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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하 Dec 21. 2022

결혼식 하루 전 체크리스트, 이 글로 끝내자!

쪼하의 부캐 이야기-결혼 편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까지 다녀오느라 한동안 브런치에 들어오지 못했다. 그러고 나니 마지막으로 브런치에 접속한 지 벌써 열흘이 훌쩍 지나 있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함박웃음을 지으며 하객들을 맞이하고 부모님을 껴안는 순간 잠시 뭉클해지던 결혼식과 눈 내리는 한국을 떠나 괌의 열기를 즐기던 신혼여행이 마치 한여름 밤의 꿈만 같다.


지금이야 잘 끝나서 결혼식을 아름답게 떠올리는 것이지, 결혼식 전 날까지만 해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특히 결혼식 2주 전이 가장 최악이었다. 일은 일대로 하면서 퇴근 후에는 청첩모임에 나가면서 평일을 흘려보냈다. 식권에 도장을 찍고 하객 인원수를 예상하고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느라 주말도 훌쩍 지나갔다. 이미 식을 끝내고 신혼여행에 가있는 부부들을 부러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결혼식이 하루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부랴부랴 결혼식 준비물을 검색했으나 생각보다 깔끔하게 정리된 글을 찾기 힘들었다. (내 검색 능력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결국 드레스 숍, 메이크업 숍, 식장 등에 전화를 걸어 하나하나 다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식을 무탈하게 마친 기억을 되살려 다음과 같이 준비물을 정리해 본다. (폐백 없는 결혼식 기준)


1. 신랑 준비물

신랑은 비교적 챙길 게 많지 않다. 다만 평소에 구두를 신지 않는 남성들이 많기에 구두를 까먹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친구 신랑이 구두를 메이크업 숍에 두고 오는 바람에 급하게 퀵으로 부쳤다고 한다...)


-식 전후에 입을 옷 (메이크업숍에서 화장과 헤어를 받고 갈아입을 수 있게 단추나 지퍼로 열 수 있는 옷. 맨투맨이나 라운드넥 티셔츠는 입어선 안 된다.)

-웨딩 반지***

-구두**

-양복

-보타이, 넥타이 (신부의 2부 드레스와 색상을 최대한 맞춰서)

-현금 (헬퍼, 축가 담당 등에게 지불할 돈. 신부도 챙기지만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함)

-식권 4장 (양가 부모님들은 식권을 내고 식사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따로 빼둘 것)


2. 신부 준비물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스튜디오 촬영 때처럼 도시락을 챙겨야 하나?" 대답은 '아니'다. 보통 11시~1시쯤 결혼식을 많이 하는데 정말로 뭘 먹을 시간이 없다. 최대한 물도 마시질 않는 걸 권장한다. 메이크업 숍에서 드레스까지 갈아입고 식장으로 이동한 후에는 화장실에 갈 틈이 없다. (드레스를 입고 가기도 힘들다.)


나는 12시 예식이지만 이동 시간을 고려해 7시 30분부터 메이크업을 시작하는 일정으로 계획했다. 전날 메이크업 숍 근처 호텔에서 잠을 자고 30분 일찍 일어나 샌드위치 하나를 먹고 메이크업을 받으러 갔다. 웨딩드레스 입기 전까지만 물 좀 마셨다. 그때 화장실도 일부러 몇 번 갔다. 메이크업을 마치고 식장으로 출발한 10시 30분부터 식이 완전히 마무리된 오후 3시까지는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덕분에 화장실을 한 번도 가지 않아도 버틸 만했다.


-식 전후에 입을 옷 (남자와 마찬가지로 단추나 지퍼로 열 수 있는 옷. 겨울에는 셔츠 위에 단추로 잠그는 니트 카디건을 껴입기를 권장한다.)

-탈부착 가능한 네일

-웨딩 속옷 (누브라, 심리스 팬티. 메이크업 숍에 갈 때 미리 갈아입고 나오길 추천)

-웨딩 반지*** (아예 출발할 때부터 끼고 나오길 추천)

-웨딩 슈즈, 티아라 (사실 이런 건 드레스 숍에서 헬퍼가 다 들고 와준다. 개인적으로 돈이 아까워서 웨딩 슈즈는 따로 안 사고 드레스 숍에서 빌렸다.)

-렌즈 (마찬가지로 미리 착용하고 나오길 추천)

-인공눈물

-화장 수정에 필요한 도구 (손거울, 기름종이, 면봉, 솜, 틴트)

-슬리퍼 또는 편한 신발 (구두 계속 신고 있으면 엄청 발 아프다. 2부 시작 전 잠깐이라도 발 휴식을 위해..)

-반지 케이스 (식 중에 예물 교환식이 있으면 챙겨 와야 한다. 식장에 별도 케이스를 구비해놓은 경우도 있다)

-간식거리 (최대한 한 입에 삼킬 수 있는 과자. 초콜릿은 이에 묻으니 비추천. 녹여먹을 수 있는 사탕이 나을 듯하다. 나는 아예 간식거리도 먹지 않았다.)

-부케: 드레스 숍에서 서비스로 넣어주는 경우에는 꼭 메이크업 숍으로 보내달라고 꼭 얘기를 해야 한다. 식장에서는 소품 샷을 웬만해선 찍지 않기 때문이다. 메이크업 숍에 부케가 미리 와있으면 화장을 받을 때 스냅 작가 분이 '반지+청첩장+부케' 이렇게 소품샷을 찍어주신다.


소품샷 예시 이미지. (내 사진은 아니다)


-현금** 

(헬퍼 비용이 보통 20만 원. 만약 한복으로 갈아입는다면 넉넉히 25만 원 이상은 드려야 한다. 헬퍼는 2부 전 환복만 도와주고 가시기 때문에 짐을 놓는 공간(대체로 식장 폐백실)에 따로 빼두는 게 좋다. 나는 가방순이 친구에게 몽땅 맡겼다가 그 친구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추가로 가방순이 친구 몫도 10만 원 정도 뽑아두면 좋다.)

-청첩장 (소품 촬영에 필요하다. 포토 테이블 장식까지 고려하면 넉넉하게 3장 이상은 들고 가는 게 좋다)

-가그린 (사실 식장 가면 가글할 시간조차 없다. 그래도 찝찝할 수 있어서.)

-여벌 속옷 (심리스 팬티 불편해서 갈아입을 용도)

-보조배터리 (사실 신부 폰은 가방순이가 들어주는 가방에 고이 잠들기 때문에 딱히 필요는 없다.)


2부에서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추가 준비물이 달라진다.

-스타킹 (2부 드레스를 입을 경우 필수!)

-흰색 양말 (한복을 입을 경우 필수. 버선은 생각보다 불편하다.)

 

사실 신부 준비물 중 소소하지만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것은 '탈부착 가능한 네일'이었다. 평소에 손톱을 기르지 않는 데다 간단하게 손톱 관리만 받은 탓에 사진이 예쁘게 나오지 않을 듯했다. 급하게 올리브영에서 네일을 샀다. (물론 웨딩드레스를 고려해서 최대한 투명한 색상이되 비즈와 반짝이가 많이 들어간 네일을 골랐다.)


'드레스와 네일이 세트인 줄 알았다', '네일 아트를 받은 줄 알았다'는 호평을 들었다. 2~3일 전 네일아트를 받는 것도 방법이지만, 나처럼 긴 손톱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메이크업 숍에 도착해서 미리 준비한 네일을 붙이는 방법을 추천한다.


참고로 결혼 선물 등으로 미리 축의금을 지불했거나 가방순이나 사회자를 맡아주는 친구를 위해 식권 몇 장을 따로 챙겨두는 센스도 필요하다. 접수대에서 축의금을 내지 않고 식권을 받기가 상당히 민망하기 때문이다. 다만 드레스에 주머니가 없으니 가방에 식권을 넣어둔 후 가방순이 친구에게 언질을 해두는 편이 좋다.   



3. 신랑 또는 신부의 가족/지인 준비물


결혼식 당일 신랑과 신부가 미처 챙기기 어려운 준비물이 있다. 바로 신랑, 신부가 식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설치가 되어 있어야 하는 포토 테이블에 들어갈 사진이다. 보통 대형 액자 하나와 작은 액자 7개를 배치하는 식으로 구성된다. 식장마다 기본으로 주는 액자 개수가 있긴 한데, 만약 액자를 여유롭게 챙긴다면 신부 대기실에도 장식용으로 둘 수 있다.


-대형 액자 및 소형 액자에 들어갈 사진

-식권 (이미 도장은 다 찍혀 있어야 한다)

-2부 드레스 또는 한복 (신부의 짐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족이 챙겨주면 좋다)

-방명록 및 축의금 봉투 (식장에서 웬만해서 다 챙겨주지만 성당 결혼식 등 특수한 장소는 따로 갖고 가야 한다.)

-식장 계약서: 하객 맞이에 정신이 나가있는 신랑, 신부를 대신 신랑의 부모님과 신부의 부모님이 대체로 축의금 정산을 하게 된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계약금과 중도금을 반영하지 않거나 식대를 계약서보다 높게 부르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부모님들이 계약서를 들고 있으면 좋다.

-현금 (접수 도우미를 맡아준 친척 또는 신랑, 신부의 친구에게 줄 소정의 사례금)




위처럼 준비물을 정리했지만 결혼식 전 날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바로 기대감이 아닐까? 자신이 선택한 사람과 새로운 인생을 함께 하는 첫걸음을 뗀다는 설렘과 행복이 가득하다면 결혼식 당일 긴장감이 다소 누그러진다.


남편이 바로 그랬다. 나야 방송도 몇 차례 출연했고 강연도 해봤어서 식장에서도 별로 떨 일이 없었다. 반면, 남편은 직업조차 남들 앞에 설 일이 없는지라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할 줄 알았다. 하지만 정작 당일에 남편은 누구보다도 편안하게 식에 임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행복하다는 생각에 전혀 떨리지가 않았다"라고.


숙면도 필수 준비물 중 하나다. 전 날 푹 자 둬야 다음 날 화장도 잘 받고 하객들을 미소로 맞이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나는 전 날 굉장히 잘 잤고 (떨기는커녕 유튜브 보고 깔깔거리다 잤다.) 결혼식 내내 웃는 얼굴로 하객을 대할 수 있었다. 덕분에 부모님 하객 분들로부터 "신랑 신부가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는 얘기가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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