니 새벽배송으로 택배가 와있습니다.
"집에 들여다 놔야 하나?"
잠깐 또 고민에 빠집니다. 버스 어플에는 도착 시간이 '1분 전' 전이라며 요란스럽게 진동이 울려대고 택배 박스에는 '신선제품'이라고 굵은 글씨로 쓰여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생각하면서 몸은 이미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왠지 이 버스를 놓치면 지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또 하루종일 회사에서 택배 걱정을 할 모양새입니다. 결국 오늘도 아침부터 별것도 아닌 걱정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또 걱정하고 계시네요. 다 잘 될겁니다.
네덜란드의 기독교 작가이자 연설가 '코리 텐 붐' 여사는 이런말을 했습니다. "걱정은 내일의 슬픔을 덜어 주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힘을 앗아 갈 뿐이다." 그녀는 유태인들을 숨겨주었다는 이유로 나치에 체포된 후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처참한 끔찍한 수용소 생활을 겪었던 사람입니다. 누구보다 걱정뿐이 느낄 수 없는 고된 삶을 살아온 그녀가 말합니다. 걱정은 힘을 앗아 갈뿐이라고
왜 우리는 걱정을 할까요? 저는 정말 걱정이 많습니다. 이야기 하기 숙쓰럽지만 벌써부터 은퇴후를 걱정합니다. 아직 30대인데 말이죠. 그리고 다음달의 걱정도 앞섭니다. "회사에 짤리면 어떻게 하지?" 웃긴건 바로 내일의 걱정까지 합니다. "코딩 실수해서 쫓겨나면 어떻하지?" 이렇게 걱정에 달고 사는 저에게 지인들은 말합니다. "너 정도 실력이면 어디 쫓겨날일 없자나?", "개발자인데 일이 없겠어?", "만약 회사 짤려도 작가 계속 하면 되는거 아냐?" 라고 말이죠. 제 삶은 분명 '코리 텐 붐' 여사의 유대인 철창속의 삶처럼 희망이 없는건 아닙니다. 어쩌면 어떤 이들보다 좀 더 괜찮은 삶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만의 걱정을 달고 삽니다.
이 책을 통해 제가 바라본 걱정이란 놈에 대해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개발자이자 IT 작가인 제가 에세이를 쓰는건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첫번째 출간한 종이책 "오늘도, 우리는 코딩을 합니다."는 나름 개발자를 위한 에세이 였습니다. 이번에는 걱정하는 이들과 함께 감성 에세이 입니다. 저와 같이 걱정을 안고 사는 사람과 공감하며 위로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또 걱정하고 계시네요. 다 잘 될겁니다."라는 에세이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