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 18편
3편 글에서 DAO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 바 있지만 DAO를 블로그처럼 뚝딱 만들기엔 아직까진 진입장벽이 높아 보인다. 대다수의 DAO가 토큰 경제(Token Economy)를 채택하고 있으며, DAO 구성원이 되기 위해선 비수탁형 지갑(Non-custodial wallet; 이용자가 프라이빗 키를 직접 생성하고 관리하는 지갑. 메타마스크, 팬텀이 대표적이다)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그 해결책으로 DaaS가 주목받고 있다. DaaS는 'DAO as a Service'로 DAO 자체를 하나의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다. 즉, 블록체인에 대한 지식이 없거나 개발자가 없는 조직도 손쉽게 DAO를 만들 수 있게 한다. DAO 제작 툴도 DaaS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DAO HAUS, DAO DAO, Kali DAO 등이 있다.
DAO는 다른 조직(법인 등)보다도 설립하기 쉽다. 하시은 메타카르텔 벤처스 파트너에 따르면, 법인 등기가 완료되기까지 최대 2~3년이 소요되며 아무리 업무 처리 속도가 빠른 국가라도 20분 정도는 필요로 한다. 이와 달리 Kali DAO를 활용하면 20초 만에 DAO를 생성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DAO들은 대체로 토큰 경제로 운영된다. 토큰 경제는 DAO의 핵심이자 동시에 한계이다. 거버넌스 토큰은 이해상충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거버넌스 토큰은 DAO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사를 피력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동시에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융 상품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구성원들이 장기적으로 DAO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안보다 당장 거버넌스 토큰의 가격을 올리는 제안만을 통과시킬 수도 있다. 또한, 시장에서 거버넌스 토큰을 대량으로 사들인 구성원이 악의적인 제안을 밀어붙일 수도 있다.
이에 DAO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한 비탈릭 부테린도 "양도 가능한 거버넌스 토큰으로 운영되는 DAO를 지지하는 것은 모순이 있다"며 "양도 가능한 거버넌스 토큰은 지배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권력을 줄 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하시은 메타카르텔 벤처스 파트너도 "대다수가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와 관련 있던 1세대 DAO는 금권정치와 흡사하다"며 "토큰 발행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며, 다중 서명(Multi-sig) 지갑 또는 화이트리스트 방식으로 DAO를 시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DaaS는 DAO 생성, 운영, 유지 보수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DAO 생성 툴 외에 DaaS에 포함되어야 할 기능은 무엇일까?
박혜진 바이야드 대표 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벤처투자금융 MBA 교수는 "기존 이더리움 기반 DaaS들은 이용자 친화적이지 못하다"며 "주로 디파이 및 펀드에 집중되어 있어 다양한 목적의 DAO를 생성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박혜진 교수는 DaaS의 방향성으로 ▲블록체인 지갑의 소유주 신원 분석 ▲소울 바운드 토큰(SBT) 기반 명성 관리 시스템을 제시했다. 특히 SBT 기반 명성 관리 시스템은 거버넌스 토큰 기반 경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SBT는 '영혼이 귀속된 토큰'이란 의미로,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거나 판매할 수 없는 토큰을 의미한다. 비탈릭 부테린과 글렌 웨일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원이 올해 5월 <탈중앙화 사회: 웹 3의 영혼을 찾아서>라는 논문에서 소개한 개념이다. 그 명칭은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소울 바운드 아이템에서 따왔다.
SBT 이전에도 거버넌스 토큰의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있었다. 대표적으로 DAO HAUS에서 생성된 DAO는 거버넌스 토큰 대신 전송이 불가능한 주식의 개념인 '루트(Loot)'를 발행할 수 있다.
바이야드는 멀티 컨트랙트 아키텍처와 인증/관리되는 보안 체계 및 표준을 포함한 DaaS인 '바이팩토리(ByFactory)'를 준비하고 있다.
11월 27일 성료한 2022 한화 드림플러스 블록체인 해커톤에서 등장한 DAO 급여 관리 시스템도 향후 DaaS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해커톤에 참여한 쿨민트 팀은 '멀티 체인 기반 원클릭 가상자산 급여 관리 솔루션'을 소개했다.
이더리움 기반 DAO 구성원이 급여를 받기 위해선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높은 가스비(일종의 수수료)를 감당해야 한다. 해당 솔루션은 DAO들이 폴리곤, 옵티미즘, 아비트럼 등 레이어2 네트워크에서 급여를 지급하게 함으로써 가스비를 절약한다. 이외 ▲자동 급여 지급 ▲비용 청구 기능 ▲자동 장부 관리 기능 등을 더해 코드를 모르는 사람들도 DAO 내 급여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한다.
아직은 실제 사업 모델이 아닌 아이디어 수준에 그친다. 또한, 쿨민트 팀이 유동성 풀의 형태로 이번 아이디어를 구상했지만 B2B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면 상당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