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암팡지고 사나웠지만 속마음은 따뜻했습니다.
"넌, 왜 탁구장엘 다녀. 애들 저러고 다니는 꼴이 보기에 좋니?"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땅바닥만 발로 툭툭 차고 있었고, 몇 번의 발길질에 패인 흙먼지가 지나가는 바람에 솟구쳐 모르자 그녀는 홱 몸을 돌려 어두운 골목길을 따라 사라졌는데, 찰랑거리던 그녀의 단발머리에서 풍기던 샴푸 냄새가 골목길 깊숙한 곳으로 자욱이 뒤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날 왜 자신이 놀던 공터에서 나를 쫓아내려는 듯 매몰찬 말을 했던 것일까요?
자신이 보기에도 싹수가 노란 아이들 틈에서, 그녀는 무엇 때문에 거친 들판에 홀로 피어있는 한 떨기 야생화처럼 자신의 존재감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었던 것일까요?
애써 떠올려보니 그녀와 둘이서 탁구를 딱 한 번 친 기억이 납니다. 단발의 생머리를 찰랑이면서 강하게 스매싱을 하고 돌아서는 그녀의 앙다문 입술과, 득점을 하고 난 자신감으로 왼 주먹을 꼭 쥐며 파이팅을 외치는 그녀의 짤랑거리는 목소리가 길고 긴 여운으로 남아 아직까지 내 귓전을 맴돌고 있습니다.