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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하 Aug 10. 2023

브런치 작가된 지 1주년 소회

쪼하의 SNS 이야기

2022년 7월 19일. "브런치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는 내용의 메일을 받았다. <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 프롤로그 편을 우선 써놓고 신청서를 낸 후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며칠 동안 메일을 몇 번이나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사실 4년 전 브런치 작가로 지원했다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뒤늦게나마 그때의 실패를 복기해 보니 '불명확한 방향성'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당시 20대 여성으로서 같은 세대를 고찰하는 인문학적 글을 쓰고자 했으나 어떤 식으로 글을 연재할지, 어떤 주제의식을 담을지에 대해선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한 마디로, 윤곽 스케치에 불과한 작품을 내밀었던 셈이다.  


다시 지원할 때는 소재와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DAO(다오, 탈중앙화자율조직)'라는 키워드를 잡고 DAO가 조직 문화를 어떻게 바꿀지 고찰하는 글을 쓰기로 방향을 잡으니 신청서를 쓰기도 훨씬 수월했다. 당시 제출한 지원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01. 작가 소개


안녕하세요. 암호화폐 전문 매체 기자이자, NFT 작가이면서 수집가인 '쪼하'입니다.

조직 문화는 점점 바뀌고 있습니다. 수직적인 구조가 수평적인 구조로 바뀌었으며, 이제는 아예 익명으로 활동하는 조직까지 등장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DAO(탈중앙화 자율조직)입니다. 저는 기자로서 DAO에 관한 세미나를 취재하고, 보고서를 분석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NFT 수집가로서 DAO의 구성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DAO가 어떤 조직인지 소개하고 DAO로 기업의 조직 문화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독자들과 같이 고민하고자 합니다. 


02. 브런치에서 발행하고 싶은 글


<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라는 글을 연재하려고 합니다. DAO란 블록체인을 활용해 만들어지는 단체로, 조직원이 기여한 만큼 그 대가를 자동으로 지급합니다. 블록체인 산업 종사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친숙한 개념입니다만, 다른 산업에 있는 분들께는 생소한 개념입니다.

목차는 (1) DAO와 관련 개념(웹 3.0, NFT, 디파이) 소개 (2) DAO 체험기 (3) DAO 실제 사례 (4) DAO의 법적 정의 (5) DAO의 한계 등으로 구성하고자 합니다. 중간중간 기존 법인과 어떤 점이 다른지 짚고 넘어갈 예정입니다.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가 명확히 보여서였을까, 이번에는 '재수' 없이 단번에 통과했다. 지금까지 1년 넘게 <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를 총 29편(프롤로그 및 11-1편 포함) 발행했으며 이외 <쪼하의 부캐 이야기>도 연재했다. "적어도 2주에 한 번은 글을 쓰자"는 결심을 지키기엔 DAO 관련 글만 쓰는 것은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브런치에서 블록체인 관련 글을 별로 찾아볼 수 없었기에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 글로 승부하기로 했으나 오히려 이는 내 발목을 잡기도 했다. 생각보다 브런치 이용자들은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에 별반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1년 동안 쓴 글 가운데 <쪼하의 부캐 이야기> '결혼식 하루 전 체크리스트, 이 글로 끝내자!' 편이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어쨌든 내가 쓴 글이니 기분이 좋기도 하면서도 정체성이 부정당하는 것 같아 다소 씁쓸했다. 해당 글의 누적 조회수는 2위 글인 'DAO를 만들려면 뭐가 필요할까?'보다 5배나 높았다. 


브런치의 주요 이용자 층이 내 분야에는 별반 관심이 없다는 . 그 점이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느낀 가장 큰 한계였다. 브런치 웹사이트에 추천작으로 걸리는 글 대부분이 배우자의 불륜, 시댁과의 갈등, 이혼 등을 다룬다는 점도 어느 순간 회의감을 느끼게 했다. '이런 플랫폼에서 '웹3'라는 생소한 업계와 관련된 얘기를 쓰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들었다. 그래서 미디엄(medium)과 네이버 블로그에도 도전해 봤으나 각각의 한계가 있었다.


미디엄은 조회수가 다른 플랫폼에 비해 많이 나오지 않았고, 네이버 블로그는 테크 글을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특히 블로그에서 꾸준히 글을 쓰기에는 '광고 협찬을 받겠다'는 뚜렷한 목표의식이 필요했다. 그러나 식당이나 화장품 협찬을 받는 일이 내게는 큰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았다. 협찬을 받고 글을 쓰는 일이 내겐 숙제처럼 느껴졌고 그럴 바엔 내 돈 주고 사는 게 낫겠다 싶어서였다. 호캉스나 여행 다녀온 글을 길게 쓰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이나 몇 장 올리면 되는데 굳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결국 마땅한 대안 플랫폼을 찾지 못했기에 지금도 브런치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브런치는 출간이나 강연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알맞은 플랫폼이다. 원하는 작가에게 출간/강연 및 섭외/작업요청 등을 보낼 수 있는 '제안하기' 기능은 브런치만의 매력이다.


실제로 나도 브런치에서 섭외 요청을 받아 <상식의 시대>라는 팟캐스트에서 DAO와 비트코인을 주제로 떠들다 온 적이 있다. '쪼하' 작가가 블록체인 전문 매체 기자란 것을 알아보지 못한 어떤 미디어로부터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취직 제안을 받기도 했다. (하필 일적으로 아는 분이 보낸 터라 따로 연락을 드려 내 정체를 밝히고 그 제안은 거절했다.) 


브런치에 쓴 글들이 당장의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고민거리긴 하다. 브런치 측이 일종의 후원 제도인 '응원하기' 기능을 도입한다고는 하지만 이전에 외부 기고를 할 때만큼 돈을 벌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다. "브런치 글 잘 보고 있어요!"라는 칭찬 한 마디. 최근 업무 차원에서 만난 IT 매체의 기자 분이 예전의 내 기사뿐 아니라 최근의 브런치 글도 관심 있게 봤다고 말해주셔서 굉장히 가슴이 뭉클했다. 비록 내 콘텐츠로 돈을 벌 수는 없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은 줄 수 있구나 싶은 생각에서였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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