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전문가의 병원 이야기
나는 3차 병원에서 신경심리사로 일하고 있다. 흔하지 않은 직업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와닿지 않을 것 같아 부연 설명을 해보려 한다. 나는 다양한 이유로 뇌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의 인지 기능과 일상생활의 장애 정도를 평가한다. 쉽게 말해 내가 치매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병원에서 환자에게 뇌의 기능을 평가하는 검사를 실시하고 환자, 보호자와 면담도 한다. 그래야 뇌가 고장 나 일상생활에 어떤 문제를 만들어내는지 알 수 있다. 면담을 하다 보면 수많은 삶과 가족의 내밀한 속살을 깊숙하게 들여다보게 된다.
특히 많이 듣는 질문이 "혹시 저희 엄마가 치매인가요?"라는 말이다. 그만큼 ’ 엄마가 예전 같지 않아 ‘라는 생각을 가지고 의심이 사실이 아닐 것을 확인받기 위해 큰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내가 입은 옷자락을 붙잡고 묻는 사람들의 눈을 보면 절박함과 간절함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이들의 사연과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 흘리고 함께 고통스러워하기도 한다. 때로는 감동을 받고 뭉클해하기도 한다. 내 직업은 이렇게 병으로 고통받은 환자와 그들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다.
나는 질병과 사람, 사랑,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따금 부모님의 건강이 걱정되는 사람들을 위해 치매에 대한 정보도 정리해보려고 한다. 내가 겪은 순간을 글로 적으면서 환자의 개인 정보는 모두 바꾸었다. 당연히 그들에 대한 존중과 직업적인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감정만큼은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