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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와 자동완성 기능

글쓰기도 자동완성 기능이 존재한다?

by 고코더


자동완성 기능


자동완성

검색 사이트에서 키워드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예상되는 문장을 예측해주는 기능을 "자동 완성(autocomplete)"이라고 합니다. 프로그램이 사용자의 생각을 예측하여서 데이터를 제안하는 방식의 편리한 유저 인터페이스(UI)입니다. 환갑을 넘긴 저희 부모님도 이 기능을 잘 사용하는 거 보면 우리 생활 속에서는 이미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코드 어시스트

개발에서도 프로그램 코드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기능을 "코드 어시스트(code assistant)"라고 합니다. 이 기능은 아주 중요합니다. 불필요한 타이핑을 줄여 획기적으로 개발 시간을 단축합니다. 자동완성 기능을 잘 사용하는 개발자일수록 코드의 정확성과 완성도가 높아집니다.




이렇게 자동완성 기능은 오타를 보정할 수도 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단어의 첫 글자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생각을 떠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특별한 장점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완성 키워드를 이용한 마케팅에 펼치기도 하고, 반복적으로 검색을 시도해 자동완성 키워드를 조작해 정보를 왜곡시키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해 사회문제로 대두가 되기도 합니다.



에세이에서 자동완성?


넓은 의미에서 에세이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걸 말합니다. 그런데 머리에 떠도는 글감들을 손가락으로 뽑아내는 건 굉장히 어렵습니다. 마치 회사 면접에서 말문이 콱 막혀서 말 더듬이가 되는 거처럼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혀 끝에서만 맴돌고 진행이 안 되는 상황을 "설단현상(舌端現象)"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말뿐만 아니라 글에서도 나타납니다. 생각이 손끝에 맴돌고 쓰이지 않는 "지단현상(指端現象)" 나타나고는 합니다. 어렵게 쓴 문장도 벌써 어색해 보이고 틀린 것처럼 생각이 드는 현상은 사실 누구나 겪는 문제입니다.


가끔 상상을 합니다. 에세이 쓰기를 할 때도 자동 완성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가 말하고 싶은 주제를 알아차려서 좋은 문장을 완성해주고 때에 맞는 비유와 표현 그리고 정보를 엮어서 한 번에 문장으로 완성시켜주면 개발자가 프로그램을 만들 때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공상을 합니다. 그런데 아직은 빅데이터 기반의 AI가 작가의 의도까지 읽기는 무리입니다. 첫 글자를 보고 자동으로 단어를 완성시켜줄 수는 있을지 몰라도, 문장을 완성받을 수 있는 기술이 만들어지려면 아직 꽤나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저희 세대에서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에세이에서 자동완성 기능 사용하기


"사실 에세이도 자동완성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에세이도 자동완성 기능을 사용하여 많은 작가들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글쓰기 비법을 들어보면 이 기능을 사용해서 22년 동안 80권이 넘는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그 비법은 바로 참조문헌입니다. 유교수는 책을 볼 때 항상 얼마나 많은 문헌을 참조하였는지 맨 뒷장을 꼭 확인한다고 합니다. 즉 다른 책들의 좋은 내용들을 잘 활용하여, 일명 자동완성 기능으로 만들어진 책일수록 풍성하다는 말입니다.


에세이 작가가 자동완성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책을 읽는 거뿐만 아니라 머릿속에 잘 담아두어야 합니다. 내가 현재 써 내려가는 글에서 의견에 대해 인용하고자 하는 책이나 인물의 명언들이 저절로 떠오를 때까지 지식을 쌓는 방법입니다. 우리의 뇌가 프로그램이 하는 일을 대신할 수 있도록 지식을 많이 완성해놓는 것이 바로 자동완성 기능이 됩니다.



온라인 노트를 이용한 소스 모음


그런데 뇌는 한계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히기 마련입니다. 컴퓨터가 자동완성 기능을 실행하듯 우리에게도 기억을 돕는 자동으로 키워드를 만들어줄 프로그램이 필요로 합니다. 바로 노트 어플입니다.


제 노트의 스크립들

책, 강연, 신문, 블로그 등을 읽을 때마다. 좋은 부분을 모두 스크립 해서 종류별로 모아두는 방법은 좋은 습관입니다. 그런데 옛날 방식처럼 가위와 풀로 종이 노트에 붙여서 보관하기보다는 온라인 노트를 활용해 차곡차곡 저장해놓으시길 바랍니다.


프로그램으로 저장한 데이터는 검색이 가능하고 태그와 카테고리 등을 붙여서 상세하게 분류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많은 양이 쌓인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무거워지거나 공간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무제한으로 저장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클라우드 기반이라면 자동으로 모든 내용이 백업되고 원하는 기기에서 쉽게 꺼내볼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함은 배가 됩니다.



자동완성 능력이 필요합니다.


백지상태의 워드 문서에 손끝이 얼어버리고 머리가 하얘졌다면 자동완성 기능을 꺼놓았기 때문입니다. 이 기능을 켜기 위해서 다양한 책과 정보를 수집하셔서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아두는 연습을 하시기 바랍니다. 한번 실행된 기능은 자동으로 업그레이드 되어 글쓰기마다 나를 도와주는 고마운 글쓰기와 지식의 연결고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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