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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하 Jan 16. 2023

DAO로 ESG를 실현할 순 없을까?

<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 20편

2023년에도 ESG는 화두가 되고 있다. ESG는 투자 및 경영에 있어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등 비재무적 요소를 적극 고려하는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지난해부터 ESG 공시에 대한 국제 표준화 논의가 본격화됨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도 2022년 12월 28일 <ESG 인프라 고도화 방안>을 발표하며 민간 중심의 ESG 생태계 육성에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정부 방안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중소/중견 기업의 ESG 경영 확산을 위한 인센티브 강화 ▲민간의 ESG 채권/투자 활성화 등이다. 관(官)이 ESG 정책을 주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렇다면 DAO도 ESG에 동참하는 방법이 있을까? 이전 글에서는 ESG의 'G'를 DAO로 해결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펴봤다. 이번 글에서는 ESG와 관련된 일을 하는 DAO의 사례를 다뤄볼 예정이다. 


ESG 평가업체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E 영역에는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지가 핵심이다. S 영역은 근로자, 협력업체, 소비자, 지역 사회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평가한다. G 영역에서는 각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형태의 지배구조를 보유하고 있는지/경영진에 대한 내부통제 수준과 외부통제 수준이 높은지/기업 성과를 이해관계자에게 적절한 수준으로 배분하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ESG 평가모형. 출처=서스틴베스트

위와 같은 ESG 평가 모형은 이전부터 환경이나 인권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하는 DAO들에도 적용할 수 있을 듯하다. 


1. 코코 다오(KOKO DAO) : E 영역


코코 다오는 콜롬비아의 숲 황폐화를 막기 위해 콜롬비아 우일라 지역의 37 에이커(약 4만 5294평) 크기의 숲에서 DAO의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자 한다. 정부의 탄소배출권 정책이 통하지 않는 소규모 산림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환경 보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나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탄소배출권의 분배 기준이 되는 온실가스 흡수량은 나무 수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소규모 산림에 사는 사람들은 탄소배출권을 받는 것보다 나무를 베어서 파는 것이 더 돈이 됐다. 코코 다오는 이로 인해 소규모 산림이 더욱 빠르게 파괴되는 모습을 보고 환경을 위한 지속가능한 모델 구축에 나섰다.


이들은 디지털 측정/보고/검증(dMRV) 기술을 활용해 생태계 다양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또한, 지역 주민에게 환경 보호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주민들이 나무를 베지 않고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만큼 보상을 받아가는 구조를 설계한다. 코코 다오 구성원들은 매주 커뮤니티 콜에 참석하고 실무 그룹에 참여할 수 있다. 웹 3 프로젝트를 위한 모금 플랫폼 '깃코인 그랜츠'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2. 빌리지 그리드 다오: E 영역


빌리지 그리드 다오(Village Grid DAO)는 글로벌 수준의 환경 보호 평가를 위해선 지역 사회의 친환경 수준에 대한 측정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농촌 지역 주민들은 지자체적으로 환경 보호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기 힘들다.


이에 빌리지 그리드 다오는 농촌의 기술자들이 드론을 조종해 자신들의 지역에서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 탄소 격리(대기 중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토양의 탄산염 또는 유기물 등 담체에 고정하여 지하 또는 지상의 특정 공간에 저장하는 과정), 농작물 건강, 자연 보존 노력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데이터를 모으게끔 한다.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은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발행하고 이를 판매한 자금을 데이터를 수집한 사람들에게 보상으로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 궁극적으로 한 마을에 블록체인 기반 재생 가능한 에너지 그리드(전력 망)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깃코인 그랜츠에 올라온 빌리지 그리드 다오의 소개 글에 따르면, 전기전자공학회(IEEE) 스마트 빌리지 위원회도 DAO에 참여한다. IEEE 스마트 빌리지 위원회는 개발도상국의 재생 가능한 에너지 그리드에 자금을 지원하는 단체다. 


다만, 아쉽게도 위의 두 DAO들은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없었다. 각각의 디스코드에 접속했으나 유의미한 결과를 찾기가 어려웠다. 


위와 같은 DAO 외에도 리파이(ReFi: 재생 금융, 가상자산을 활용해 더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경제를 재건하는 움직임)에만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에이커 다오(acre DAO)도 있다. 에이커 다오는 블록체인 상에서 임팩트 투자(투자 행위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나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 돈을 투자하는 형태)를 실현한다. 


임팩트 투자가 ESG 투자의 가장 적극적인 형태로도 알려진 만큼, 광범위한 차원에서 임팩트 투자 DAO도 ESG를 수행하는 조직으로 볼 수 있다.


3. 우크라이나 다오: S 영역


우크라이나 다오는 우크라이나 군대와 전쟁 피해자들은 돕는다는 점에서 S 영역 중 사회공헌 활동, 지역 사회관계에서 점수를 줄 수 있을 듯하다.


4. 픽스 다오: G 영역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까지 이르게 된 원인으로는 허술한 내부통제가 지목된다. FTX는 G 영역에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이런 문제를 DAO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마스크 네트워크(웹 2 플랫폼에 가상자산을 연결하는 프로젝트)가 설립한 픽스 다오(FixDAO)는 동아시아 지역의 FTX 이용자들을 대표해 채권단의 지위와 발언권을 얻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동아시아 지역의 피해자들이 직접 미국의 법원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이들로부터 대리 권한을 받아 델라웨어 법원의 사법 절차에 참여하고자 한다. 


기여 포인트 메커니즘을 설정해 픽스 다오에 기여한 사람은 최종 채권 수익을 더 높게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채권단과는 다르다. 원래 채권이 100만 달러라고 해도 DAO에 많은 기여를 했다면 140만 달러의 채권을 받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채권자들은 변호사 비용만 부담하면 된다. 


픽스 다오는 올해 1월 4일 스코프 프로토콜과 협약을 맺고 채권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온체인 증거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글에서 DAO로 ESG를 실현하는 모델을 살펴본 결과, 현재까지 DAO들도 E 영역에 쏠려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ESG 투자 전반에서도 E 영역에 대한 관심이 S나 G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과 유사한 맥락이다. DAO조차도 설립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선 '친환경 슬로건'을 앞세운 것이다.


이들은 임팩트 투자나 소규모 그리드 조성을 DAO를 통해 구현한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했듯이 아직까진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들다. 개인적으로는 환경 보호가 필요한 지역의 사람들이 DAO에 참여하기에 블록체인이란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다.


차라리 환경보다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S나 G 영역에서 DAO 실험을 하기가 더 적합해 보인다. 공통의 목표를 가진 전 세계 사람들이 블록체인을 통해 연결된다면 큰 파급력을 지닌다. 또한, 블록체인의 특성상 누구나 자금이 어디로 이동했는지를 볼 수 있기에 법인보다 더 투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은 DAO만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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