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쓰는 부위는 아마도 입이다. 갓 태어난 신생아는 눈은 뜨지 못한 채로 입을 벌려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모유를 빨아들이던 입은 어느 순간 음식을 섭취한다.
입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수단(문명인들은 주먹보다는 말로써 해결한다)이며 사랑을 표현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부모는 아이에게, 아이는 반려동물에게, 그 아이가 성장해서도 반려동물에게, 그리고 연인에게 입으로서 사랑을 전한다.
죽을 때가 돼서야 입은 움직임을 멈춘다. 그렇게 평생을 움직이는 부위이기 때문일까? 나이 든 사람의 입꼬리는 젊은 사람의 입꼬리보다 더 많이 처져있다. 살다 보니 내 입가에도 더께가 앉았다. 입꼬리는 삶의 무게를 견디다 못해 점점 내려가버렸다.
미소를 짓기 위해 입꼬리를 들어 올릴 때마다 더께의 무게를 느끼곤 한다. 활짝 웃는데 예전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은, 새하얀 아침을 맞이했는데도 어린 시절처럼 웃지 못한 것은 그 무게 때문이다. 그 더께를 털어내기 위해 손으로 툭툭, 털어내는 그 자리, 손자국이 저도 모르게 쌓여 결국엔 주름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