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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걱정되면 그만둡시다!

최악을 생각하기, 카렐공식

by 고코더


카렐 공식

'윌리 카렐(Willie Carell)'은 뉴욕 버팔로에 있는 강철 회사의 엔지니어였습니다. 어느 날, 카렐은 미주리주에서 가스 청소 기계를 설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설치를 완료한 후 기계의 상태가 회사가 보장하는 품질에는 미치지 못한 걸 깨닫습니다. 그러자 심적으로 매우 초조해지며 걱정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카렐은 초조함은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사고의 방향을 바꿔 지금 당면한 상황을 사고의 방향을 바꿔 문제를 다시 접근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일이 가져올 수 있는 가장 최악의 결과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른 기계로 교체하는 작업을 하거나 사장이 카렐을 해고시키는 것이 최악의 상황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시대는 기계 수리 엔지니어 수가 부족해 새로운 일자리 구하기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생각을 해냅니다. 즉 다른 회사에 취업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일 안 좋은 결과 역시 받아들일 수 있는 일들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이런 사고 과정을 거치자 카렐은 점차 차분해졌습니다. 그 후 몇 번의 테스트를 거쳐 100만 원을 더 들여 설비를 좀 더 조립하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었습니다. 그 결과 회사는 손해를 보지 않았고 완벽한 개선 방안을 얻었고 카렐 역시 해고되지 않았습니다.


그 후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는 카렐의 경험을 통해 근심 걱정을 해결하는 종합적인 방법을 정리해 ‘카렐 공식’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걱정을 멈추고 즐겁게 사는 법"이란 책에서 카네기는 ‘카렐 공식’에 대해 정의를 합니다. 가장 나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먼저 정신적으로 받아들이고 침착하게 집중하여 문제를 해결하면 걱정의 근원을 지울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만두고 말지 뭐!

회사를 오래 다니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습니다. 이 특징은 제가 오랜 직장 생활하면서 느낌으로 구성한 아주 주관적인 내용입니다. 첫 번째는 책상이 지저분한 사람들입니다. 책상을 깨끗하게 치우지 않는 동료들은 항상 오랫동안 옆에 남아있었고, 마치 퇴사한 사람처럼 항상 깨끗하게 책상을 정리하는 동료들은 금방 회사를 떠났던 거 같습니다. 두 번째는 회식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사람입니다. 심지어는 퇴근 후 간단한 식사자리까지 모조리 찾아와 참석하는 동료들이 회사에 오래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반대로 회식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은 금방 퇴사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특징은 걸핏하면 친한 동료들에게 하소연하듯 이런 말을 뱉던 동료입니다. "아 내가 그만두고 말지!!" 퇴사 준비는 전혀 하지 않는 거 같은데 조금만 힘들면 그만둔다고 엄살 부리는 친구는 여전히 그 회사를 아주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제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비전공자로 개발자로 시작한 첫 직장생활은 포부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침마다 파이팅을 외치면서 코딩 한 줄 한 줄에 모든 열과 성의를 다했습니다. 개발 일정이 나오면 주말에도 일하겠다고 떼를 쓰며 열정에 불타던 초보 개발자 하지만 의욕이 과했을까요? 첫 직장 생활은 대실패였습니다. 실패의 원인은 다양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잘해야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압박감이었습니다. "난 실수하면 안 돼! 이 회사 오래 다녀야 해!"라고 주문을 걸면서 매일 일을 했습니다. 코딩은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실수를 고쳐나가는 게 코딩입니다. 그런데 그 시절 조금만 실수하면 마치 잘리는 것처럼 착각을 했고, 오히려 그런 마음 때문이었는지 좀처럼 집중은 못했고 걱정이 앞서서 예민해졌고 결국 제대로 된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윌리 카렐과 비슷해졌습니다. 그 당시 기계 수리 엔지니어 수가 부족한 것처럼 지금은 숙달된 개발자의 수가 많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몇 번의 이직을 해본 경험상 일자리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걸 몸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위기가 닥쳐올 때 최악을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이죠. "이번 프로젝트 실패하면 이직하지 뭐!" 개발자 생활 12년이 지난 지금도 항상 최악을 생각하며 코딩을 합니다. 좀처럼 실수가 많았던 어제도 마음을 비우고 최악을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고 풀리지 않던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던 체험을 했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 최악을 생각해하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카렐 공식을 사용하고 있던 셈이었습니다.



카렐공식 사용법


여러분도 혹시 지금 카렐 공식을 사용하고 계신가요? 최악을 생각해하며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게 포인트지만 '카렐 공식'은 사실 매우 간단한 세 가지 절차가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먼저 두려움을 없애고 이성적으로 전체적인 상황을 분석한다. 그 후 실패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제일 나쁜 상황이 무엇인지 찾아낸다."


"두 번째, 발생 가능성이 있는 제일 나쁜 상황을 찾아낸 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비록 상황을 돌이킬 수 없더라도 우리는 빠르게 털어낼 수 있다."


"세 번째는 받아들임으로 평화롭게 그 일에 시간과 힘을 쏟아 최악의 상황을 개선하여 해결하기 위해 집중할 수 있다. 의지가 있다면 빠르게 어려운 상황을 벋어날 수 있다."


걱정의 가장 안 좋은 점은 집중력을 해친다는 것입니다. 걱정을 할 때 우리의 생각은 여기저기 흩어져 돌아다니고 결정 능력 또한 상실된다고 합니다. 가장 나쁜 상황에 직면할 때 그것을 정신적으로 받아들이면,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을 고려할 수 있게 되고 집중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위치에 자신을 놓을 수 있다고 합니다. 걱정이 줄어들고 비로소 많은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원리입니다.



최악의 경우는 시도하지 않는 것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는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농구의 황제로 불렸던 '마이클 조던(Michael Jeffrey Jordan)'이 2년간의 야구선수 생활을 끝내고 농구 코트로 돌아오면서 한 말입니다. 마이클 조던은 어느 날 갑자기 야구를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실종되었던 아버지가 총에 맞아 숨진 것을 확인하고 실의에 빠져 있던 마이클 조던이 우승 후에 농구를 그만두고 야구를 해보라고 했던 아버지의 말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었습니다. 위대한 농구의 황제가 농구를 그만두고 마이너리그에서 뛴다는 소식은 그 자체는 놀라움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이클 조던의 2년간 마이너리그 생활은 실패였습니다. 2년이 지난 후 마이클 조던은 농구 코트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에 영화처럼 시카고 불스를 정상의 위치에 다시 올려놓습니다.


농구 황제로 돌아온 조던에게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짧은 전성기에 2년을 야구장에 허비한 것 아니냐?"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조던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야구가 내게 준 가르침은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는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계획했던 일들을 하지 않는 것이다. 분명히 되지 않을지언정 시도는 해봐야 한다." 이처럼 시도하지 않음 그 자체가 자신에게는 정말 큰 재앙이 되었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걱정에 매몰되면 회피를 합니다.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주저 않습니다. 회피하고 상황을 피하면서 오는 안정을 다행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회피는 두려움의 연정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정답이 아닙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시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무엇이든지 시도해 보시길 바랍니다. 도전하고 오는 최악보다 시도하지 않는 최악이 더 최악일테니깐요.




메멘토 모리

죽음
나는 죽음에 관한 사실에 대해 생각할 때 적절한 시간과 공간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연인과 키스를 나누는 때는 절대로 그런 시간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죽을 운명을 늘 ‘인정’하고 있어야 한다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과 죽음의 본질에 대해 ‘무시’해야 한다는 것 역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죽음에 관한 사실과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시간과 장소는 여러분이 죽음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 바로 지금 그리고 그곳이다. 이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삶과 죽음에 관한 사실들을 바라보는 가장 바람직한 태도는 무엇인가?”

- 셸리 케이건, 『죽음이란 무엇인가 』, 엘도라도(2012) -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 낱말입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이 말을 큰소리로 외치게 했다고 합니다.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교만하지 말라는 경고라고 합니다. 사람은 결국 죽습니다. 영원히 살 것처럼 오늘을 누리고 있지만 내일이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과거는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당장 1시간 후에 미래는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로지 현재 속에서 우리는 행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죽음을 상기한다는 건 무엇일까요? 삶을 포기하게 만들까요? 아닙니다.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몰입을 가져다줍니다.


"이러한 시절에 아침을 열 때는 공동체와 나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첫째, 이미 죽어 있다면 제때 문상을 할 수 있다. 둘째, 죽음이 오는 중이라면, 죽음과 대면하여 놀라지 않을 수 있다. 셋째, 죽음이 아직 오지 않는다면,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보다 성심껏 선택할 수 있다. 넷째, 정치인들이 말하는 가짜 희망에 농락당하지 않을 수 있다. 다섯째, 공포와 허무를 떨치기 위해 사람들이 과장된 행동에 나설 때, 상대적으로 침착할 수 있다. 그렇게 얻은 침착함을 가지고 혹시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생과 이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는 거다. 화전민이나 프리라이더가 아니라 조용히 느리게, 그러나 책임 있는 정치 주체로 살아보고야 말겠다는 열정을 가져보는 거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열정이란 그 자체로 지나치게 큰 야망처럼 보인다."


- 김영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 어크로(2018) -


앞에서 배운 카렐 공식을 조금 변형해서 최악의 상황을 죽음으로 가정해서 사용해보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의 삶이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어떨까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일상의 걱정들이 자동적으로 없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마지막 시간에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메멘토 모리!'는 걱정에 휩싸인 우리에게 이렇게 들립니다. '너는 내일 죽을 수도 있는 사람이니 걱정 그만하고 오늘만 집중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생각들은 무엇인가요? '회사에서 정리해고 당한 일?', '아픔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일?', '하루 아침에 재산을 전부 날린 일' 모두 겪고 싶지 않은 일들이지만 그중에서 최악은 죽음을 맞이한 순간일 것 입다. 다행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모두 죽지 않았기 때문에 힘든 상황에 눈물 흘리고 있는 것입니다. 카렐 공식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나쁜 상황은 바로 죽음입니다. 걱정이 드는 오늘 죽음을 떠올려 보고, 그 보다 나쁜 게 없다면 오늘을 감사하며 용기 내어 충실히 한번 살아가 보시길 바랍니다.



* 출처

- 장원청,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 미디어숲(2020) -

- 장원청, 『마음을 꿰뚫는 일상의 심리학』, 미디어숲(2023) -

- 데일카네기, 『걱정을 멈추고 즐겁게 사는 법』, 리더북스(2016) -

- 김영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 어크로(2018) -

- https://blog.naver.com/atfeel/221529921840?viewType=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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